[5ch] 뒷산에 버섯을 따러 갔었다

금산스님 작성일 19.12.16 09:34:54
댓글 3조회 1,834추천 6

우리 동네는 시골이라,

철이 되면 뒷산에 버섯을 따러 간다.

 


초등학생 무렵에는

버섯이 많이 나는 곳을

할아버지에게 배우며 둘이 함께 다녔었다.

 


하지만 중학생이 되고서는

혼자 다니거나 친구랑 다니거나 했다.

 


그날은 일요일이라,

친구랑 둘이서 같이 뒷산을 찾았다.

 


순조롭게 이것저것 딴 뒤,

슬슬 돌아갈까 싶던 때였다.

 


친구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더니,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나뭇가지에 다리가 걸려 넘어지는 일이 종종 있다 보니,

그때도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친구는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도 따라서 위를 봤다.

 


목을 맨 사람이 있었다.

그것도 둘이나..

 


너무 놀라면

소리조차 지르지 못한다는 걸 그때 느꼈다.

 


나는 뒷걸음질 치며,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패닉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한동안 보고 있자니,

그게 진짜 사람이 아니라

마네킹이라는 걸 깨달았다.

 


[장난치고는 너무 심하네!] 하고

화를 내며 친구와 산을 내려왔다.

 


나와 친구는 우리 집에 가서,

아버지에게 우리가 본 것을 전했다.

 


곧 접사다리와 손도끼, 전지가위를 가지고

셋이서 다시 마네킹을 치우러 갔다.

 


아버지가 접사다리에 오르고,

나와 친구는 접사다리를 붙잡고 지탱했다.

 


아버지는 솜씨 좋게 마네킹의 목에 감긴

로프를 잘라서 아래로 떨어트렸다.

 


이런 건 어서 버려버리자고,

셋이서 우리 집 헛간으로 옮겨왔다.

 


그대로 버렸다가는 또 누가 오해할지도 모르니까

가능한 한 사람같이 안 보이도록,

산산조각 나게 부숴버릴 생각이었다.

 


마네킹이 입은 허름한 옷을 벗겼다.

마네킹의 배에는 빨간 페인트로 글씨가 쓰여 있었다.

 


"이 마네킹을 내린 사람은 죽는다"

그걸 보고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얼어붙었다.

 


하지만 아버지가 또 하나,

여자 원피스를 입혀놓은 마네킹의 옷을 벗겼다.

역시나 그 마네킹의 배에도 글씨가 쓰여있었다.

 


"이 마네킹을 내린 사람이 가장 사랑하는 이가 죽는다"

아버지는 굳어버린 나와 친구를 달래며,

[가서 주스라도 좀 사 오거라.] 하며 헛간에서 내보내셨다.

 


그 사이 아버지는 혼자

마네킹 둘을 산산조각 낸 뒤 버리셨다.

 


그 이후, 나와 아버지, 친구에게

그 사건은 입에 올리면 안 되는 것이 되었다.

 


말을 꺼내기조차 꺼림칙해서 글로 남기는 것이지만,

"가장 사랑하는 이가 죽는다"라고

쓰여있는 걸 보자 너무나도 괴로웠었다.

 


출처: VK's Epitaph

 

 

 

금산스님의 최근 게시물
게시판 관리자
금산스님
게시글 목록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수 추천수
공지 [글링크 정리] [스압] 무서운 글터 추천글들!! 진(鎭) 2014.10.17 457,826 -
게시글 목록
16451 금산스님 2025.03.31 22,472 2
16450 금산스님 2025.02.28 119,673 4
16449
[4] 터널
킹그사마 2025.02.06 98,490 15
16448 킹그사마 2025.02.05 100,544 12
16447 킹그사마 2025.02.04 95,022 12
16446 킹그사마 2025.02.03 93,874 12
16445 금산스님 2025.01.31 91,642 9
16444 백도씨끓는물 2025.01.20 105,107 10
16443 금산스님 2024.12.31 128,782 7
16442 수괴내란의힘 2024.12.29 119,958 20
16441 짱맞고 2024.12.07 139,047 17
16440 금산스님 2024.11.29 150,767 8
16439 금산스님 2024.10.31 169,594 8
16438
[1] 악취
므흐읏 2024.10.24 174,766 7
16437 므흐읏 2024.10.23 176,828 24
16436 금산스님 2024.09.30 202,644 14
16435 KumaKwaii 2024.09.15 4,823 1
16434 KumaKwaii 2024.09.15 4,820 2
16433 _Alice_ 2024.09.03 224,824 20
16432 금산스님 2024.08.30 217,493 12
16431 loooov 2024.08.21 215,850 10
16430 금산스님 2024.07.31 231,130 12
16429 백도씨끓는물 2024.07.29 223,611 13
16428 백도씨끓는물 2024.07.27 221,095 13
16427 백도씨끓는물 2024.07.26 218,391 15
16426 백도씨끓는물 2024.07.25 234,010 21
16425 산야로 2024.07.22 199,036 13
16424 피즐뱅아저씨 2024.07.19 196,842 13

무서운글터 인기 게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