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게임업체 엔씨소프트의 온라인 게임 '리니지'를 즐기는 *씨(27)는 지난해 게임상에서 유명 이용자들의 가상공간 모임에 나갔다. 이곳에서 '갑부라 불러줘'라는 아이디를 가진 사람이 노씨의 캐릭터에게 다가와 "거지 같은 ?c"라고 놀렸다.

발끈한 노씨는 비싼 아이템인 '전설의 검(가칭)'을 바닥에 내려놓고 "이래도 내가 거지냐"라고 대꾸했다. 노씨가 검을 내려놓자 멧돼지로 변신한 공범이 몰래 다가와 검을 훔쳐 달아났다. 자신을 놀리는 말에 흥분한 노씨는 대화를 입력하느라 npc(사람이 조종하지 않는 캐릭터)로 둔갑한 다른 사용자가 접근하는 것을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

노씨가 도둑맞은 '전설의 검'은 오프라인에서 실제로 시가 2500만원가량에 거래되는 고가의 게임 아이템이다. 좋은 아이템을 보유한 강한 캐릭터는 이를 토대로 많은 수익을 얻을 수도 있다.

노씨는 엔씨소프트에 신고해 범인들의 계정을 정지시키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노씨는 엔씨소프트가 범인들이 훔쳐간 검을 다시 빼앗아 돌려주지 않자 최근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중형차 한 대 값과 맞먹는 검을 온라인에서 잃은 노씨가 민사상 법적보호를 받을 수 있는지 여부가 주목되는 소송이다.

현실 세계가 아닌 사이버 공간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 어디까지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모호하다. 업계 관계자는 "대법원에서 일부 판단이 나오고 있지만 게임상 재산권과 아이템 거래의 일반적인 적법성에 대한 판단은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온라인게임 아이템 현금거래 시장 규모가 1조5000억원 이상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