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럭저럭 15년이 다 되어 가는데,
나는 신발회사 영업직이었다.
대기업의 염가 공세에 밀리고 밀려,
사장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결국 외국에서 싸구려 신발을
수입해서 팔기 시작했지만,
이게 영 못 써먹을 물건이었다.
사장의 지시에 따라 신발들을
먼 교외에 내다 버리게 되었다.
그런데 수상한 트럭이 한밤중에 드나드는걸
누군가 목격했나 보다.
경찰에 신고가 들어갔는지
잠결에 뛰쳐나온 듯 구깃구깃한 제복을 입은
경찰관에게 조사를 받게 되었다.
조수석에 타고 있던 내가
운전자 대신 대답에 나섰다.
당시 나는 버리기 전에는 돌아오지 말라는 말을 들어
만신창이였기에 넋두리를 잔뜩 늘어놓았다.
그랬더니 그 경찰관은,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
[불상에게 공양으로 바친다면,
눈감아 줄 수 있다고 촌장이 말하는군.]
기묘한 제안이었다.
넘겨받은 지도에는 근처 마을 주변 산속,
불상의 위치들이 그려져 있었다.
필사적으로 산마다 나누어
공양이라고 신발을 버리고 왔다.
멀쩡한 거 몇 개는 아까워서
내가 챙기기도 했다.
사흘 정도 걸렸지만,
마침내 모든 불상에게 신발을 바칠 수 있었다.
그런데 돌아오는 길에 사고가 났다.
갑자기 달려든 무언가에 부딪혀 급브레이크를 밟았고,
눈앞에는 유리창이 다가왔다.
그 순간,
무언가가 내 발을 꽉 잡았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후 아래를 내려다보니
무수한 불상이 내 발목을 잡고 있었다.
머리가 하얘졌다.
보통 이런 건 재앙을 받아 죽는 상황일 텐데,
왜 살려준 걸까?
애당초에 우리는 불법 폐기물 투기를 하라고,
회사에서 지시를 받아 온 거였다.
문득 그런 회사 같은데 있으면 안 되겠다고,
어떻게 봐도 나쁜 놈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나 감사한 마음 덕이었을까,
눈이 떠진 듯한 느낌이었다.
그 길로 회사를 때려치웠다.
그리고 기묘한 인연에 이끌려,
그 마을에서 일을 구했다.
맨발의 지장보살에게 신발을 바친 사람이라는
소문 덕분에 곧 취업할 수 있었다.
산과 지장보살 관리인 자리였다.
열심히 반 년 정도 일하다,
회식 자리에서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저건 사실 지장보살이 아니라,
이 산 주변에 있는 삿된 신을 가라앉히기 위해
산 제물을 바친 것이라고..
산 제물이 된 사람들은 마을에 대해 원한을 품었었기에,
사람들에게 이익이 되는 존재는 아니라는 것 같았다.
즉, 나는 과거의 산 제물에게 바치는
산 제물 같은 존재였던 것이다.
그걸 깨달은 순간 오한이 들었다.
경찰관이 짐짓 도와주겠다며
건넨 말 뒤편에 숨겨진 악의..
이 마을 사람들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전혀 변하질 않았다는 걸 느꼈다.
감사한 마음으로 지장보살을 소중히 여기며
몇 년이고 일을 하고 있는 사이,
신기하게도 운길이 트였다.
도시에서 소박 맞고 돌아왔다지만 아내도 생겼고,
묘하게 어른스러운 자식들에게 둘러싸여,
지금은 행복하게 살고 있다.
혹시 우리 아이들이
산 제물로 바쳐진 이들의 환생은 아닐까 하고
가끔 생각한다.
하지만 내 곁에서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생각해 준 그 마음을 생각하면,
내게는 어떤 두려움도 없이 감사할 뿐이다.
출처: VK's Epita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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