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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그사마 작성일 25.02.06 17:4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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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으로 출장을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한 터널을 지나가게 되었는데

늦은 밤이라 주변에 차도 하나 없고

설상가상으로 터널 안 전등은

금방이라도 꺼질 듯 깜박거리고 있었습니다.

 

본능적으로 그 곳을 피하고 싶었지만

길이 하나라 어쩔 수 없었죠. 

 

근데 터널을 아무리 가도 가도

도무지 끝이 안보이는 겁니다.

 

아무리 긴 터널이라도

이 정도로 달렸으면 끝이 보일 법도 한데

마치 계속 같은 자리를 맴도는 듯한

느낌까지 들더군요.

 

슬슬 이상하다 생각이 들 때즈음

갑자기 터널에 불이 전부 나가더니

차 시동도 맥없이 꺼져버렸습니다.

 

갑작스런 암흑에 제가 할 수 있는 건

급히 브레이크를 밟는 것 뿐이었어요.

 

다행히 어디 부딪히지 않고 차는 멈춰 세웠는데

곧바로 찾아온 정적에

너무 무서웠던 저는 눈을 질끈 감았습니다.

 

잠시 심호흡을 하고

사고 접수를 위해 핸드폰을 보니

통화권 이탈이더군요.

 

어찌해야할 지 몰라 망연자실하고 있는데

그 소리 아시죠?

손바닥으로 차를 두드리는 소리..

 

 

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이 비현실적인 상황에 공포감이 극에 달한 저는

눈도 못뜨고 양손으로 귀를 틀어막은 채

미친놈처럼 소리만 질러댔습니다.

 

목이 쉬고 지쳐갈때 쯤

차량에 시동이 켜지더군요.

 

슬며시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보니

터널에는 불이 다시 들어와있고

저 멀리 터널의 끝이 보이는 겁니다.

 

그 뒤에 집까지 어떻게 왔는지는 기억나지 않아요.

 

정신없이 현관문 비번을 누른 것만 기억납니다.

그대로 신발도 못 벗고 기절했던 것 같아요.

 

다음 날 눈을 뜬 저는

어제 일이 꿈인지 생신지 확인하려

주차장에 내려갔다가 차를 보고

하마터면 그 자리에 주저앉을 뻔 했습니다.

 

차 창문에 수많은 손바닥 자국이 찍혀 있는거에요.

 

저는 저 불길한 손바닥 자국을

빨리 지워버려야겠다는 생각에

차를 끌고 세차장으로 향했습니다.

 

세차장 직원분께 차를 맡기자

대체 누가 이런 장난을 쳐놓았냐고 묻더군요.

 

저는 그 물음에 대답할 수가 없었습니다.

 

직원분께서 저를 잠시 이상한 눈으로 보시더니

차에 물을 뿌리고 비누칠을 하시다

고개를 갸우뚱 하시고는 저한테 말씀하시더군요.

 

 

"손님, 이 손바닥 자국

밖이 아니라 안에서 낸 자국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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