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바둑 데뷔 40년만에 우승 서능욱
‘반상의 손오공’ 서능욱(54). 한때 천재 소리를 들었던 그가 40년 만에 처음 우승했다. 14살에 입단해 승승장구하며 13번이나 결승에 오르고도 단 한 개의 우승컵도 갖지 못한 사나이. 서능욱의 우승 소식은 그래서 바둑계의 신선한 충격이자 화제였다. 그에게 12번 연속 결승전 패배를 안긴 상대는 조훈현, 비틀거리는 그에게 최후의 일격을 가한 것은 조훈현의 제자 이창호. 그런 비운의 서능욱이 천하의 ‘조 국수’(조훈현)를 13번째 결승 승부에서 ‘마침내’ 이기고 생애 첫 타이틀을 딴 것이다. 수십만의 젊은이들이대입 실패 소식을 듣고, 수백만의 중년들이 흐르는 세월 앞에 작아지는 이맘때, ‘늦깎이’ 서능욱의 ‘13전14기’는 이들에게도 무언의 격려가 되지 않을까? 서 9단에게 인터뷰를 청한 이유는 그랬다.
한 잊혀진 승부사의 인생 후반전이 멋지게 만개한다면, 말 그대로 군자의 복수는 아무리 늦어도 늦은 것이 아니다.
생활리듬 빨라져 바둑계 풍토 변해
이번에 우승한 ‘대주배’도 그런 흐름
13번 오른 결승서 좌절 안긴 ‘덜컥수’
참선·요가로 고치려했지만 결국 못해
서능욱 9단이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대회는 지난해 12월27일 끝난 제2회 대주배(우승상금 1000만원). 45살 이상의 시니어들만 출전하는 기전이라 다소 격이 떨어진다는 평이 있긴 하지만, 서봉수(준결승), 조훈현(결승)을 연파하고 안은 우승컵이니 내용상으로 부족함이 없는 승리였다. 그는 우승 후 인터뷰에서 감격에 겨운 목소리로 마음껏 기쁨을 발산했다.
“저는 솔직히 말할 수 없이 기뻤습니다. 평생 결승 문턱에서 발목을 잡곤 하던 서 명인을 넘고 올라가 조 국수를 격파했습니다. 원한 맺힌 상대를 다 이겼잖아요.”
영혼이라도 팔고 싶었다
-여한이 없다는 말은 조 국수를 이겨서인가요, 첫 우승을 해서인가요?
“물론 둘 다지만, 만약 상대가 조 국수가 아니었다면 같은 우승이라도 의미가 달랐을 겁니다. 조훈현을 이길 수만 있다면 영혼을 팔아도 좋다고 여겼던 때가 있었으니까요.”
서능욱의 장인은 남자가 뭘 하든 다섯 손가락 안에 들면 된다며 중졸 학력의 프로 바둑기사를 흔쾌히 사위로 맞이했다고 한다. 지난해 말 현재 서능욱의 통산 랭킹은 5위. 장인의 통찰력이 대단했다고 할까. 그의 이름 위에는 일세를 풍미한 4명의 일인자들(조훈현, 이창호, 서봉수, 유창혁)만이 존재한다. 통산 우승 횟수는 조훈현 158회, 이창호 140회, 서봉수 30회, 유창혁 24회. 그런데 바로 밑 랭킹 5위 서능욱의 타이틀은 0. 정말 이러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승부의 세계, ‘영원한 2인자’에게 돌아온 건 무관의 치욕뿐. 서능욱이 마지막 결승전(1992년)에서 떠오르는 태양 이창호에게 일패도지한 뒤 무려 19년이 흐르고 나서야 1승을 기록했으니, 누군들 영혼을 팔고 싶지 않았을까….
-그날 대국의 승부처는?
“마지막 국면까지 아주 미세했는데, 조 국수도 실수할 때가 있더군요. 선수로 들여다볼 자리를 그냥 지나치길래 바로 역습을 가했지요.”
-운명론으로 말하면 13번째 실수는 조 국수 차례였나 보군요.
“그동안 실수는 내 전문이었는데, 별로 어렵지 않은 대목에서 조 국수가 실족을 했으니, 운이라는 게 있긴 있나 봅니다. 인간이 알지 못하는, 보이지 않는 그 무엇 말이죠. 허, 참.”
나야 바둑을 잘 모르지만...진짜 근성하나는 갑인듯~~
멋지십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