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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사회] '재앙'...구미 또 단수, 강천보 물막이 붕괴
'재앙'...구미 또 단수, 강천보 물막이 붕괴
'4대강 재앙' 걷잡을 수 없이 폭발, "보 모두 철거해야"
경북 구미에서 30일 또다시 대규모 단수사태가 발생하고 남한강 강천보 임시물막이가 유실되는 등 '4대강 재앙'이 본격적으로 폭발하고 있다.30일 구미시청 등에 따르면, 이날 새벽 1시쯤 구미4공단으로 이어지는 낙동강 관로 부근에서 누수가 발생해, 새벽 3시 40분쯤 수자원공사측이 정수장에서 4공단으로 이어지는 배수지 펌프라인 가동을 중단했다.이 때문에 현재 구미 양포, 옥계, 장천 등 4만8천여 세대에 물공급이 전면 중단되고 있으며, 구미시 4공단 일대 248개업체에도 공업용수 공급이 되지 않고 있다. 수자원공사측은 현재 취수장 부근에 배를 띄워 사고 부위를 찾고 있지만 정확한 누수 지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구미에서는 지난달에도 광역취수장 앞의 4대강공사 임시물막이가 붕괴돼 구미뿐만 아니라 김천, 칠곡 일대 주민이 닷새간 극심한 단수 피해를 겪은 바 있어, 한달만에 재발된 4대강 재앙에 주민들의 분노가 걷잡을 수 없이 폭발할 전망이다.대구 <매일신문>에 따르면, 수자원공사측은 최근 장마와 태풍으로 인해 낙동강 물이 불어나 유속이 빨라지면서 낙동강을 가로지르는 송수관로 일부가 유실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낙동강 4대강사업으로 인해 강바닥을 준설하면서 강바닥에 묻혀 있던 송수관로가 수중으로 드러나면서 누수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 30일 오전 5시를 기해 경기도 여주 일원에 호우주의보가 발효된 가운데 오전 남한강 강천보 공사현장 임시물막이가 충주댐 방류가 지속되고 섬강을 비롯한 지천 유입량이 급증하면서 유실됐다. ⓒ연합뉴스
이와 함께 4대강공사가 진행중인 경기도 여주 강천보에서 이날 새벽부터 내리기 시작한 호우로, 오전 7시30분께부터 임시물막이가 유실되기 시작했다. 오전 8시 현재 전체 길이 250m의 임시물막이 가운데 가교와 연결되는 구간 40m에서 강물이 임시물막이를 넘으며 이 구간이 유실됐다. 강천보 임시물막이의 높이는 41.5m(해발)이나 유실된 구간은 40.5m로 낮게 설치돼 유실 사고가 발생했다.강천보는 전체 7개 수문 가운데 4개 수문을 개방해 물을 흘려보내고 있고 나머지 3개 수문 앞에 설치된 임시물막이가 거센 수압을 이기지 못하고 붕괴되고 있다.또한 전날에는 충주 인근의 남한강 7공구 비네늪 부근에서는 공사중인 교량이 유실됐다. 교량에 시멘트를 타설하기 위해 설치한 구조물이 평상시와 다름없는 수위에도 불구하고 허망하게 무너져 내린 것. 대규모 준설로 유속이 빨라졌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 29일 붕괴된 남한강 7공구 교량. ⓒ여주환경운동연합 제공
이밖에 남한강 4대강 사업장 인근 지천의 다리에서 일부 역행침식 우려가 제기되고, 금강 일대에서도 심상치 않은 피해가 우려되는 등 전국 4대강사업장 곳곳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29일 헬기를 타고 낙동강 일대를 돌아본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본지와 만나 "낙동강 일대에는 겨우 100mm 밖에 비가 오지 않았는데도 공중에서 바라보니 곳곳에서 토사가 밀려내려와 그동안 해온 준설이 헛준설이 된 사실이 확인됐다"며 "정권이 바뀌면 최소한 4대강의 16개 보는 모두 철거해야 할 것 같다"고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어제는 SBS 오늘은 MBC ~ 4대강 피해 보도......어뜩해....MB
강 바닥파서 수심을 깊게 하겠다......
비 한방에 제자리로 돌아가 버렸네???
강 중간에 토사가 흘러 내려와 쌓이고 뚝을 이루고 있네??
그거 또 유지 보수 공사해야겠네.....
이건 4대강 예산에 없었던것 같은데......
또 혈세 날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가자서작성일
2011-06-30추천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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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터리] 군생활매뉴얼, 땡보특집 2부
사실, '땡보'에 대해서는 전 편에 이야기 했듯,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다. 혹자는 군생활 내내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글을 올리고, 집에 있을 때 보다 인터넷을 더 많이 한 것을 부러워 하지만, 당사자는 오히려 다른 부대원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컴퓨터 앞에만 있었던 것이 별로 좋지 않았다고 이야기 하기도 한다. attuner님 말대로 방공포병(공군) 갔다가 산꼭대기에서 30개월 동안 도만 닦다가 내려올 수도 있는 것이고, 누구는 차라리 이러한 것을 부러워 하기도 할 것이다. 또, 하나 문제가 되는 것은 댓글에서 몇 몇 분들이 이야기 해 주신대로, 편하다면 편할 수 있는 그 부대가 공개되 혹시 관계자가 보기라도 하면 그 편한 보직을 계속 유지 할 수 없는 문제가 생기기도 할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느 부대라고 콕 찝어 이야기 하지 않으니 어느정도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 게다가 해당 간부에 따라서, 또 같이 생활하는 인원에 따라서 그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것이 예비역 아니겠는가. 떠도는 이야기들을 한 곳으로 집약했다고 생각해 주시면, 조금 더 재미있게 남의 군생활을 들여다 보는 것에 반감은 없을 것 같다. 자, 그럼 1부에 이어 무시무시한 이야기들을 계속 살펴보자. 2부 부터는 조금 전문화된, 그리고 생소한 부대의 이야기가 나올 수 있으니, 유의하며 읽으시길 부탁드린다. 1. 팩스병 어떻게 선발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많은 분들이 땡보라며 사연을 주셨다. 하지만 정작 해당 보직을 맡았서 근무하셨던 티니님의 경우 유격 혹한기를 전부 받고, 훈련 열외는 없었다고 한다. 그저 널리 알려진 대로라면 다른 인원들이 연병장에서 훈련등을 대비해 교육을 받고 있을 때, 팩스병은 지통실에서 팩스대기(?)를 하고 있으니 편하게 보였으리라 생각된다. 티니님이 남겨주신 댓글대로라면, 팩스병도 근무를 서는 인원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작업에 시달리는 듯 하다. (역시 군대는 작업)오히려 티니님께서는 '암호병'이나 '전령병' 또는, '부관부 문서수발병'이 땡보가 아닐까 하는 의견을 내 주셨다. 티니님이 남겨주신 글 중 재미있는 부분이 있어서 소개한다.
연대예하 해안아저씨들한테 미안한 일인데요, 이등병 한녀석이 졸면서 전문을 대충 받아서 지통실에 안넘겨주고(작전처꺼로 오인하고 휴일이니 당연히 그냥 둔건데) 그게 그다음날 저에게 발견되었죠... 내용이.. 그러니까호우주의보인가 경보로인해 너무 많은 비가 오기 때문에 장병들 사기가 떨어질것을 염려한 군사령관이었나 군단장이 해안부대 경계근무를 C형에서 B형으로 바꾸라고 했던것으로 기억하는데 (아마 그때가 취약시기였던가, C형이 매복일거고 B형이 소초근무인가요? 아 저는 경계근무는 안서봤기때문에...)그게 전달이 연대로 안내려간거죠, 이등병 한놈이 일처리 안해서 말이죠결국 그날밤 연대 해안경계서는 아저씨들은 바닷가에서 비 쫄딱 맞으면서 근무 서셨을건데, 물론 그다음날 그 이등병 열심히 혼나고 기타등등 다같이 작전참모한테 깨지고 그랬네요...아무튼 정말 죄송합니다 167 168 169연대 해안대대아저씨.. ㅠ.ㅠ<덧> 잠이 부족한 것이 단점. 24시간 내내 졸다가 졸음병 걸린다고 한다. 2. 토끼장(닭포함) 관리병 이건 아마 대대급에서 임의로 만든 보직일 거란 생각이 든다. 우리부대에서는 이와 같은 일을 '보일러관리병'이 담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 특기를 배정받고 간 병사가 아닌 까닭에 길게 할 말은 없지만, 96년1월군번님께서 남겨주신 댓글에 의하면
대대최고땡보1 : 토끼장(닭도몇마리)관리병=> 일과는 산에서 풀뜯기대대최고땡보2 : 보일러관리병=> 대대보일러 및 뒷산중턱의 저수탑관리 뭐하는지 안보이고 모든훈련,점호 열외주로 보일러실이나 산에서 토끼장관리병과 놀고있음개인적으로, 토끼장관리병과 놀고있다는 부분에서 뿜었다. 3. 공군파견(육군통신) 병사실 '파견'은 99.23%의 병사가 '땡보'로 생각한다. 사실 내 경우도 상병을 달고나서 부터는 대대에 홈페이지제작 및 사진촬영 등 기타 등등 업무를 수행하러 파견을 나가 있었다. 해당 부대의 피돌이(PX병)와 친하다면 사실 천국이 따로 없을 정도다. 특히 내 경우는 병사였지만 인터넷 사용 문제 때문에 BOQ에서 간부들과 생활을 한 관계로 7시에 브리핑 하는 것만 빼 놓고는 천국이 따로 없었다. 97년7월군번님이 남겨주신 육군의 '공군파견'에 대한 이야기도 같은 내용이다. 모든 훈련, 점호 열외, 공군에서 하는 모든 것에 열외되 는 것 같다. 6개월간 파견을 한다고 하는데 파견전 위로휴가 3박4일, 파견복귀후 위로휴가 3박4일까지 더하면, 군새활 1/4은 날로 먹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단, 하나 문제가 있다면 그 6개월간은 휴가를 나갈 수 없다는 사실. 물론, 없어지지 않고 남아 있으니 나중에 쓰면 된다. 가서 하도 할일이 없어서 '음어'를 공부한 97년7월군번 님의 경우, 음어대회에서 연대포상, 사단포상을 받아 도합 10일의 휴가를 또 받으셨다고 하니, 이쯤되면 땡보 인정. 4. 기무X왜인지는 모르겠으나, 댓글과 메일로 정보를 주신 분들께서 절대로 전체이름을 말씀 안하시고 위와 같이 적어서 보내주셨다. 사회에 나와서도 뭔가 누설하면 안되는 비밀이 있는 듯 하다. 참고로 이 부대에 대해서는 많은 예비역들이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군복 안 입고, 머리 길러도 되는 그런 부대다. 지금도 위와 같은지는 모르겠으나, 오래전 복무 하셨던 분들이 보내주신 이야기를 좀 옮기자면,
● 한달에 한번씩 꼬박 외박을 사복입고 나오고, 부대에서 너무 할게 없어서 가끔 작업 나가고 하루에 스포츠 신문만 수십종을 보고 싸이월드 미니홈피는 사회생활 할때보다 더 번창● 사무실에서 스포츠신문읽고 싸이하고 내무실 들어가서 위닝하고● 머리가 하도 길어서 아침에 일어나서 세면한후 머리에 스프레이 및 젤 바릅니다.● 혼자 사무실에서 워3● 눈 많이 와서 눈 쌓이면 공병대에 연락해서 트랙터로 한번 밀어달라고 합니다.보안상(?) 여기까지만 소개합니다. 여기까지만 소개해도, 상대 될만한 부대가 별로 없다. 5. 암호병 (사단이상급)암호병을 하신 분이 별로 없는지 아무도 이야기를 안 남겨 주셨지만, Black.Mantidae님께서 약간의 힌트를 주고 가셨다. 들어보니, 암호병이 땡보가 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가 있었다.
암호병이 복무하는 곳은 암호가 있어 출입금지지역이라 사단장,대대장,암호담당관 이렇게 셋을 제외하고는 모두 출입금지. 게다가 암호담당관의 지위가 준위인 까닭에 보급관(행보관)의 시야에서도 제외. 더 자세한 이야기는 해당 보직을 맡았던 예비역께서 댓글로 피드백 해 주시리라 믿는다.6. 휴양소 관리병이 보직에 대해서는 나도 잘 알고 있다. 나도 갈뻔(?)한 곳이기 때문에. 전설의 땡보로 알려져있다. 모든 훈련에 열외되며, 군인이라기 보다는 여행지 관리인에 가깝다. 물론, 군복을 입고 점호와 비슷한 상황보고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Passion님의 댓글을 잠시 인용하자면
저 같은 경우는 사병 두명이 있었고요. 취사병 및 PX병이 없어서 모두 알아서 합니다... 밥도 해먹고 청소도 하고 ...둘이서..쭈우욱.... 보급품이나..근처 장교들이 방문시에는 청소를 빡시게 하긴하지만 커피도 근처 다방에서 시켜 먹기도 하고 바닷가인 관계로 근처에 먹거리들이 많습니다.^^ 물론 심심하긴 합니다. 두명밖에 없어서......병장때는 자원해서 본부로 복귀했습니다. 넘 무료하고 심심해서.이정도다. 역사박물관 내지 휴양소 연못담당 (일명 '피시 피더')에 대해 글을 남겨주신 고무신꿀님과 저기요님의 댓글도 잠시 인용하자면
어항 담당이 있었다는... 아침에 일어나서 어항 모이 주고, 한참 놀다가, 일주일에 한 번 물갈고. 그거말고는 할 꺼 없어서 오히려 죽을만큼 심심했었다고.개인 시간이 많은 까닭에 내가 아는 병사의 경우 수능공부를 해서 제대 후 수능을 다시 볼 수 있을 정도로 공부를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어느 부대나 그렇듯 높은 사람들이 주로 오는 곳은 항상 청결해야 하기 때문에 청소에 시달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특히나 그곳의 책임 간부가 까칠한 성격일 경우, 몇 번이고 다시 청소를 해야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부작용이 있다면, 우울증에 걸릴 수 있다는 것 정도. 7. 당번병 이 보직에 대해서는 길게 이야기 하지 않을 생각이다. 그냥 '땡보'일 확률 99.9%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사회에서는 '비서'와 같은 임무를 수행하며, 대대장 이상급 부터 당번병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대대장 이상급 당번병만 해도 일반 병사들에 비해 '땡보'로 인식이 되겠지만, 그보다 높은 분들의 당번병은 말할 것이 없다. 살짝씩만 들여다 보자. 고무신님이 남겨주신 댓글
일과는 커피타기와 전화받기, 남는 시간 공부하거나 책읽기. 휴일보다 평일이 더 좋대요.모든 작업은 열외. 강원도에 있는데 눈 한번 안 쓸어봤다고 합니다. 유격 가서도 남들 훈련받고 행군할때 천막 안에 앉아서 커피 타마시며 놀았답니다. 군대 안의 서비스직(?)이라 정신적으론 힘들다고 하지만 몸은 제일 편하지 않나 싶어요.많은 예비역들은 저 굵은 글자가 무슨 뜻인 줄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felix님이 남겨주신 댓글
카펫깔린 사무실에서 하루 열 시간 이상 CM(지금은 FM으로 바뀐 전설의 폐인 게임)을 주 일과로 하였습니다.훈련 열외, 일조 점호 열외, 일석점호 수시로 열외(업무가 늦게 끝나는 지라)전 소령, 중령, 대령이랑 같은 방 써서 그 분들 그냥 아저씬 줄 알았는 데 그 계급이면 아래부대들에선 신같은 존재였더군요.. 다들 제게 차 한잔도 부탁(!)하고 눈치보던 착한 분들이었는 데 말이죠...그냥 아저씨와 착한 분들의 2단 콤보. felix님이 휴가에 대해 써 주신 글
......(생략) 이렇게 나가다보니 한 후배는 휴가나와있던 어느 봄 날 학교에서 만나 이런 인사를 하더군요.형~수업들으러 가세요?이쯤되면 땡보중에서도 '본좌'라 할 수 있다. 땡보이야기만 계속 하니, 사회에서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군대가 저렇게 편한가?' 하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 땡보특집에서 소개하는 것은 그만큼 상상할 수 없는 군생활이며, 꿈도 꾸지 못했던 특별한 경험들이기에 소개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나, 땡보의 요건은 '보직' 이라기 보다는 간부-상황-보직 의 삼위일체가 되어야 '꿀 좀 빨았군' 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시간에도 어느 병사는 총을 매고 경계근무를 서고 있을 것이다. TV에서 무슨 날 새벽이면 보여주던, 그 순찰이나 경계근무는 그날만 하는 것이 아니고 매일 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새벽에만 서는 것이 아니고 교대로 하루 종일 근무를 선다. 저녁에는 불침번, 상황근무 까지 말이다. 험상궂은 군인 아저씨가 아닌 스무살 초반의 형, 동생, 오빠, 아들 이다. 주변에 국군아저씨가 있다면 오늘은 시간내어 편지를 한 통 보내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이 든다. 개인적인 기준으로 너무 과격하거나,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상세한 정보등은 적지 않을 생각이다. 특히 지난 글에 달린 '여군'과 관련된 댓글의 경우, 19세 미만에게 공개하기 어려운 내용을 담고 있기에 아무래도 소개는 못할 것 같다는 말씀을 드리며, 메일로 사연을 보내주신 분들의 경우, 빠른 소개를 약속 드렸음에도 불구하고 댓글의 내용이 너무 많아진 까닭에 아직 한분도 소개를 못 해드렸다는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2부에서 모두 소개하고 마무리를 하려고 했지만, 아무래도 내용이 길어지다 보니 TOD에 대한 이야기나 철도관리병등에 대한 이야기는 3부로 미뤄야 할 것 같다. 2부에서 생소한 보직이나 군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겠지만, 3부는 더욱 흥미진진하고 믿기 힘든 이야기들을 소개하리라 약속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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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터리] 군생활매뉴얼, 땡보특집
웹서핑 하다가 재밋게 볼 수 있을만한 게시물이 있어서 올려봅니다..
혹시나 미연시님.. 게시판 성격에 맞지 않는 글이라면.. 이동 시켜주셔도 괜찮습니다..
출처 : 다음 - 무한의 노멀로그 블로그 _ by 무한님
땡보특집 1부
사진병, 의무병, 운전병... 아직 군에 가지 않은 많은 가이들이 도대체 정말 편한 보직, 즉, 땡보는 도대체 무어냐고 묻는다. 그에 대해 예비역들은 '딴 거 없어, 짬 먹으면 편해' 라고 대답할지도 모른다. 아니면, 군생활 경험중 자신이 본 정말 편해 보이는 보직을 이야기 할 수도 있다. 이런 궁금증을 해결해주기 위해 나는 4월 중순부터 군생활 매뉴얼을 연재하며 '땡보' 이야기를 모집했다. 수 많은 분들이 메일과 댓글을 통해 자신이 아는 '땡보' 이야기를 해 주셨다. 나는 그 글들을 읽으며 라면국물이 눈에 들어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군생활이 어찌 그럴 수 있습니까!!!"이 글을 읽는 수 많은 예비역들은 자신들의 군생활에 대해 깊은 한숨만 내쉴 수도 있다. 앞으로 소개할 보직들은 그동안 이야기로만 듣던 '꿈의 군생활, 혹은 환상의 군생활'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이미 2년 머물다 온 곳, 억울하다고 다시 가겠는가. 땡보특집편을 시작하기 전에, 꼭 하나 당부하고 싶은 것은 앞으로 이야기 할 모든 보직들이 '모두' 같은 것은 아니다. 아무래도 개인적인 경험을 담고 있기에 전체에 적용하기는 무리가 있으며, '부대'에 따라서 다르고 '장소'와 '시기'에 따라서 다르다는 것도 이해해 주었으면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내 친구가 그 부대 나왔는데, 힘들었다는데?" 혹은 "나 거기 나왔는데, 절대 안 편하다 이거 엉터리다."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소갈비가 매일 나오는 부대가 있다고 해도, 소고기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으면 지옥같을테니, 그러한 점을 염두해가며 읽어주길 바라고, 편한 것은 순번이 아닌 무작위로 설정해서 이야기 하고자 한다. 너무 많은 분량의 체험담(?)을 보내주셔서 한꺼번에 정리할 수가 없다. 자, 그럼 달려보자. 1. 연대(여단)급 이하 알려진 땡보병들명색이 땡보 특집인데, "px병이 편해요", "운전병이 편해요" 이따위 소리나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러기엔 주특기를 받지 않고 일반 보병으로 갈 가이들에겐 희망이 없다는 소리 아닌가. 군종병이 편하다는 의견을 보내주신 분도 있는데, 혹 편하다는 이유로 지원한 것이라면 병장을 달아도 그 종교활동에 가야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더군다나, 연대(여단)급 이하 군종병은 훈련열외 같은거 없다. 남들 할 때 다하고, 남들이 쉴때도 종교활동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일부 연대(여단)이상의 부대, 사단급의 부대등은 군종병 모든 훈련 열외라는 이야기도 있다. (이 부분은 사단 군종병 등의 경험이 있는 예비역독자분들께서 댓글로 피드백 두시리라 믿는다)px병, 사단급 정도에서는 편할지 몰라도 그 이하에서는 대부분 훈련은 거의 다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일과가 빠지기는 하지만, 남들 다 쉬는 토.일.공휴일에 px는 열려있다는 것을 잊어선 안된다. 더군다나 px는 대부분 돈이 빵꾸(?)나는 일이 많은데, 그 돈을 px병도 함께 물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 부대에서는 150만원인가 비어서 보급관과 px병 둘이 힘을 합쳐셔(?) 해결한 것으로 알고 있다. 개인적으로 작은 부대의 px병은 땡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행정병(보급계,교육계,인사계,총포계 등등)의 경우는 이전 댓글에서도 알 수 있듯, 의견이 분분하다. 훈련시 식사추진이나 기타 여러가지 작업등으로 설렁설렁 보낼 수 있겠지만, 검열이라도 나오면 잠을 못잔다. 일반 병사들도 마찬가지겠지만, 그 부대 간부의 능력여하에 따라서 편한 정도가 달라진다. 사교적일 수록 편해진다고 생각한다. 물론, 짬이 안될때 너무 사교성이 좋은것은 '날 좀 갈궈 주세요' 라고 하는 것과 같은 의미다. 행정병이면서 포상휴가를 한 번도 못 나간 분이 지난 글에 댓글을 남겨주셨는데, 엄청 특이한 케이스고, 대부분 포상휴가.외박.외출 등이 많다.
<행정병 최악의 케이스>저는 행정병이었지만 너무나 빡세게 생활해서..ㅜㅜ(3개처부 선임의 영창행 및 전출)혼자서 다했거든요..ㅎㅎ아무리 그래도 군대는 남자의 추억이죠.ㅎㅎ참고로 유격하다말고 행정업무보는놈은 저밖에 없었을겁니다화생방교장 > 컴퓨터 있는 처부까지 30분 > 다시 화생방...이건 뭐...ㅇ;ㅣ겸ㅍ3ㅈ덜쟈ㅓㅎ;ㅁ개ㅑ덯ㅁㄷ홈ㄷ-슈리님이 남겨주신 댓글운전병이 땡보라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 봤을 것이다. 이것도 걸리는 차에 따라서 다르다. 나중에 운전병 이야기가 또 나오니, 여기서는 일반 운전병에 대해 이야기 하자면, 자동차나 장갑차를 만지는 보직 중에 편한 보직은 없다. 특히 짬이 안될 때에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인터넷에 올라온 고민중에, 상병을 달았는데 운전 잘 못한다고 정비만 시켜 군생활이 힘들다는 고민도 보인다. 차와 운전이 좋다면 행복할지 모르지만, 사회에서의 운전과 같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의무병, 그나마 연대(여단)급 이하의 부대에서는 의무병을 개인적으로 최고라 생각한다. 의무병으로 전역한 예비역들이 보면 기분 나쁠지 모르지만, 의무병은 이상하게 이등병때부터 '빠져' 있다. 뭐가? 군기가. 일병만 달아도 일반 상병들보다 훨씬 자연스러운 모습을 많이 보인다. 배가 아프다고 하니 배에다 빨간약 발라줬다는 것은 옛날 개그고, 보고하기 때문에 많이 묻는지 몰라도 엄청 물어봐 놓고는 결국 '일단 휴식을 취해야 합니다'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체해도, 휴식. 감기도, 휴식, 머리가 아파도, 휴식, 근데 신기한 것은 쉬고 나면 낫는다.
<의무병 최고 케이스>다른 전투중대 파견을 나가면 '아저씨' 대접 받으면서 타중대 일,이등병이 밥까지 타서 줍니다..ㅡ,.ㅡ;; 5분 대기 파견나가면 통신병과 함께 작업열외.(이건 전투중대 소대장에 따라서 다른데 제가 한참 5대기 뛰던 일병, 상병때에는 90% 열외시켜줬습니다. 상 말 때 부터 떠라이들이 소대장을 하는 바람에..제 후임들부터 개피보고 피똥쌌습니요.ㅡ,.ㅡ)진지공사 파견 나가면 일병 물 뽕 짬인데도 불구하고 낙엽치웁니다. 이것도 무지 힘든일(?)한 겁니다. 원래는 노터치 에요. -블루크라운님이 남겨주신 댓글대대급 의무병이라고 절대 실망할 필요는 없다. '파견'이야 말로 대대급 의무병을 진정 땡보로 만들어 줄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자신과 별 관계 없는 사람들의 집단에 들어서 느끼는 편안한 군생활. 단, 해당 부대 지휘관이나 간부에 따라 엄청난 차이가 있음을 잊어선 안된다. 2. 사진병의견을 주신 코프님에 따르면, 사진병은 한 번 행사 때마다 적어도 500장 정도의 사진을 찍는다고 한다. 연사로 놓고 셔터를 꾹 누르는 것은 아닐 것이고, 각기 다른 각도와 상황에서 500장 정도의 촬영을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거나, 나중에 사진가가 될 사람에게는 이보다 더 좋은 일은 없다. 솔직히 나도 부대에서 여러가지(?)일을 하며 사진병도 했었다. 대대 사진병이었는데, 대대급 이상의 행사가 있을 경우 다른 부대의 사진병들도 온다. 내 경우 미군 사진병과 사단 사진병, 여단 사진병이 왔었고, 그리고 나까지 넷이 사진을 찍으러 참석했다. 미군 투스타가 코인을 나눠주고 대대장과 사단장도 와서 악수하고 그러는데 미군은 d2h(니콘 dslr)를 쓰고 있었고, 사단 사진병은 d80(니콘 dslr)을 쓰고 있었다. 여단 사진병은 쿨픽스 5700(니콘 하이엔드)을 사용하고, 난 니콘의 컴팩트 카메라(똑딱이)를 가지고 있었는데, 위치 싸움이 대단했다. 지금도 궁금한 것은, 왜 그때 d100(니콘 dslr)을 꺼내지 말라고 했을까가 궁금하다. 상급 부대보다 사진기가 좋으면 안되니까? 가슴아프다. 요즘은 dslr이 워낙 많이 보급된 추세라, 부대마다 dslr 한대씩은 다 있을 것이다. 물론, 허가 받지 않은 것일 수도 있고 간부 개인 물품일 수도 있다. 사진병이 되면 만질 수 있고, 이론적인 부분은 책을 사서 공부할 수도 있다. 듣기로는 사진병 주특기를 받으면 dslr보다 slr을 많이 사용하는 것을 알고 있다. 더군다나 현상과 인화도 직접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모두들 열병이나 사열 연습하며 연병장에서 하루 종일 시달리고 있을 때, 어디 조용한데 짱박혀서 대기하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다만 윗 사람들은 50미리 표준렌즈만으로도 연병장에 서 있는 모든 병사와 사열대에 있는 자신들 한장에 다 담아줄 것을 요구할 때가 있다. 무슨 예술사진 하겠다고 사진병으로 가는게 아니라는 것은 꼭 명심해야 한다. 말 그대로 '사진병' 이다. 3. 엠블런스 운전병앞서 연대(여단)이하의 운정병을 힘들다고 했지만, 엠블런스 운전병은 좀 다른 것 같다. 임섭님께서 알려주신 정보에 의하면,
일과는 아침에 환자들이 대대에서 올라 오면 진료후 증상에 따라 사단병원이나 군단 병원으로 이송 하는게 주 업무인데 사단병원과 군단 병원에 내려 주면 저녁 시간 까지 시내 당구장이나 커피숍에서 비둥 거리다 들어 가는게 일과의 전부 입니다,엠블런스 특성상 응급 환자 발생 할수 있어서 야간 불침번이나 외곽근무 절대 없습니다,유격이나 모든 훈련 교육 없습니다,환자들 외진 없는날은 차량 정비가 고작인데 엠블런스는 항상 대기해야 하기 때문에 정비병들이 바로 바로 해줍니다,전방 예비사단 특성상 훈련이 많은데 훈련시 보병뒤에 따라다니는 차량들은 리더찦 이라 해서 소형 엠블런스들이 따라 다니고 연대 엠블런스는 미리 숙영지 가서 대기 하는게 전부 입니다,,다른 편한 보직들이 많이 있다고 하지만 간부들 관섭 없이 편하게 지낼수 있는 보직 이 엠블런스 운전병 이였건것 같습니다,땡보 인정. 유격이나 모든 훈련, 교육 없고, 외곽근무나 불침번 없고, 당구장이나 커피숍 (지금은 pc방일듯)에서 시간을 보내는게 일과. 아마 1부에서는 엠블런스 운전병이 최고의 보직이 될 듯 싶다. 보내주신 글에서의 이야기 처럼 "훈련시 따라다니는 소형엠블, 연대 엠블런스는 숙영지가서 대기" 에 해답이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임섭님께서 밝혀주신대로 20년 전 일이라는 것이다. 최근에 연대(여단)급 이상 엠블런스 운전병을 하신 예비역이 계시다면 댓글로 피드백을 부탁드린다. 4. 정훈병 사실 나는 개인적으로 정훈병이 하고 싶었다. 사진도 찍고, 글도 많이 쓸 것이고, 적성에는 딱 맞는다고 생각했지만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하기 싫다고 안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게 군대다. 정훈병은 대부분 교육자료를 만들고 배포할 자료를 만드는 등의 일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정훈병에 대해서는 땡보였었지님께서 설명해주신 댓글이 있다.
전 정훈병이었습니다. 2군지역 정훈병 기상나팔로 시작해 취침나팔로 끝나는 생활 덕분에 2년동안 점호열외되는 훌륭한 보직이죠 맨날 교육자료만들고 훈시문쓰고 대학/대원원 다니는 간부들 리포터 대신 써주고 살았죠. 사진인화하러, 비디오교육자료편집하러, 리포터자료찾으러 심지어 신문대금수납하러 등등의 이유로 1주일 2-3회 업무외출해서 다방과 비디오방 만화방을 전전했던 굉장히 편했지만 쩐이 많이 들어갔던 땡보였지요 ㅋㅋㅋ 그래도 하늘은 공평하시더군요. 제게 편한 보직을 허락하셨지만 *같은 부사수를 주셔서 제대하기 전날까지 연대장훈시문 만들었습니다. 부사수*가 자살소동을 두번이나 벌인 꼴통이라 ㅋㅋㅋ훈련이나 근무에 대한 이야기는 없어서 자세히 알진 못하지만, 이정도 땡보직이면 인정할만 하다. 다방과 비디오방 이야기가 있는 걸로 봐서 땡보였었지님은 전역하신지가 꽤 되신 것 같다. 좀 더 최신화 된 정훈병의 이야기를 에헴님이 남겨주셨다.
저도 정훈병이라 국직부대 공보실에서 근무했습니다.기본 소령3명 중령 3명 대령 1명이랑 같이 근무해서 뭐 영관급은 그냥 친구나 마찬가지였죠 중령급이상은 경례도 안하고 뭐 짬좀 있어보이는 준장은되야지 경례를.소장쯤되야지 경례를 했습니다. 항상 일조점호 일석점호는 열외.불침번 열외. 경계열외. 잠을 많이 못잔다는 단점이 있지만 무한 인터넷의 자유로움으로 남들의 부러움을 샀었죠. 뭐 인트라넷 한번 해보는게 평생 소원이었습니다면 결국 인트라넷은 접속조차 해본적이 없습니다. 하는일이야 신문보고 뉴스보고 커피타고 이런일들. 식사도 간부들이 사주는 치킨 피자 족발 떡볶이 김밥 뭐 이런것은 지겨워서 잘 안먹습니다. 군데리아가 그리워서 군데리아 먹고싶다고 피자 치킨 족발을 피한적도 있다는.. 유격 혹한기는 단 하루만. 훈련이 있을시 버스타고 이동. 땡보라면 땡보지만 잠을 잘 못잔다는것이 저에게는 고통이었습니다ㅠ 하루 수면시간이 5시간자면 잘잔것이었으니. 에헴님의 이 댓글로 땡보 인정. 군데리아가 그리워서 군데리아가 먹고 싶을 정도라니, 면회객이 오면 px를 어슬렁거리며 닭다리라도 하나 주워먹으려 했던 많은 군인들이 눈 앞을 지나간다. 사실, 보내주신 메일의 내용은 너무 충격(?)적인 내용들이 많아서 소개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 되는 부분도 있다. (검색해도 안나오는 처음 들어보는 보직도 있음) 그래도 땡보특집편이 많이 길어지는 것에 구애받지 않고 대부분의 내용을 소개할 예정이다. 메일과 댓글을 남겨주신 모든 분께는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윗 글을 읽으셨으면 아시겠지만 이건 나 혼자 작성할 수 있는 메뉴얼이 아니다. 여러 예비역분들께서 조금씩 들려주시고, 곰신분들이 제보를 주시고, 79년에 군생활을 하신 분 마저도 댓글을 남겨주시며 동참해 주신, 함께 쓰고 있는 글이라 생각한다. 이것으로 1부는 마무리 할 생각이다. 2부의 내용을 살짝 공개하자면,
전 소령, 중령, 대령이랑 같은 방 써서 그 분들 그냥 아저씬 줄 알았는 데 그 계급이면 아래부대들에선 신같은 존재였더군요.. 다들 제게 차 한잔도 부탁(!)하고 눈치보던 착한 분들이었는 데 말이죠...벌써부터 다리가 덜덜덜 떨?읒?않는가? 내가 부대에 있을 때에는 중령이 이름만 불러도 목청이 터질 정도로 관등성명을 댔다.
24개월군복무중 21번을 나왔습니다.. 외박 휴가 포함..ㅋ도대체 무슨 부대 였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언제나 풀가동되고 있던 위닝일레븐9..위닝을 모르고 살았던 tod 사수는 3달여만에 gp내 위닝의 괴고수로 이름을 떨치게되고..
이건 힌트가 많이 들어가 있어서 벌서 눈치 채신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땡보특집 2부
지난 회에 적어주신 예비역들의 엄청난 댓글에 놀랐다. 군생활 매뉴얼 사상 최고의 조회수와 댓글, 그리고 추천수를 가지며 '땡보'에 대한 각양각색의 견해와 정보를 들을 수 있었다. 글을 시작하기 전에, 댓글로 의견을 남겨주신 많은 예비역, 그리고 독자 분들과 메일을 주신 많은 분들께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사실, '땡보'에 대해서는 전 편에 이야기 했듯,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다. 혹자는 군생활 내내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글을 올리고, 집에 있을 때 보다 인터넷을 더 많이 한 것을 부러워 하지만, 당사자는 오히려 다른 부대원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컴퓨터 앞에만 있었던 것이 별로 좋지 않았다고 이야기 하기도 한다. attuner님 말대로 방공포병(공군) 갔다가 산꼭대기에서 30개월 동안 도만 닦다가 내??수도 있는 것이고, 누구는 차라리 이러한 것을 부러워 하기도 할 것이다. 또, 하나 문제가 되는 것은 댓글에서 몇 몇 분들이 이야기 해 주신대로, 편하다면 편할 수 있는 그 부대가 공개되 혹시 관계자가 보기라도 하면 그 편한 보직을 계속 유지 할 수 없는 문제가 생기기도 할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느 부대라고 콕 찝어 이야기 하지 않으니 어느정도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 게다가 해당 간부에 따라서, 또 같이 생활하는 인원에 따라서 그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것이 예비역 아니겠는가. 떠도는 이야기들을 한 곳으로 집약했다고 생각해 주시면, 조금 더 재미있게 남의 군생활을 들여다 보는 것에 반감은 없을 것 같다. 자, 그럼 1부에 이어 무시무시한 이야기들을 계속 살펴보자. 2부 부터는 조금 전문화된, 그리고 생소한 부대의 이야기가 나올 수 있으니, 유의하며 읽으시길 부탁드린다. 1. 팩스병 어떻게 선발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많은 분들이 땡보라며 사연을 주셨다. 하지만 정작 해당 보직을 맡았서 근무하셨던 티니님의 경우 유격 혹한기를 전부 받고, 훈련 열외는 없었다고 한다. 그저 널리 알려진 대로라면 다른 인원들이 연병장에서 훈련등을 대비해 교육을 받고 있을 때, 팩스병은 지통실에서 팩스대기(?)를 하고 있으니 편하게 보였으리라 생각된다. 티니님이 남겨주신 댓글대로라면, 팩스병도 근무를 서는 인원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작업에 시달리는 듯 하다. (역시 군대는 작업)오히려 티니님께서는 '암호병'이나 '전령병' 또는, '부관부 문서수발병'이 땡보가 아닐까 하는 의견을 내 주셨다. 티니님이 남겨주신 글 중 재미있는 부분이 있어서 소개한다.
연대예하 해안아저씨들한테 미안한 일인데요, 이등병 한녀석이 졸면서 전문을 대충 받아서 지통실에 안넘겨주고(작전처꺼로 오인하고 휴일이니 당연히 그냥 둔건데) 그게 그다음날 저에게 발견되었죠... 내용이.. 그러니까호우주의보인가 경보로인해 너무 많은 비가 오기 때문에 장병들 사기가 떨어질것을 염려한 군사령관이었나 군단장이 해안부대 경계근무를 c형에서 b형으로 바꾸라고 했던것으로 기억하는데 (아마 그때가 취약시기였던가, c형이 매복일거고 b형이 소초근무인가요? 아 저는 경계근무는 안서봤기때문에...)그게 전달이 연대로 안내려간거죠, 이등병 한놈이 일처리 안해서 말이죠결국 그날밤 연대 해안경계서는 아저씨들은 바닷가에서 비 쫄딱 맞으면서 근무 서셨을건데, 물론 그다음날 그 이등병 열심히 혼나고 기타등등 다같이 작전참모한테 깨지고 그랬네요...아무튼 정말 죄송합니다 167 168 169연대 해안대대아저씨.. ㅠ.ㅠ
<덧> 잠이 부족한 것이 단점. 24시간 내내 졸다가 졸음병 걸린다고 한다. 2. 토끼장(닭포함) 관리병 이건 아마 대대급에서 임의로 만든 보직일 거란 생각이 든다. 우리부대에서는 이와 같은 일을 '보일러관리병'이 담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 특기를 배정받고 간 병사가 아닌 까닭에 길게 할 말은 없지만, 96년1월군번님께서 남겨주신 댓글에 의하면
대대최고땡보1 : 토끼장(닭도몇마리)관리병=> 일과는 산에서 풀뜯기대대최고땡보2 : 보일러관리병=> 대대보일러 및 뒷산중턱의 저수탑관리 뭐하는지 안보이고 모든훈련,점호 열외주로 보일러실이나 산에서 토끼장관리병과 놀고있음
개인적으로, 토끼장관리병과 놀고있다는 부분에서 뿜었다. 3. 공군파견(육군통신) 병사실 '파견'은 99.23%의 병사가 '땡보'로 생각한다. 사실 내 경우도 상병을 달고나서 부터는 대대에 홈페이지제작 및 사진촬영 등 기타 등등 업무를 수행하러 파견을 나가 있었다. 해당 부대의 피돌이(px병)와 친하다면 사실 천국이 따로 없을 정도다. 특히 내 경우는 병사였지만 인터넷 사용 문제 때문에 boq에서 간부들과 생활을 한 관계로 7시에 브리핑 하는 것만 빼 놓고는 천국이 따로 없었다. 97년7월군번님이 남겨주신 육군의 '공군파견'에 대한 이야기도 같은 내용이다. 모든 훈련, 점호 열외, 공군에서 하는 모든 것에 열외되는 것 같다. 6개월간 파견을 한다고 하는데 파견전 위로휴가 3박4일, 파견복귀후 위로휴가 3박4일까지 더하면, 군새활 1/4은 날로 먹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단, 하나 문제가 있다면 그 6개월간은 휴가를 나갈 수 없다는 사실. 물론, 없어지지 않고 남아 있으니 나중에 쓰면 된다. 가서 하도 할일이 없어서 '음어'를 공부한 97년7월군번 님의 경우, 음어대회에서 연대포상, 사단포상을 받아 도합 10일의 휴가를 또 받으셨다고 하니, 이쯤되면 땡보 인정. 4. 기무x왜인지는 모르겠으나, 댓글과 메일로 정보를 주신 분들께서 절대로 전체이름을 말씀 안하시고 위와 같이 적어서 보내주셨다. 사회에 나와서도 뭔가 누설하면 안되는 비밀이 있는 듯 하다. 참고로 이 부대에 대해서는 많은 예비역들이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군복 안 입고, 머리 길러도 되는 그런 부대다. 지금도 위와 같은지는 모르겠으나, 오래전 복무 하셨던 분들이 보내주신 이야기를 좀 옮기자면,
● 한달에 한번씩 꼬박 외박을 사복입고 나오고, 부대에서 너무 할게 없어서 가끔 작업 나가고 하루에 스포츠 신문만 수십종을 보고 싸이월드 미니홈피는 사회생활 할때보다 더 번창● 사무실에서 스포츠신문읽고 싸이하고 내무실 들어가서 위닝하고● 머리가 하도 길어서 아침에 일어나서 세면한후 머리에 스프레이 및 젤 바릅니다.● 혼자 사무실에서 워3● 눈 많이 와서 눈 쌓이면 공병대에 연락해서 트랙터로 한번 밀어달라고 합니다.보안상(?) 여기까지만 소개합니다.
여기까지만 소개해도, 상대 될만한 부대가 별로 없다. 5. 암호병 (사단이상급)암호병을 하신 분이 별로 없는지 아무도 이야기를 안 남겨 주셨지만, black.mantidae님께서 약간의 힌트를 주고 가셨다. 들어보니, 암호병이 땡보가 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가 있었다.
암호병이 복무하는 곳은 암호가 있어 출입금지지역이라 사단장,대대장,암호담당관 이렇게 셋을 제외하고는 모두 출입금지. 게다가 암호담당관의 지위가 준위인 까닭에 보급관(행보관)의 시야에서도 제외.
더 자세한 이야기는 해당 보직을 맡았던 예비역께서 댓글로 피드백 해 주시리라 믿는다.6. 휴양소 관리병이 보직에 대해서는 나도 잘 알고 있다. 나도 갈뻔(?)한 곳이기 때문에. 전설의 땡보로 알려져있다. 모든 훈련에 열외되며, 군인이라기 보다는 여행지 관리인에 가깝다. 물론, 군복을 입고 점호와 비슷한 상황보고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passion님의 댓글을 잠시 인용하자면
저같은 경우는 사병 두명이 있었고요. 취사병 및 px병이 없어서 모두 알아서 합니다... 밥도 해먹고 청소도 하고 ...둘이서..쭈우욱.... 보급품이나..근처 장교들이 방문시에는 청소를 빡시게 하긴하지만 커피도 근처 다방에서 시켜 먹기도 하고 바닷가인 관계로 근처에 먹거리들이 많습니다.^^ 물론 심심하긴 합니다. 두명밖에 없어서......병장때는 자원해서 본부로 복귀했습니다. 넘 무료하고 심심해서.
이정도다. 역사박물관 내지 휴양소 연못담당 (일명 '피시 피더')에 대해 글을 남겨주신 고무신꿀님과 저기요님의 댓글도 잠시 인용하자면
어항 담당이 있었다는... 아침에 일어나서 어항 모이 주고, 한참 놀다가, 일주일에 한 번 물갈고. 그거말고는 할 꺼 없어서 오히려 죽을만큼 심심했었다고.
개인 시간이 많은 까닭에 내가 아는 병사의 경우 수능공부를 해서 제대 후 수능을 다시 볼 수 있을 정도로 공부를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어느 부대나 그렇듯 높은 사람들이 주로 오는 곳은 항상 청결해야 하기 때문에 청소에 시달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특히나 그곳의 책임 간부가 까칠한 성격일 경우, 몇 번이고 다시 청소를 해야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부작용이 있다면, 우울증에 걸릴 수 있다는 것 정도. 7. 당번병 이 보직에 대해서는 길게 이야기 하지 않을 생각이다. 그냥 '땡보'일 확률 99.9%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사회에서는 '비서'와 같은 임무를 수행하며, 대대장 이상급 부터 당번병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대대장 이상급 당번병만 해도 일반 병사들에 비해 '땡보'로 인식이 되겠지만, 그보다 높은 분들의 당번병은 말할 것이 없다. 살짝씩만 들여다 보자. 고무신님이 남겨주신 댓글
일과는 커피타기와 전화받기, 남는 시간 공부하거나 책읽기. 휴일보다 평일이 더 좋대요.모든 작업은 열외. 강원도에 있는데 눈 한번 안 쓸어봤다고 합니다. 유격 가서도 남들 훈련받고 행군할때 천막 안에 앉아서 커피 타마시며 놀았답니다. 군대 안의 서비스직(?)이라 정신적으론 힘들다고 하지만 몸은 제일 편하지 않나 싶어요.
많은 예비역들은 저 굵은 글자가 무슨 뜻인 줄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felix님이 남겨주신 댓글
카펫깔린 사무실에서 하루 열 시간 이상 cm(지금은 fm으로 바뀐 전설의 폐인 게임)을 주 일과로 하였습니다.훈련 열외, 일조 점호 열외, 일석점호 수시로 열외(업무가 늦게 끝나는 지라)전 소령, 중령, 대령이랑 같은 방 써서 그 분들 그냥 아저씬 줄 알았는 데 그 계급이면 아래부대들에선 신같은 존재였더군요.. 다들 제게 차 한잔도 부탁(!)하고 눈치보던 착한 분들이었는 데 말이죠...
그냥 아저씨와 착한 분들의 2단 콤보. felix님이 휴가에 대해 써 주신 글
......(생략) 이렇게 나가다보니 한 후배는 휴가나와있던 어느 봄 날 학교에서 만나 이런 인사를 하더군요.형~수업들으러 가세요?
이쯤되면 땡보중에서도 '본좌'라 할 수 있다. 땡보이야기만 계속 하니, 사회에서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군대가 저렇게 편한가?' 하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 땡보특집에서 소개하는 것은 그만큼 상상할 수 없는 군생활이며, 꿈도 꾸지 못했던 특별한 경험들이기에 소개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나, 땡보의 요건은 '보직' 이라기 보다는 간부-상황-보직 의 삼위일체가 되어야 '꿀 좀 빨았군' 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시간에도 어느 병사는 총을 매고 경계근무를 서고 있을 것이다. tv에서 무슨 날 새벽이면 보여주던, 그 순찰이나 경계근무는 그날만 하는 것이 아니고 매일 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새벽에만 서는 것이 아니고 교대로 하루 종일 근무를 선다. 저녁에는 불침번, 상황근무 까지 말이다. 험상궂은 군인 아저씨가 아닌 스무살 초반의 형, 동생, 오빠, 아들 이다. 주변에 국군아저씨가 있다면 오늘은 시간내어 편지를 한 통 보내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이 든다. 개인적인 기준으로 너무 과격하거나,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상세한 정보등은 적지 않을 생각이다. 특히 지난 글에 달린 '여군'과 관련된 댓글의 경우, 19세 미만에게 공개하기 어??내용을 담고 있기에 아무래도 소개는 못할 것 같다는 말씀을 드리며, 메일로 사연을 보내주신 분들의 경우, 빠른 소개를 약속 드렸음에도 불구하고 댓글의 내용이 너무 많아진 까닭에 아직 한분도 소개를 못 해드렸다는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2부에서 모두 소개하고 마무리를 하려고 했지만, 아무래도 내용이 길어지다 보니 tod에 대한 이야기나 철도관리병등에 대한 이야기는 3부로 미뤄야 할 것 같다. 2부에서 생소한 보직이나 군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겠지만, 3부는 더욱 흥미진진하고 믿기 힘든 이야기들을 소개하리라 약속드린다.
땡보특집 3부
땡보특집을 진행하며 가장 신경쓰는 부분은 어느 수준까지를 '땡보'라고 부르냐는 것이다. 지난글을 읽고 카추샤 예비역분들과 해양경찰 예비역 분들, 그리고 전.의경과 공군 예비역들께서 메일을 많이 보내주셨다. 모두 분야(?)가 다르긴 하지만 한가지 공통된 이야기는, 땡보특집에서 다루는 '육군의 땡보' 따위는 위에서 언급한 부대들의 땡보의 발목도 못 잡는 다는 말이었다. 사실, 좀 의아한 것은 힘들다고 이야기 할 때에는 '우리 부대가 진짜 힘들지' 라고 이야기 하시던 분들이, 땡보특집이 찾아오자, '우리부대 누구누구 보다 편한 보직은 없지' 이렇게 변한다는 것이다. 땡보특집에서 최대한 넣지 않으려는 것은 '소문' 이다. 그렇기에 메일과 댓글로 예비역들의 경험담을 받아 정리하고 있으며, '소문'까지 끼어들었을 경우 '이등병때부터 핸드폰을 가지고 다니고, 머리는 기르며, 주말마다 술을 마시고, 싸이월드는 번창하며, 전역하기 싫을 정도'의 군생활도 만들어 질 수 있다. 그렇기에 '들은 얘기'는 최대한 옮기지 않는 다는 것을 말씀드린다. 그리고 하나 더, 카추샤라고 해도 분명 군생활이 힘든 부대는 있고, 어??보직은 있으며, 고생한 사람들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카추샤는 땡보입니다.' 라고 단정짓지 않는다는 것을 말씀드린다. 뿐만아니라 19세 미만이 읽기는 아무래도 부적절한 이야기는 삼가 주시길 부탁드린다. 입대할땐 혼자 들어갔는데, 나올 땐 셋이 나왔다는 이야기라던지, 1부에 댓글로 들려주신 여군학교(?)에서의 일이라든지, 아, 다방 종업원과 연애담까지는 괜찮다. 자, 그럼 드디어 3부를 시작해 보자. 2부도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의 땡보였지만, 3부는 좀 더 강하리라 생각하며, 앞으로 나오는 이야기들이 모든 부대, 모든 병사에 적용되지 않는 다는 사실은 꼭 인지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군대가 아무리 편해져도 이등병이 '군생활이 즐거워요~' 라고 하지 않는다는 것은 예비역이라면 다들 공감할 것 아닌가. 1. 당번병 (업그레이드 -> 공관병)당번병에 대해서는 지난 이야기에 다뤘지만 대부분 부대에서 높은 분들의 비서역할로 일하는 케이스로 알려져있다. 자세한 사항은 지난 이야기를 보시면 될 것 같고, 약간 첨부하자면 ebadac님의 댓글을 참고 하시면 될 것 같다.
cp병이 빠질 수 없겠죠. 무궁화 하나는 앉은 채로 맞이한다능. 대대장 이상은 되어야 의자에서 일어나는 정도? 그거 아세요? cp병은 뽑을 때 '외모'를 가장 중요하게 보지요. 다른 부대도 그런지 모르겠으나 저희 부대는 혹시 모를 지휘관과의 상성때문에 아예 전라도,경상도 출신은 cp병으로 뽑지 않았었습니다. 최소한 충청,경기,서울출신은 되어야 하고 학벌우수에 가정환경도 좋아야 하고, 비취인가를 위한 신원조회도 통과되어야 하지요. 사투리를 쓰면 안되고, 흉터 등이 없어야 하며, 비만이 아니어야 합니다. 쓰고보니 왠지 호빠의 호스트 느낌?사단이상의 cp병은 단독생활도 아니고, 부관이 위에 버티고 있어서 생각보다 자유롭지 않고, 대대급 cp병은 권력이 보잘 것 없고... 역시 연대급 cp병이 혼자 무한권력을 누릴 수 있으니 최고인 듯. 뭐, 일단 점호열외이니 그것만으로도... :) 저도 휴가라기보다는 1박2일 외출정도는 매월 나왔음. r짱이 본가 가시는 날 꼭 저도 서울로 데려가주셔서. 비슷한 급의 땡보로는 연대 1호차가 아닐지?
그러나, 지난 이야기에 다뤘던 당번병을 다시 다루는 이유가 있다. 바로 이 '당번병'이 업그레이드 된 '공관병'이라는 보직이 있기 때문이다. 소위 이야기하는 '스타'정도는 되어야 공관병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들은 주로 스타(장군)이 생활하는 '집'에서 복무를 하게 된다. 당번병도 땡보라 할 수 있겠지만, 공관병은 차원이 다르다. 그 집의 '식모' 살이를 한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나, 일단 고참이 없고 사제밥을 먹는다. 훈련은 모시는 스타(장군)에 따라서 다르기는 한데, 대부분 훈련을 받지 않는 것으로 알고있다. 물론, 까칠한 사모님이 있는 집이라면 차라리 부대생활이 나을정도의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는 댓글도 있었다. 하지만 메일로 보내주신 사연들에는 15kg정도 살이쪄서 제대를 했다는 이야기도 있으니, 뭐, 독자의 판단에 맡기겠다. 공관병 중에서도 최고의 케이스가 있었으니, 바로 모시는 높은분이 자신의 '아버지' 일 경우다. (응? 뭥미?) 그렇다. 바로 자기 '집'에서 군복무를 하는 것. 지금도 그런 일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예전에는 위와 같은 일이 실제로 있었다고 한다. 이정도라면 '신의아들' 이라는 '면제'보다 훌륭한 땡보가 아닐까?2. 해외파병사실 이건 보직이라기보다 지원해서 선발이 되어야 하니, 특별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지만 해외 파병을 다녀오신 cromel78님께서 사연을 보내주셨다.
최고의 좋은 보직은.... 해외 파병 나가있는 병사입니다... ^^ 물론 .. 힘든곳에 가면 상당히 힘이 들수도 있습니다..^^ (한국군 끼리 따로 모여서 있는 경우 .. 이라크 같은 대단위 부대의 경우는 힘듭니다..)전 위에 있는 편하다는 의무병이였고.. 아프칸 파병을 신청했는데 아프카니스탄은 안가고.. 키르기즈스탄에 있는 마나스기지에서 6개월을 보냈습니다... 최고의 천국입니다.. 개인 소지품으로 xbox^^ 일과중엔 퀘이크랜파티와 플스를 마음끗 할수있습니다...^^ 물론 공항에 나가면 맥주와 보드카두 마실수 있습니다..^^ 기지 안에서는 맥주 몇병 정도랑 .. 맛난 외국음식두 마음껏 먹을수 있고요^^6개월 다녀오면 24박 25일 휴가두 줍니다..
이렇듯 쉽게 접할 수 없는 경우이니 말씀해주신 것 처럼 '땡보' 로 일단 분류를 하겠다. 참고로 우리 부대에도 '이라크'에 다녀온 장갑차 조종수가 있었는데, 가장 부러웠던 것은 레어아이템이라고 불리는 고어텍스 옷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 그 병사도 24박 25일의 휴가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24박 25일 휴가를 나가게 되면 마치 전역한 듯한 느낌을 가지게 되며, 휴가 복귀 이후에는 엄청난 혼란이 생긴다고 한다. 하나 더 첨부하는 것은 taimatsu님이 보내주신 이라크 파병사연이다.
제가 이라크에서 맡았던 보직은 대대장 당번병입니다. 원래 배정된 보직은 대대내 무선통신병이었는데 생긴 게 똘똘-_-하다고 당번병으로 넣어버리더군요. 첨에는 이라크까지 와서 내가 차나 타야되나...하고 실망했었는데 세상에 이런 땡보가-_-일단 생활공간은, 대대장 컨테이너가 따로 있어서(숙소 포함) 거기서 문 하나로 연결된 공간에 개인실이 있었습니다. 차라던가 음식을 만들어야했기 때문에 냉장고나 각종 조리도구가 준비되어있었고, 지역 특성상 재료 조달이 바로바로 안되기 때문에 항상 냉장고에 먹을 것들이 가득가득-_-(예를 들면 삼겹살이나 과일등으로 냉장고가 항상 미어터졌었습니다)안주용으로 받았던 말린 오징어 한박스를 허구헌날 씹어대다가 질려서 갖다 버렸던 기억이 나네요 ㅎㅎ 일과는 아침에 대대장님 일과 확인하고(점호는 빠졌었습니다) 마중해드리고 전화대기...라고 쓰고 tv시청과 플스놀이라고 읽습니다; 위성tv가 달려있어서 유럽쪽 방송이나 kbs월드가 나왔기 때문에(심지어 유럽쪽엔 **노 방송까지 나오더군요. 중간에 간부가 막아놨었는데 제가 통신쪽에 있다보니; 풀어버렸음) 대대장실 청소하면서 인터넷도 좀 하고...; 넋놓고 있다보면 저녁시간...-_-;부식으로 나오는 컵라면이나 과자 먹으면서 청소 좀 하고, 티비하고 플스하다보면 대대장님 손님 데리고 돌아오고 차타드리고 과일 줏어먹고 뭐 그러다보면 하루 지나고 그랬었네요; 개인실이다보니 취침시간도 자유; (중대장이 점호하러 혼자서 컨테이너에 들리긴 했었네요 ㅋㅋㅋ) 개인실에 전화기 놓여있으니 전화통화도 자유...(해외지만 일단 군회선을 통해서 자대교환병에 전화걸고, 수신자부담 부탁하거나 했었죠 ㅎㅎ)게다가 한달에 200이 넘는 월급을 받고-_-; 너무 편해서 도의적으로 이래도 되나 싶었습니다만 자대에서 개고생한 거 생각하면 신이 도와주는 거라고 생각하고 할 일은 열심히 하자는 마인드로 있었습니다.ㅎㅎ 다들 다른부대에서 차출되 온 집단이다보니 군기가 빡세지 않아서 자대처럼 선임때문에 스트레스 받을 절대 없었고, 얼레벌레하다보니 병장달고 자대에 복귀..ㅎㅎ 딱 하나 단점이었다면, 역시 대대내 유일한 개인생활 이다보니 행보관 간섭이 심했다는 거네요.물론 저는 특수한 경우였고, 다른 부대원들은 진짜 고생했던...-_-
'한달에 200이 넘는 월급'에서 마우스를 꽉 움켜진 독자들이 많으리라 생각한다.3. 검색병나도 처음들어보는 보직이며, 이 글을 보시는 많은 예비역 분들도 생소한 보직이라 생각된다. 비밀댓글로 남겨주신 까닭에 사연을 공개하지는 못한다. 그저 한 줄만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다.
기본적으로 부대 자체가 훈련이 없는데,
사연을 읽고는, 바로 땡보로 인정해 드렸다. 아, 검색병이란 지뢰나 뭐 기타등등의 검색을 하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인터넷 검색'을 한다는 것이다. 편재는 4명. 자세한 이야기는 비밀댓글로 남겨주신 까닭에 생략하도록 하겠다. 4. 테니스병 테니스병에 대해서는 비슷한류의 병사가 많으리라 생각한다, 이를테면 골프병이나, 주로 간부를 상대로 스포츠교육(?)을 할 수 있는 그런 병사들 말이다. 이들이 훈련을 받는지, 그리고 점호나 내무생활도 하는지는 아직 정확한 사실을 알수가 없기에 쉽게 '땡보'로 분류하긴 힘들다는 말씀을 드린다. 졸려님께서 남겨주신 테니스병에 대한 사연을 보자.
저는 취사병으로 나왔는데 취사장 바로 아래에 테니스장이 있었습니다거진 1년정도 지켜본 결과그 아저씨의 하루 일과는..테니스장 청소->간부들과 테니스 쳐주기->휴식근데 사자성어로 호가호위[狐假虎威]라고 하던가요..간부들이랑만 노니 자기도 간부라고 착각을 하는건지어처구니없는 요구들엔 정말 질렸던..ex)아저씨 건빵 좀 튀겨주지? 군대리아에 계란후라이+패티 두장 치즈 두장 부탁해 등등마침 저 전역하기 한달전에 단장이 바뀌더니예비 전역자들 앞두고 면담(?) 요런걸 하더군요부대가 발전할수 있게 의견을 내달라 이런걸 요구하길래a4 두장정도로 테니스병 얘기를 쓰고 나온적이..그후 소식을 알수없어서 안타깝네요..
부대가 발전할 수 있게 의견을 내달라는 '전역자 설문', 이것이 남아있기에 노장은 죽지 않는 것이다. 예비군 훈련차수가 끝나고 민방위로 접어들 때, 어느 예비역 선배님이 쓰셨다는 문구가 기억난다. "실전과 같은 예비군 훈련이 필요합니다."5. 기무x 암호병 (땡보*2)왜 기무x라고 쓰는지는 지난 글에서 설명했으니 이미 아시리라 생각하며, 지는 글에 '기무x'를 땡보로 꼽았고, '암호병'을 땡보로 꼽았다. 그렇다면, 이 두가지 땡보직을 한몸에 가지고 있는 자웅동체(응?) 같은 보직은 어떨까. 자신의 신분을 절대 밝히지 말라고 요청하셨던 익명의 제보자의 댓글 중 한 부분만 옮겨 적도록 하겠다.
못 건들지요.. 2가지 땡보의 장정만 추려서 재탄생되는 느낌...
하지만 역시, 개인적으로 위에서 등장했던 '우리집에서 공관병'에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느낌이다. 아마, 땡보중 가장 최고의 보직이 아니었을까. (군대를 갔다는 느낌이나 났을까?)6. 오폐수처리병메일로 보내 주신 사연인데, 실명을 써주신듯 해서 약간 모자이크 처리 하자면, 이광*님 께서는 공군이셨고, '발전.변전특기'를 받으신 듯 하다. 원래는 공군비행장의 시설물 유지, 관리, 보수 를 하는 아주 중요한 특기로, 보수공사와 겨울철 보일러 관리, 기름 배달도 하는 특기라고 한다. 발전기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오수처리장, 급수가압장'에 배치된 사연이다.
처음배치되었을 때의 느낌은 음산한 건물에 이상한 악취~~~보통 4 ~ 5명정도가 건물에서 숙식을 하면서 생활합니다(직감생활이라고함) 하수도 냄새아시지요? 건물주위에는 일반 하수도 냄새의 5배정도 지하에 기계실이 있는데 그 냄새는 상상도 못합니다. 온갖 오수가 여기는 거쳐,정화돼서 나갑니다.인분을 보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비온뒤에는 거북이도 떠내려 오고, 어떨때는 돈도 떠내?
땡보특집 총정리
드디어 땡보특집 마지막 편이다. 오늘도 아직 군대에 가지 않은 가이들은 도대체 어떤 특수한 '땡보직'으로 군생활을 할 수 있는가를 알고 싶어 이 글을 읽을 것이고, 가장 힘든 군생활을 했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했던 일부 예비역들은 "내가 사실 땡보" 라며 커밍아웃을 할 지도 모른다.
"땡보가 아무리 편하다고 해도 김공익.. 조공익에게는..."-디씨인사이드 밀갤러가 단 댓글중
'차라리 현역 갈걸 그랬다'라고 이야기 하는 연예인들마다 댓글로 밟히는 이유는 우리끼리니까 까놓고 이야기 해서, 크리스마스에 눈 치우는 상큼한 기분을 모르고 하는 소리며, 고참이 시키면 군견이나 tv에도 경례를 해야 하는 것을 모르고 하는 소리며, 다 뜯어진 맥심잡지라도 감사히 화장실로 가지고 들어가는 것을 몰라서 하는 소리라는 거다."그래서, 현역 갔다 오니까 좋아?"바로 이런 물음이 나오는 것이 현실이다. 내무실에서 먹다 들키지 않으려고 화장실에서 까 먹던 초코파이, 수통에 물을 안채웠다고 두시간동안 탄약고 초소에서 당하던 갈굼, 전투화 안 닦은 날은 대역 죄인이 되어 똥줄 타던 점호, 해 졌는데 커튼 안쳤다고 금방이라도 때릴듯이 화를 내던 고참, 이런 것들을 어디 하소연 할 곳도 없으니 남자 둘만 모여도 군대 얘기를 하며 밤을 샐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아무리 편한 보직을 맡아 널럴한 군생활을 했다고 자랑하더라도 밖에 나가서 때려주고 싶은 미운 놈은 꼭 하나 있고, 전에 이야기 한 것 처럼 이등병이 "군생활 너무 즐거워요~" 하진 않는다는 얘기다. 사실, 이번 땡보특집 총정리에서는 tod와 레이더병, 이글라와 스타 운전병, 기상관층병, 철도관리병 등등의 이야기를 소개하기로 했었지만, 이미 '아버지가 스타인 아들 공관병'을 당할 땡보직이 없다. 다시 말해, 자기 집에서 2년 군생활 한 녀석은 신의 아들이라는 '군 면제'와 비교를 해도 오히려 우위를 점한다는 말이다. 더군다나 위의 보직들은 지역과 시기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는 까닭에 땡보로 분류할 수 없을 것 같다. (다만, 일반 군생활보다 편할 가능성은 엄청 높다)그래서, 여러가지 상황들을 모두 종합해 주로 어떤 상황이 군대에서는 '편하다'고 할 수 있는지, 그 상황들을 정리해보기로 했다. 총정리답게, 어느 보직을 콕 찝는 것이 아니라, 큰 흐름으로 분류를 나눠보고자 한다. 이름하여, 땡보의 특징 이다. 1. 소수정예인원이 적을 수록 유리하다. 특히 자신이 맡고 있는 일을 혼자 하는 경우, 앞서 나왔던 당번병이나 공관병, 그리고 스타운전병 등 까지 혼자 하는 일일 수록 편한 경우가 많다. 의무병의 경우, 일반 대대 의무병은 그닥 땡보가 아닌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지만, 다른 부대로 혼자 파견을 갈 경우, 이등병이라 하더라도 상대 부대의 병장과 맞먹는 레벨까지 올라가게 된다. 또 하나, 병원 입실을 주장하는 분들이 많았다. 그 의견엔 나도 백배 공감한다. 군대에서 아픈 것은 정말 서러운 일이지만, 크게 다치거나 생명이 위독하지 않은 이상 (예를들어 치질로 장기입원) 여름에는 에어컨, 겨울에는 히터, 도서관에는 책 있고, 365일 면회되고, 전화 언제든 마음껏 할 수 있고, 아무도 갈구지 않는 침대에 누워 군생활을 할 수 있다.다만, 인원이 어중간 할 경우 오히려 더 고달퍼 질 수도 있다. 근무를 서다보니 군생활이 끝났다는 j군(29세,무직)의 이야기처럼 사람이 부족한 곳은 늘 근무인원이 모자란 경우가 많다. 어중간한 숫자 보다는 차라리 많은 것이 나은 경우도 있는 것이다. 2. 풀린군번 아직 군대를 가지 않은 가이들이라면, '꼬인군번'과 '풀린군번'의 개념이 부족하리라 생각된다. 쉽게 생각하면 된다. 학교에서 1학년이 파워가 있을까? 6학년이 파워가 있을까? 그렇다. 상명하복을 충실히 시행하는 군대에선 계급이 높은 것도 중요하지만, 서열을 구성하는 인원들의 분포도 중요하다. 위에 12명 있고, 아래 15명 있는 병장과, 위에 4명 있고, 아래 23명 있는 상병 이라면, 상병이 훨씬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풀린군번' 이란 얘기다. 참고로 지난 이야기에 댓글로 달아주신 분은 제대하기 몇 달 전까지 앞에 9명의 고참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도 병장인데 뭐가 힘드냐고? 위에 고참이 많을 수록, 청소시간 걸레를 잡는 기간은 늘어날 것이고, 근무지원 등의 열외없이 훈련 참석해야 하며, 유격을 왕고가 될 수 있는 비극적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처음 자대에 배치받고 병장이 많고 이등병 쪽이 적다면 '풀린군번', 병장이 적고 이등병이 많다면 '꼬인군번' 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특수한 보직일 경우도 마찬가지다. 인수인계를 해주는 고참(사수)이 본인(부사수)과 차이가 많이 날 수록 좋다. 그 고참이 전역하고 자신이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으니 말이다. 다만, 책임져야 하는 일들도 많아지는 것을 꼭 기억해야 한다. 병사들 위에는 간부가 있다. 3. 간부와 멀거나, 가깝거나 파견근무나 근무지원, 또는 tod나 gop등 독립되어 다른 간부들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을 때, 그 군생활은 편해지기도 한다. 비록 군대에서 느끼는 해방감이나 자유감은 사회의 그것과 비교할 수 없겠지만, 융통성 있는 군생활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마음이 힘든 것과 몸이 힘드 것 둘 중 하나를 고르라고 했을때, 대부분 차라리 몸이 힘든게 낫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렇기에 많은 분들이 그 '고립감' 마저도 '편하다'고 생각한 것 같다. 반대로, 스타(장군)운전병이나 공관병, 당번병등 높은 지위의 간부와 가까울 경우 편하다고 느낄 수 있다. 보안(?)상 사연을 다 공개할 수는 없지만, 참모총장과 가까운 곳에서 군생활을 했던 한 예비역의 댓글에는 일반 병사가 꿈도 못 꿀 생활들이 담겨있다. 중령만 지나가도 "대대장님~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이렇게 외쳐야 했던 나 같은 예비역이 있는 반면, 대령을 '맘씨 좋고 착한 아저씨들' 이라고 말할 수 있는 예비역이 있다는 말이다. 몰디브 해변에서 썬텐이나 하는 군생활이라도, 싸이코패스와 함께라면 지옥같을 것이다. 하지만 콧물까지 얼어붙는 북극 같은 곳에서도 훈훈한 사람과 함께라면 행복한 것, 그것이 진정한 '축복받은 군생활' 이라 하는 것이다. 4. 빽(인맥,혈연,지연)이 부분을 쓸까 말까 상당히 고민했다. 세상은 항상 따뜻하게 자신을 감싸줄거라 생각하는 병아리 같은 가이들이 실질적으로 시궁창인 현실을 알았을 때, 가이들이 받을 데미지를 피하기 위해 적지 않을까 했지만 솔직해지기로 마음먹은 이상, 이 부분도 적기로 한다. 빽이 있으면 군생활이 편하다는 것은 99.98%의 예비역들이 알고 있다. 왜, 현실에서도 이효리와 문자를 주고 받는 사이라고 하면 괜히 으쓱해 지는 것이고, 아는 형이 내가 다니는 학교에서 소위 '짱' 이라 불리는 존재라면 어깨에 힘 들어가지 않는가. 군대도 마찬가지다. 한 예비역의 댓글에 의하면 꽤 쓰리스타의 아들이 자신과 동기였는데 그 별의 아들이 복무하는 부대에 갑자기 '미니홈피 관리병' 이라는 것이 생기더니, 2년간 미니홈피를 관리하다가 그 병사가 전역한 후에는 그 보직이 사라졌다고 한다. 아는 사람이 군 고위 관계자라고 무조건 편한 군생활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편하게 군생활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본인이 사회적으로 성공한 케이스도 해당된다. 나는 탤런트 연모씨와 훈련소까지 동기로 훈련 받았는데, 보충대에서 그 씹기도 힘든 밥을 수저로 먹고 있을때, 연모씨는 높은분들(?)과 젓가락짓을 해가며 따로 밥먹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유명 축구선수의 경우는 3박 4일간 축구공에 싸인만 하다가 훈련소로 갔다는 소문이 돌 정도였다.굳이 특정 보직으로 빠지지 않더라도, 일반 군생활을 하다 사고(?)를 쳐서 영창을 갈 경우, 찬란한 인맥으로 가벼운 처벌을 받거나, 반성문을 쓰는 것으로 끝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또한, 같은 동네이거나 학교 선배거나 이런 사람들이 고참급일 경우 그들이 있는 동안 어느정도 보호를 받는 특혜를 누릴 수도 있다. 편법이나 편파적인 꼼수(?)를 쓰지 않더라도, 인맥이 찬란한 병사의 경우 주변에서 '알아서 모시는' 경향이 있다. 사단장과 아버지가 동창이라 종종 사단으로 불려가 양주를 마셨다는 댓글도 있었고, 정말 높은 분(?)의 아들이 자대에 가자 중대장이 자기 몸보다 더 소중하게 모셨(?)다는 댓글도 있었다. 일반 병사의 경우 자기 누나가 예쁘거나, 주변 친구들이 김태희 뺨치는 미모를 가진 경우, 편파와 편애적인 고참들의 보호로 편한 군생활을 할 수도 있다. 다만, 소개팅 까지는 아니더라도 고참과 그 여자분의 통화 정도는 시켜줘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고참이 앙심을 품어 군생활이 더 힘들어 질 수도 있다. 앞선 땡보특집편에 "뭐라도 좋으니, 제발 편한 보직을 알려달라." 라는 입대 준비중인 가이의 댓글이 있었다. 그 댓글을 읽은 예비역들의 반응은 한결같다. "넌 어딜가도 힘들 것이다."저주의 말이 아니라, '편하고 싶다'라는 밑 빠진 독은 채울 수 없는 것이다. 내가 이등병 때 제발 부대에 '난 알아요' 말고 최신곡을 부를 수 있는 노래방 기계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상병 때 콘테이너에 노래방기계가 들어왔지만, 막상 생기고 나니 인터넷도 하고 싶었다. 병장 때 부대 내 '사이버지식정보방' 이라는 pc방이 생겼다. 며칠 좋다가, 다 필요 없으니 집에 가고 싶었다. 서 있으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은게 사람이라 '편한 군생활'을 추구하다보면 결국 어디서 뭘 하든지 그 밑 뚫린 마음을 충족할 순 없다는 얘기다. 또한, 편한 군생활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2년간 파리만 잡은 추억밖에 없는 당번병이 있을 수도 있는 것이고, 제대 후 남들은 훈련 얘기에 팀을 튀며 이야기 하는데 자신은 군대를 다녀왔음에도 불구하고 할 이야기가 없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이런 것을 다 떠나서라도 함께 힘든 시기를 겪은 소중한 전우들, 사회에 나와서도 종종 연락하며 '그땐 그랬지'를 이야기 할 수 있는 형과 동생, 친구들. 그런 사람들도 없이 그저 몸은 편한 2년을 보냈다면, 아무것도 남는게 없지 않을까. 어디를 가도 마음먹기 마련이고, 처음만 어렵지 하다보면 다 할 수 있다. 군생활이 부담되거나 무섭거나 막연하거나 어??것 같다고 겁이 든다면, 내 친구 덕칠이도 하고 왔다는 걸 떠올리기 바란다. 덕칠이는 중학교 시절 만인이 사랑하던 퀸카 여학우에게 남들 다 보는 앞에서, "야, 잠깐 복도로 나와봐 할 말 있어"라고 이야기 했다가, "뭐야. 꺼져. 재수없어"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친구다. 그 후엔 급식소를 짓고 있던 관계로 도시락을 싸오거나 집이 가까운 친구들은 집에가서 밥을 먹고 오던 점심시간, 밥을 먹고 tv에서 해주던 피구왕 통키 재방송을 보다가 잠이들어 본의 아니게 무단 조퇴가 되기도 하고, 비오는 날 버스에서 덜컹거림에 우산을 휘둘렀다가 옆에 서있던 여학생 머리를 쳐서 기절 시키기도 한, 전설의 사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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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글터] 버려진집 이어서 2부-1...수정
+++++ 버려진 집 ii +++++ 유일한(hi:ilhan) 죽은 자는 죽은 그대로 놔둬라..... - 페르시아 고대 속담중에서....비는 벌써 며칠째 지겹게 내리고 있었다.밤에도 후덥지근한 날씨가 계속되고 있어, 사람들의 신경은 날카로워지고 있었다. 나는 학생으로서의 마지막 여름방학을 보내고 있었다. 취업이냐 대학원이냐라는 것에 고민하면서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병원에 있는 재원이가 마음에 걸려 책이 손에 잘 잡히지 않았다.재원이가 입원한지도 벌써 일주일이 다 되가고 있었다. 그 동안 두 번 정도 병원에 가보았지만, 재원이는 완전히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아무도 못 알아보고, 얘기도 한마디 못하고 있었다. 가끔 딴 사람처럼 이상한 얘기를 짓껄이긴 했지만, 의사에 말로는 무의식중에 나오는 아무런 의미없는 말이니 신경쓰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나로써는 재원이의 섬뜩한 한마디가 머리속을 떠나지 않았다. '지철아, 읍내에서 낫 갈아와라....'그때의 재원이의 소름끼치는 목소리와 차가운 눈빛은 잊을 수가 없었다. 생각날 때 마다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재원이는 그 황폐한 집에서 무언가 가혹하고 무서운 일을 당한 것이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는 정신적으로 강인한 재원이가 이렇게 될리는 없었다. 그런데 재원이가 그날 밤 경험한 그 무서운 일이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만약 그것을 알게되면, 지금의 재원이 치료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았다.그러던 어느날, 재원이에게 큰 사건이 발생했다.이 끔찍한 사건도 그 일로부터 시작된 것이다....그날도 도서관에서 시간만 낭비하고 집으로 돌아왔다.계속해서 쏟아지는 비로, 흠뻑 젖은채 집에 들어섰다. 옷을 갈아입으며, 자동 응답기에 남겨진 메시지를 확인했다. 뜻밖의 메시지였다. 재원이 어머니셨는데, 다급한 목소리로 들어오는데로 병원으로 와 달라는 내용이었다. 영문을 알 수 없는 메시지였다.재원이가 갑자기 위독해졌나....나는 불길한 예감을 억누르며 서둘러 재원이가 입원해 있는 병원으로 향했다. 비 때문에 늦은 시간이었는데 차가 막혔다. 답답함은 더해갔다.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재원이의 병실로 뛰어갔다. 재원이의 병실앞에는 사람들이 웅성웅성 모여있었다. 경찰들도 언뜻 보인 것 같았다.나는 사람을 헤치고 병실안으로 들어갔다.들어가는 순간, 큰 충격을 받았다.재원이가 누워있어야 할 침대가 덩그러니 비어있는 것이었다.당황해하고 있는 나를 알아보시고 재원이 어머니께서 다가오셨다. 걱정과 수심으로 가득찬 얼굴을 하시고 자초지정을 설명해주셨다. "일한아, 빨리도 와주었구나.... 큰일났단다... 재원이가 사라졌어.... 아무런 얘기도 없이.... 오늘 아침만 해도 의식없이 이 침대에 조용히 누워있었는데, 점심 먹으러 잠깐 병실을 빈 사이에 없어진거야..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아무도 우리 재원이를 본 사람이 없대... 어떻게 된 것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어.. 몸도 온전치 못한 애가 어디로 갔는지 너무 걱정이 되서... 미안하구나... 너도 요즘 바쁠텐데... 그래도 너라면 재원이가 어디로 갔는지 짐작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우리 재원이가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있겠니? 좀 생각해 주겠니....."나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재원이가 없어진 것은 너무 충격적인 일이었고 영문을 짐작할 수 없었다. 의식도 없던 애가 갑자기 사라지다니.... 납치 당했나, 아니면 자기 발로 걸아나갔나... 갑자기 머리속이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듯한 재원이 어머니의 질문에도 제대로 대답할 수 없어 죄송스러웠다.최선을 다해 알아보겠다고 하고, 병실에서 나왔다. 재원이 어머니는 복도까지 쫓아나오셔 두 손을 꼭 붙잡고 재원이를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자신은 없었지만, 그렇게 말할 수 없어 찾아보겠다고 말씀드렸다.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을 느끼며 병원을 떠나는데, 복도 구석에서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재원이 여자친구인 정화씨였다. 몇번 술자리를 같이 한 적이 있어 서로 알고 있는 사이였다.많이 울었는지 눈이 퉁퉁 부어있었다. 정화씨는 나를 보자 걱정스런 목소리로 짐작가는 곳이 있냐고 물었다. 없다는 나의 대답에 정화씨의 힘이 빠지는 모습이 가슴을 아프게 했다. 정화씨는 삐삐번호를 적어주며 재원이를 찾으로 갈 때, 꼭 자기도 데려가달라고 당부했다. 너무 강하게 부탁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약속했다.병원밖에는 아직도 비가 내리고 있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답답함을 가슴속에 지니고 재원이의 소재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도저히 감조차 잡을 수 없었다......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재원이가 보내주었던 그 섬뜩했던 편지 내용이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믿기지 않았던 그 일이 점점 혹시나 하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실제로 그 버려진 집이 불가사이한 사악함을 가지고 있고, 재원이가 그 힘 때문에 정신을 잃고 저렇게 실종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때마다 머리를 새차게 흔들었다. 집에 들어가서 닥치는 대로 재원이를 알만한 친구들에게 전화를 해보았지만 아는 놈은 하나도 없었다.그러다가 친하지는 않지만, 재원이 의대 동기인 명준이란 사람에게 전화를 하게 되었다."재원이가 그렇게 사라졌죠.... 정말 상상할 수 없는 일이죠... 어떻게 그 친구가 그렇게 되다니....... 연천에서 의료봉사할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들으셨는지 모르겠네요... 그 친구 그때부터 이상한 일만 겪었죠. 이상한 소리일지 모르지만, 우리들 은 귀신을 본 것 같아요. 우습죠... 하지만 사실입니다. 부끄럽지만 저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진짜 무서움을 느꼈고.... 아, 모두 들으셨다고요... 그럼 편하게 말씀드릴 수 있네요.. 재원이가 얼이 빠져서 병원이 실려올 때, 큰 충격을 받았어요. 설마했는데... 재원이가 혼자 남는다고 했을 때 말렸어야 하는데... 친척집에 들린다고 했는데... 사실 좀 불안했어요. 하지만 이 지경까지 되리라곤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아무일 없어야 하는데... 사실 며칠전에 재원이 병실에서 이상한 일을 목격하긴 했어요. 그날밤도 잠깐 짬을 내어 재원이 병실에 들렸어요. 어머니가 잠깐 자리를 비우셨는지 아무도 없더군요. 재원이는 평화롭게 누워 있더군요. 마음이 찹잡해졌어요. 정말 똑똑한 놈이었는데.. 침대로 다가가 얼굴을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눈을 번쩍 떴어요. 너무 갑작스런 일이라, 반갑기 보다는 섬뜩했어요. 괜찮냐라고 말을 걸려는 순간, 재원이가 말하게 시작했어요. 그런데 그 목소리는 재원이 목소리 아닌, 완전히 딴 사람의 굵직한 목소 리였어요. '이제 낫을 갈았으니, 피를 적셔야겠지....... 지철아, 낫 어디있냐? 어제 갈아논 낫 어디있냐말야! 숨겨봐도 소용없다니까!!! 모두 이제 죽는거야 알았어!!' 재원이는 완전히 미친 사람처럼 벌떡 일어나 내 멱살까지 잡고 흔들었어 요. 방금 전까지 죽은 듯이 누워있었던 사람이라곤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격렬하게 움직였어요. 간신히 날뛰는 재원이를 떨쳐버렸지만, 너무 놀라서 정신을 차릴 수 없는 지경이었어요.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렇게 날뛰던 놈이 침대로 쓰러지자 마자, 몸을 부 르르 떨더니,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시 혼수상태가 되는 것이었어요. 나는 혹시나 이 자식에게 큰 일이 났을까하고, 살펴봤지만 혈압이나 심박 은 모두 정상이었어요. 이상할 정도로... 너무나 황당하고 놀란 일이어서 재원이 주치의에게 얘기할까 했지만, 믿 어줄 것 같지도 않고 일이크게 될까 걱정되서 그냥 혼자만 알고 있기로 했죠.... 그런데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내 잘못 인줄도 몰라요... 무슨 일 없었으면 하는데......"나도 재원이가 그런 행동을 보이는 것을 목격한 적이 있어, 그 사람의 말이 마음에 걸렸다. 재원이는 보통 상태가 아니었다는 것은 생각이 들었다.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어딘가를 헤매다가 사고라도 당하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했다. 재원이를 찾기 위해서 뭔가 해야하는데,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서 답답하기까지 했다. 재원이로부터 받았던 편지라도 가지고 있으면 뭔가 단서같은 것이라도 찾을 것 같았지만, 전에 재원이 부모님들에게 드려서 어쩔 수 없었다.며칠이 지나도, 재원이의 행방에 대해선 아무런 소식도 없었다. 경찰에 신고를 해보았지만, 하루에만 경찰에 들어오는 실종신고가 수천건이 넘기 때문에 그쪽으로부터 도움을 받기는 힘들다고 했다. 재원이 부모님에게 전화를 드려보았지만, 오히려 내게 재원이 소식을 물으실 뿐이었다. 축쳐진 목소리가 마음을 아프게 했다.때이른 장마가 시작되었는지 며칠째 비는 계속해서 내렸다.비가 계속되자, 재원이가 더욱 걱정되었다.어느 순간 부터 매일 아침 저녁 신문을 꼼꼼히 살피고, 뉴스를 보는 것이 일과처럼 되었다. 재원이가 관련된 기사가 나올지 몰라, 신문과 뉴스에 관심을 기울이다 생긴 버릇이 되었다.재원이가 사라진 지 일주일 지났을 때, 이상하게 눈길을 끄는 기사가 눈에 띠었다. 언뜻 봤으면 지나쳤을지도 모를 사회면 하단의 작은 기사였다.경기도 연천군에 **면에 있는 '성일여관'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했는데. 여관주인이 상체와 하체가 잘린 상태의 시체로 발견되었다는 기사였다. 흉기는 시체 옆에 피묻은 채로 발견되었는데, 평범한 낫이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의문점은 사람의 힘으로는 낫으로 사람을 두동강이 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여하튼 경찰은 며칠전에 군대에서 소대장을 때리고 탈영한 거구의 탈영병을 용의자로 주목하고 있다고 한다. 그 탈영병은 정신질환을 앓은 병력도 있다고 했다.이 기사에서 이상하게 눈길이 가는 것은 연천에 있는 성일여관과 낫이라는 흉기였다. 재원이가 연천으로 의료조사 갔을 때 묵었던 여관이 바로 성일여관었고, 재원이는 거기서 여자 귀신을 목격했다고 편지에 썼었다. 그리고 머리를 떠나지 않았던 낫...... 재원이가 보고 경험했다는 그 버려진 집의 살인들은 모두 낫으로 자행되었다는 것이 떠올랐다.탈영병이 용의자라고 했지만, 재원이가 편지에 썼던 그 괴담과 연관성이 있어 보였다. 재원이의 실종과 어떤 관계가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담당 경찰에 문의해보면 좀더 자세한 자초지정을 알 수 있을지도 몰랐지만, 통화한번 해보았던 전직 경찰 주형준씨는 의문과 함께 불에 타 죽었기 때문에 뭔가를 알아내려면 내가 직접 가는 수밖에 없었다.한동안을 망설였다. 그동안 재원이가 겪었던 여러 가지 불가사이한 일들이 떠올랐다. 또한 내 주위에 일어났던 믿기지 않던 일들도 생각이 났다.과연 그 모든 것들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었을까라는 의문이 나를 계속해서 괴롭혔다. 재원이가 당한 일을 보니, 나도 예외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룻동안 고민 끝에 단서를 찾으러 연천으로 가보기로 결정했다. 재원이를 찾아보겠다는 목적도 있었겠지만, 어쩌면 내 눈으로 뭔가 불가사이한 일들의 정체를 확인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그동안 내가 듣고,경험한 기괴한 얘기들의 진상을 알고 싶었던 것이다.우선 재원이 부모님을 찾아가, 혹시 모르니 연천쪽을 찾아보겠다고 말씀드리고 재원이의 편지를 찾아왔다.편지를 읽어보니, 처음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넘겼던 많은 의문점이 생겼다. 누가 그 과수원에서 살인을 저질렀을까?재원이는 그날밤 그 버려진 집에서 무엇을 봤길래 정신에 이상이 생긴 것인가...과수원 주인의 사라진 머리는 어디에 있는 것인가...지희라는 여자가 본 것은 무엇이고 왜 미쳐버렸을까...행복했던 그 가족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어 그런 참사가 빚어졌을까...그 주형준이란 경찰은 과수원 살인사건을 조사중에 왜 포기했으며, 의문의 자살은 무엇을 의미할까....재원이의 이상한 발작과 증상은 무엇이고, 그 자식은 어떻게 된 것일까..의혹에 의혹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그런 생각을 하면서, 짐을 싸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재원이 여자친구인 정화씨였다. "일한씨, 저도 연천에 같아 가요... 재원 오빠 어머님께 들었어요. 연천으로 오빠 찾으러 간다는 것... 사실을 말하면, 나도 오빠가 연천에서 의료봉사할때 이상한 전화를 받았거 든요. 끔찍한 살인사건이 있었던 과수원에서 귀신을 봤다는 등, 목매달고 자살한 여자의 귀신과 얘기를 해봤다는 등의 끔찍한 얘기를 들었어요. 그때는 않 믿었지만, 재원이 오빠가 병원에 실려온 뒤 거기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제발 부탁이예요. 저 좀 데려가 주세요. 아무 것도 않하면서, 오빠 소식만 기다릴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니까, 같이 가요. 절대로 방해는 않될께요... 안 데리고 가시면, 나 혼자라도 갈 생각이예요.. 제발... 흐흑..."너무 절실한 부탁이라 거절하기 힘들었다. 그리고 하루에 갔다올수 없을지도 모르는 여행이라 같이 가기가 쉽지 않게 느껴졌다. 하지만 정화씨는 완강했다. 몇차례 실랑이를 벌이다가, 같이 가기로 했다.사실 재원이를 제일 많이 걱정하는 것은 정화씨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매정하게 거절할 수 없었다. 그리고 내가 그런 청을 거절할 권리도 없을 것 같았다.그래서 다음날 아침 시외버스 터미날에서 만나기로 했다.정화씨와 약속을 하고나서, 같이 가는 것이 잘한 것인가하는 후회는 했지만, 나보다 재원이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지도 모르니 도움이 될 것도 같았다.준비를 하면서, 윤석이가 몸담고 있었던 대한 심령학회에 연락을 해볼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아직 무슨 일인지도 제대로 모른 상태에서 괜히 그 쪽에데 연락하기기는 이상할 것 같았다.다음날도 비는 계속 내렸다.뉴스에서는 전국 각지역에 호우주의보가 내려졌다고 했고, 많은 지역이 물난리를 겪고 있다고 했다. 정화씨는 나보다 먼저 약속장소에 나와있었다.비가 오는데도 불구하고, 터미날에는 많은 사람이 북적거렸다.연천으로 가는 버스에 오르자, 부대로 복귀하는 군인들이 많이 보였다.연천주변에 부대가 많아서인 것 같았다. 군인들을 보자, 살인 용의자라는 탈영병이 생각났다. 버스에서 나는 정화씨에게 재원이가 마지막으로 보내준 편지를 주었다. 편지를 읽던 정화씨는 몸을 부르르 떨면서 무서워했다.믿을 수도, 믿지 않을 수도 없는 것 같아 보였다.그래도 정화씨는 재원이 주변에 일어났던 귀머거리 꼬마애 얘기라든가 정신병동의 엘리베이터 기술자 얘기를 들었던 적이 있는지, 이런 얘기를 되도록 믿어보려는 것 같았다.하지만 편지 내용이 너무 끔찍해 무서워하는 것 같았다. "재원오빠가 이렇게 끔찍한 일에 연관되어 있었군요.. 나는 대충 또 무서운 일을 찾아 다니는 것인줄 알았는데.. 그래서 전화왔을 때, 당장 집어치우고 올라오라고 했는데....."정화씨는 계속해서 후회를 했고, 나는 연천에 도착하자마자 해야 할 일을 머리속에 그려보였다. 버스는 어느새 연천시내에 도착했다.재원이가 묵었던 마을로 가려면, 여기서 다른 버스로 갈아타야 했다.연천 터미널에는 헌병과 경찰이 눈에 많이 띠었다. 머리가 짧은 젊은이나 군인들은 모두 검문하고 있었다. 역시 살인사건의용의자를 찾는 것 같았다.마을로 들어가는 버스안에서 생각해보니, 내가 너무 황당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경찰이 그 살인사건의 용의자를 탈영병으로 지목하고 있는데, 나 혼자만 그 살인사건에 뭔가 재원이와 연관된 것이 있을 것 같아 여기까지 온 셈이 되었다. 논리적으로 생각하면 연천까지 찾아온 내 행동에 문제가 있지만, 뭔가 알 수 없게 끌리는 것이 느껴졌다. 불길한 예감과 함께...정화씨는 계속 볼안에 떨고 있었다.이윽고 버스는 그 마을에 도착했다.한동안 멈추었던 비는 우리의 도착을 경고하듯이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재원이 편지처럼 음산한 분위기가 풍기는 마을이었다.버스에서 내리자 제일 처음 느낀 것은 마을 사람들의 경계의 눈빛들이었다. 며칠전에 있었던, 그 끔찍했던 살인사건 때문인지 불친절하고 낯선사람을 경계하는 것 같았다.우선 짐을 풀 곳을 찾으려 하는데, 갑자기 헌병과 경찰들이 긴급하게 우르르 몰려가는 것이 보였다. 뭔가 다급한 사건이 일어난 것처럼 보였다.많은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것을 보고, 무슨 일인가 따라가게 되었다. 버스에서 내린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비가 내리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모여있었다. 정화씨와 나는 호기심을 가지고 거기로 향했다.경찰차와 엠블런스가 보였다. 경찰이 흰 천으로 쌓인 들 것을 옮기는 것이 보였다. 천으로 가려져 있다해도, 그것은 한눈에 사람 시체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었다. 그런데 섬뜩한 것은 머리부분이 벌겋게 피가 배여져 있는 것이다. 그것을 구경하고 있던 마을 사람들은 모두 겁에 질려 있는 얼글을 하고 있었다. 나는 도대체 무슨 일인가하고 옆에 있는 아주머니에게 물어보았다.그 아주머니는 나의 물음에 나와 정화씨를 살펴보더니, 강한 적대감과 경계심을 가지면서, 대답을 회피했다.갑작스런 반응에 당황했지만, 어짜피 묵을 곳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어서 거짓말을 보태서 분위기를 바꾸었다. "아주머니, 뭔가 오해하신 것 같네요.. 저희들은 대학생인데요, 이 마을 고유의 방언과 전설을 들으러 온 국문과 학생이예요.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민박이라도 할 곳을 찾다가, 사람들이 모이는 곳으로 오게된 거예요... 그런데 정말 무슨 일이 난 것이죠?"의심스런 눈초리를 우리를 살펴보던 그 아주머니는, 그래도 수다떨 상대를 보고 참지는 못했는지 충격적인 얘기를 시작했다. "공부하러온 학생들이구만...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되었수?... 빨리 이 마을을 떠나요. 요즘 얼마나 무서운 일들이 나는데.. 며칠전에도 여관주인 최씨가 토막나서 죽었고, 오늘도 정미소 김씨가 죽어 서 벌견되었수다. 어떤 미친놈이 우리 마을에 와서 사람을 끔찍하게 죽이고 있는거유.. 무서워요.... 오늘 최씨가 정미소를 안 열어, 아픈가하고 집으로 가보왔는데 글세.. 목이 없는채 시체로 발견되었다지 뭐요.. 옆에는 여관주인 최씨가 죽었을 때처럼 피묻은 낫이 발견되었데요. 김씨 자기 낫이라는 거야. 그 탈영병인지, 미친 놈이 이 마을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갈기갈기 ㅉ어 죽이고 있는거요... 그것도 낫으로......."그 아주머니의 말을 들은 나는 멍해질 수 밖에 없었다.이번 살인을 자행하고 다니는 미친놈은 탈영병이던 아니던 무시무시한 놈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몸서리를 떨고 있는 그 아주머니에게 묶을만한 곳을 물어보았다. 이 마을에는 여관이 두 개 있는데, 그 살인사건이 났던 성일여관은 어제 의문의 불로 타버렸다는 것이었다.나는 다시 한 번 놀랄 수 밖에 없었다.그 여관에 가서 살펴볼 것이 있었는데...재원이 편지에 따르면, 거기에는 과수원 살인사건때 죽은 지철이라는 지희 남동생의 일기도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주형준 순경이 재원이에게 준 수사기록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그것이 다 타버렸다니....나는 다른 하나의 여관을 가르쳐주려는 그 아주머니의 말을 가로막고, 성일여관 화재에 대해 물어봤다. 그 아주머니는 갑작스런 나의 질문에 의아해했지만, 그래도 얘기해 주었다. "어이구....... 그것도 너무 무서운 얘기지요.. 며칠전에 그 여관에서 사람이 두동강나는 살인사건이 있었는데, 글세 어 제 거기서 불이 나고요.. 거기는 귀신 나온다고 밤에는 아무도 지나가지 않는 곳인데, 저절로 불이 났다는 거요.. 김순경 말로는 불이 난 이유는 도무지 없다는 거예요...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귀신이 불을 붙였다고 해요.. 나도 이 마을을 떠나야 하는데..... 하여간 목구멍이 원수라니깐....."점점 더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뭔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는 것 같았다.정화씨도 무슨 일이 벌어지는 대충 감이 왔는지 긴장된 모습이었다.아주머니의 안내로 우리는 이제 이 마을에 단 하나뿐인 궁전여관으로 갔다. 그 여관은 이름만 궁전이지 완전히 다 무너져가는 허름한 옛날 집이었다. 벽도 나무로 되있어서바람만 세게 불어도 무너질 것처럼 보였다.성일여관이 문을 닫는 바람에 손님이 갑자기 많아졌는지 방을 잡기가 힘들었다. 다행히 저녁늦게 들어가기로 약속하고, 방 두개를 겨우 잡았다.우선 짐을 여관에 맡기고, 길을 물어 그 문제의 버려진 집으로 향했다.정화씨도 따라나섰다.비는 계속 내리고, 길은 진창이 되어 시골길은 걷기 힘들었다.비때문인지, 아니면 연속되는 살인 사건 때문인지 30여분을 걸어가는데도 인적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가끔식 순찰을 도는지 경찰과 헌병들이 눈에 띠었다. 가는 길에 정화씨에게 내 계획을 얘기했다. 사실 특별한 계획은 없었지만, 우선 모든 사건의 중심인 그 버려진 과수원 집을 살펴봐야 할 것 같았다.정화씨도 같은 생각을 가졌지만, 그 집에 대한 무서움을 느끼는지 그리 내켜하지 않는 것 같았다. 나는 불편하면 여관에서 쉬라고 했지만, 그래도 따라 나섰다.가는 길에 정화씨는 불안을 잊으려는 듯이 재원이와의 재미있었던 일을 얘기했다. 나도 재원이가 국민학교 시절 짝사랑하던 여자애를 쫓아다니던 얘기를 해주면서 간만에 서로 웃었다.기분이 좀 밝아질만 하니, 궁전여관주인이 가르쳐주던 큰 성황당이 보였다. 여관주인 말로는 그 성황당을 지나면 그 버려진 집의 황량한 모습이 보일 것이라고 했다. 우리는 자기도 모르게 긴장이 되는 것을 느꼈다.길 모퉁이를 돌으니 그 집이 보였다.처음 받은 느낌은 글자 그대로 흉가라는 것이었다. 그것도 그냥 집이 아닌 살아있는 생물체처럼 보였다.어쩌면 생명체나 다름없을 지도 몰랐다. 벌써 여러명의 피와 생명을 빨아드리고 재원의 정신도 앗아간 집이니까....정화씨가 옆에서 떠는 것이 느껴졌다.오후 4시밖에 되지 않았는데, 비때문인지 벌써 어둑어둑해진 것 같았다.음산한 기분은 아무리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도 머리속을 떠나지 않았다.집은 누가 그랬는지 모든 문이 나무 판자에 못이 박혀 패쇄되어 있었다.들어가기 위해서는 문을 뜻어야 할 판이었다.집안에 아무것도 없을지도 모르나, 그래도 한 번을 들어가봐야 될 것 같았다. 하지만 가져온 것은 손전등뿐이서 난감했다.어떻해든 들어갈 볼생각을 현관에 올라섰다.정화씨는 간신히 내 뒤를 따라왔다. 현관문 앞에 서보니, 문을 막았던 사람이 서둘렀던지 박아논 판자가 건들거렸다. 손으로 쉽게 떨어졌다.마치 이 곳을 통해 누군가가 여러번 드나든 것처럼....판자를 쉽게 때어내고, 허리를 구부리고 그 안으로 한발을 내밀었다.쾌쾌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안은 창문을 다 막아서인지 한 치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깜깜했다.소름이 쫙 끼쳤다. 누군가가 저 어둠저편에서 나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후레쉬를 켜서 집안을 살펴보았다.살육의 현장을 연상시키는 거무죽죽한 핏자국이 사방에 말라비틀어져 있었다. 여기서 이 안에서 낫에 찔려 과수원 주인 한병식씨, 아들 한지철 그리고 사윗감이었던 안 중위가 죽었고, 유일한 생존자이자 목격자인 지희라는 여자는 미쳤고 결국엔 목 매달아 자살했다. 그리고 그 살인사건의 조사를 담당하다 포기한 경찰 주형준은 이 저주받은 집을 불사르려다 타죽었고, 이 사건에 얽혀들어간 재원이는 정신을 잃은채 사라지고....엄청난 비극과 사건이 배어들어있는 집이였다. 집안을 둘러보자 재원이가 편지에 썼던 장면들이 떠올랐다. 서로를 살육하는 장면들과 섬뜩한 귀신들...정화씨도 재원이의 편지가 생각나는지 '훅'하는 소리가 들려왔다.한걸음 옮길때마다 삐그덕 소리가 기분나쁜 적막을 깼다.이상하게도 이 집에 들어오니 바깥에 내리는 빗소리가 들리지 않았다.천천히 후레쉬를 사방으로 비치면서 집안으로 점점 들어갔다. 사실 내가 여기 무엇을 찾으러 왔는지는 아직도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래도 여기에 오면 무언가 재원이나 불가사이한 사건에 대한 단서를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았다.집안은 사람의 흔적이란 찾아볼 수 없었다.대신 벽에 바래진 채 남아있는 피자국들이 얼마나 끔찍한 살육이 여기서 자행되었는지 말해주고 있었다. 갑자기 재원이의 편지속에 과수원 주인 한병식씨의 머리가 없어진채로 발견되지 않았다는 대목이 생각났다.그 생각이 나니 등골이 오싹해졌다.여기 어디엔가 그 머리가 썩어가고 있는 것 같았다.그런 생각을 하고 후레쉬로 부엌쪽으로 비춰보는데, 지나가는 불빛사이로 뭔가가 눈에 띠었다. 언뜻 보여서 잘 알아차릴 수 없었다.자세히 보기위해 후레쉬를 다시 그곳으로 비춰봤다.나는 그것을 보고 숨이 멎는 줄 알았다.사람의 얼굴이 탁자위에 올려져 있는 것이었다.처음엔 너무 놀라 잘 못본것인가 했는데, 자세히 보니 그것이 아니었다.그 없어졌다는 과수원주인의 머리같았다.반쯤 감은 눈에 혀를 빼물고 마치 졸고 있는 사람의 얼굴이었다.단지 다른 것은 목밑에 피가 튀어 있었고, 얼굴만 덩그러니 탁자 위에 놓여 있다는 점이었다.나는 움찔거리며 눈을 땔 수 없었다. 나도 모르게 '으윽'하는 소리가 났다.갑자기 반쯤 감았던 눈을 번쩍 뜨며 나를 섬뜩한 눈초리로 쳐다보는 것이었다. 내 속까지 꽤뚫는 것 같았다.온몸에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끼면서도, 뭔가에 잡힌 것처럼 눈을 땔 수 없었다. 다음 순간 눈을 뜬 그 머리는 갑자기 내게로 다가오는 것 같았다.나도 모르게 뒷걸음질치는데, 누가 내 팔을 잡았다.화들짝 놀라 정신을 못 차리는데... "일한씨 왜 그래요? 무슨 일 있어요....."정화씨였다. 나는 마법에 걸렸다 깨난 사람처럼 정신을 차렸다. "정화씨... 저것 안보여요? 저기 테이블 위에 있는거요.." "무슨 말씀 하시는 거예요? 아무것도 없는데....."정화씨의 얘기를 듣고, 떨리는 마음을 억누르고 다시 탁자위를 살펴보았다.제기랄! 어떻게 된 것인지 언제 그랬다는 듯이 탁자위는 아무것도 없었다.분명히 내 눈으로 똑똑히 봤는데....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아니면 나도 너무 긴장해서 헛것을 본 것이지도 모르지만..걱정해하는 정화씨에게 그냥 잘못 봤다고 둘러대고, 아직도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부엌으로 향했어요. 그 머리의 졸린듯한 표정이 머리속을 떠나지 않았어요. 아마 재원이도 이런 것을 본 것 아닐까...내가 본 것이 헛것이었는지 정말 몰랐다.정화씨는 나의 이상한 행동에 당황했는지 나갔으면 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내 생각은 이왕 여기에 발을 들여놓은 이상, 뭔가를 발견하고 나가고 싶었다. 더구나 이상한 것이 눈에 보인 이상, 분명히 무언가가 이 집에 있는 것 같았다. 점점 재원이가 보았다는 그 끔찍한 장면들이 내게도 보이는 것 같았다. 바닥에 말라붙은 검붉은 핏자국들은 난무했던 피와 낫, 그리고 그 살육을 즐겼던 살인귀의 모습을 연상시켰다.나와 정화씨는 혹시 무슨 흔적이라도 발견할 수 있을까하고 천천히 부엌쪽으로 향했다. 한발씩 움직일때마다 무언가가 나타날 것 같았다.가장 참을 수 없는 것은 후레쉬 불빛에 비춰지지 않은 어둠속에서 누군가가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나쁜 느낌이었다. 우리의 일거수 일투족을 환히 보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찝찝한 기분과 두려움을 억누르며, 한걸음 한걸음 움직였다.놀랍게도 정화씨는 생각한 것보다 무서움을 안타는 것 같았다.무서워하는 것 같았지만, 오히려 나보다도 침착했다.그런데 갑자기, 정화씨가 뭔가를 발견했는지 소리를 쳤다.나는 놀라 정화씨가 가르키는 쪽으로 후레쉬를 비쳤다.피가 뭍은 마루바닥 사이로 뭔가가 세겨져 있은 것이었다. 좀더 후레쉬를 가까이 비춰 뭐라고 쓰여져 있나 읽어보려 했다. 내용을 이해하는 순간 나와 정화씨는 가슴이 서늘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여기서 나갈 수가 없어... 저것들이....나를..쳐다보고 있어... 내게로 온다.... 안돼....... 재원......>재원이가 남긴 흔적이었다.정화씨는 그 글자들을 보고 충격을 받았는지, 말을 하지 못했다.재원이가 마지막으로 이 집에 들어왔을 때, 남긴 것 같았다.그리고 발견되었을때는 얼이 빠진채로 발견되었지만....무엇으로 새겼는지는 모르겠지만, 글자 글자 사이에 피가 묻어있는 것을 보니, 손톱이나 피를 흘리면서 급하게 새긴 것 같았다.섬뜩한 내용이었다.재원이는 여기서 확실히 무언가를 보고, 무슨 일을 당한 것이다.다른 흔적이 있을까 하고 여기저기 살펴보았지만, 더 이상 눈에 띠는 것은 없었다. 계속 살피면서 부엌으로 향했다.재원이의 편지에 따르면, 살인사건이 발생되었을 때 지희라는 여자는 혼자 얼이 빠진채 부엌에서 멍하니 선 채로 발견되었다고 했다.부엌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 여자만 살아남았던 것이다. 그 여자는 그 참혹했단 밤의 모든 것을 목격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말하지 못하고 죽었다.이상하게도 부엌에도 핏자국이 사방에 튀어있었다. 여기서 시체는 발견되지 않았는데, 더 끔찍한 일이 있었는지 피가 튀어있었다.나는 정화씨를 데리고, 그 지희라는 여자가 발견당시 서있었다는 구석으로 가 보았다. 그 여자는 발견당시 두려움에 질린 표정으로 뭔가 무서운 것을 본것처럼 보였다고 했다.나는 여기 오다가 생각해봤는데, 그 여자가 그때 그 날밤에 있었던 일 때문에 움직이지 못하고 여기 서있었던 것이 아니라, 발견 직전 그 자리에서 무언가를 보고 충격을 받고 움직이지 못했을 수도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말해 그 날 집에 있었던 사람들이 아닌, 다른 어떤 것을 보고 정신이 나갔을 수도 있다고 본 것이다.지희라는 여자가 서 있던 자리는 생각보다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서 있을 때 피가 흘러내렸는지 가지런히 놓여있는 발자국을 남겨놓고 피가 말라붙어 있는 것이 보였다. 그때는 정말 글자그대로 바닥이 피바다였을 것 같았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하나의 의문도 생겼다. 피자국사이로 발자국이 났다면 거기 서있는 후에 피가 흘렀다는 것이었다.이 안에서 일어났던 일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뭉개구름처럼 피어나는 의문과 함께 나는 지희라는 여자가 서있던 곳에 섰다. 지희라는 여자는 이 구석에 서서 무엇을 본 것일까...잠시 모든 정황증거를 무시하고 내 나름대로 그때 상황을 생각해 보았다.마루에서 누군가에 의해 살인이 시작되었다.약혼자인 안중위가 죽고, 동생 지철이가 죽고, 아버지가 목이 잘려 죽어나갈 때, 지희라는 여자는 무서워 이 부엌으로 도망쳐 왔을 것이다.무서움에 떨며 뭔가를 어떻게 해야하는가 생각했을 것이다.그때 뭔가를 봤을 것이다. 충격적인 그 무엇인 것을....천천히 후레쉬와 함께 주위를 둘러보았다. 정화씨는 재원이의 흔적을 찾는데 여념이 없었다. 지희라는 여자의 키를 고려해 잠시 몸을 구부려봤다.무엇이 보였을까.... 순간 머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꼭 집안의 무엇이라는 것이 아닐 수도 있었다. 그래서 자세히 반대편을 살펴보았다. 판자로 가려진 창문이 하나 있었다.나는 황급히 그 창문으로 가서 판자를 뜯어냈다.판자를 뜯어내니 작은 창문이 하나 보였다. 창문사이로 빛이 들어왔다.다시 그 자리로 돌아와 창문밖을 살피는 순간 나는 뭔가 머리를 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처음에는 무슨 의미인지 잘 몰랐지만, 자세히 보니 내가 본 것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창문너머로는 과수원이 보였다. 산등성의 비탈에 있는 과수원이라 작은 창밖으로는 병풍처럼 펼쳐졌다. 저멀리 나무들 사이로 언덕위에 작은 둔덕이 하나 보였다. 무슨 성황당같고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파헤쳐졌는지 그 둔덕은 지저분하게 붉은 흙이 보였다.자세히 살펴본 후, 그 둔덕이 무엇인가 충격과 함께 알게 되었다.무덤이었다.무덤이 파헤쳐져 있는 것이다. 재원이 편지대로라면, 지희라는 여자의 어머니, 즉 이 과수원 주인의 부인은 몇 년전에 죽었다고 했다. 그럼 그 무덤은 이 근처 어디있을 것이 분명했다. 아마 내가 보고 있는 것이 그 무덤 같았다.지희라는 여자는 여기서서 자기 엄마의 무덤이 파헤쳐진 것을 봤을 것이다. 또 의문이 떠올랐다. 누가, 언제, 무슨 목적으로 무덤을 파헤쳐 것일까?또 지희라는 여자는 그 파헤쳐진 무덤을 보고 그렇게 큰 충격을 받았을까?잠시 생각에 잠겨 있는데, 갑자기 정화씨의 목소리가 들렸다. "일한씨, 여기 보세요! 이거 혹시...."정화씨가 가르킨 곳은 부엌 바닥이었다.후레쉬 불빛에는 보이지 않다가 창문을 뜯어낸 후 빛이 들어와 발견된 것이다.바로 뼈들이었다.누가 태웠는지 재들사이에 하얀 뼈들이 보였다.너무 이상했다. 살인 사건이 난 후 경찰들이 다 조사한 후 폐쇄한 집일텐데 어떻게 뼈가 발견된 것일까...그 후에 무엇인가 들어와 사람을 태워 뼈만 남긴 것인가...정화씨는 혹시 재원이가 그렇게 된것인가 놀라고 걱정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나도 설마하고 그 뼈를 살펴보았지만, 재원이의 뼈라기엔 너무 작아 보였다. 의학상식이 없이 이것이 어떤 연령 사람의 뼈인지, 어느 부위 뼈인지 알 수 없었다. 그래도 정화씨를 안심시키기 위해 마치 아는 것처럼 설명했다. "정화씨 걱정마세요.. 이 뼈들은 재원이 것일 리가 없어요. 너무 작고, 대충 보니 적어도 한달 정도는 되 보이는데요... 이제 이 기분나쁜 집을 나가죠.. 과수원도 둘러봐야 되고, 여기 더 있단 무슨 일을 당할 것 같아서요.."나는 정화씨를 진정시키고 뒷문을 뜯어내고 과수원으로 나왔다. 그 버려진 집의 뒷문을 나서자 마자, 가슴이 답답한 것이 탁 풀리는 것이 느껴졌다.많은 시간을 안에서 보냈는지 어느새 바깥은 어둑어둑해졌다.그 안에 있는 동안 기라고 ㅃ앗긴 것 같은 느낌이었다.뒤를 돌아보니 그 집이 아직도 무시무시하게 서 있었다. 꼭 지옥에서 나온 기분이었다. 하지만 불길하게도 그 집에 다시 돌아가야할 것같은 예감같은 것이 느껴졌다.비는 아직도 내리고 있었다.우리는 질척이는 길을 밟으며 부엌에서 보이던 그 무덤으로 향했다.과수원은 그 동안 돌보는 사람이 없어서인지 여름인데도 불구하고 나무들이 다 죽어서 음산한 기분까지 느껴졌다.정화씨는 집안에서 발견된 뼈들이 아직도 마음에 걸리는지 찜찜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언덕까지는 금방이었다.가까이 가서 보니 역시 과수원 주인의 아내 묘였다.집과 가깝게 무덤을 둔 것을 보니, 과수원 주인의 아내 사랑의 깊음을 느낄 수 있었다. 시간날때마다 무덤에 와보고, 잘 돌보려고 한 것 같았다.하지만 잘 꾸며논 그 묘가 사정없이 파헤쳐진 것이다.두려움을 억누르고, 무덤 가까이 다가갔다. 무덤이 파헤쳐진지는 꽤 오래된 것 같았다. 파헤쳐진 무덤안을 보는 순간, 머리속이 멍해지는 것이 느껴졌다.석관뚜껑이 열려져 있고 무덤안은 텅비어 있던것이었다.썩은 시체를 생각하고 다가갔는데 비어 있었던 것이었다.파헤쳐진 흙에 벌써 듬성듬성 풀이 난 것으로 봐, 꽤 오래전에 파헤쳐진 것 같았다.그럼 이 안에 시체는 어디로 사라진 것인가....도무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알아내면 알아낼수록 점점 복잡해지고 있었다. 경찰이 살인 사건이 났을 때, 이 무덤이 파헤쳐 진 것에 대해서는 조사 않했을 리가 없는데...어두워져서 후레쉬 불빛이 필요했다. 후레쉬를 켜고 무덤 주위를 살펴보았지만 특별한 것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정화씨도 파헤쳐진 무덤을 보고 몸서리를 치면서, 지금은 빨리 여기를 내려가고 다음날 밝아지면 다시 오자고 했다.산촌이어서 그런지, 날이 흐려서 그런지 순식간에 사방은 어두워졌다.어두워지니 나도 겁이 나기 시작했다.서둘러 내려가려는데, 후레쉬 불빛에 언덕 저편에 무언가가 언뜻 보였다.자세히는 못봤지만, 괜히 마음에 걸렸다.그것만 살펴보고 가자고 정화씨에게 양해를 구하고, 그쪽으로 향했다.무덤에서 50여미터 쪽에 있었다.다가가보니 돌을 쌓아놓은 돌무덤이었다.그런데 이상하게도 그것을 보니 음침하고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성황당같이 생겼는데, 과수원 한복판에 이런 것이 있는 것이 이상했다.주위를 살펴보니 나뭇가지에 울굿불굿한 천도 걸려있고 기분나쁘게 생긴 부적같은 것도 보였다. 사람의 손이 한참 안 갔는지 지저분해 보였다.고대 종교에서나 볼 수 있는 무슨 의식을 치뤘던 제단처럼도 보였다.그러고 보니, 쌓아놓은 돌이 물들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후레쉬를 비춰서 살펴보니, 돌들이 검붉게 물들어 있었다.피 같았다.영문을 몰랐지만, 등골이 오싹해졌다.정화씨는 사방이 깜깜해지고, 분위기 역시 심상치 않자 빨리 내려가고 싶은 눈치였다.내 상식으로는 이것이 뭐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어, 오늘은 이정도로 그만하고 내려가는 것이 낳을 것 같았다. 이제 주위는 완전히 어둠에 쌓였다.어디서 뭔가가 튀어나올 것 같은 분위기 였다.그 버려진 집도 저편에 우리를 과수원에서 나가지 못하게 하고 있는 것처럼 서있었다. 불길한 기분을 지우며 우리는 과수원을 내려왔다.서둘러 내려오는데, 갑자기 정화씨가 '아야!' 하면서 넘어졌다.나뭇가지에 걸려 넘어진 것 같았다.나는 괜찮냐고 물어보면서 후레쉬를 비춰보았다.그런데 정화씨가 걸려 넘어진 것은 나뭇가지가 아니었다.피투성이의 사람의 팔이었다........정화씨는 자기가 걸린 것이 피투성이 사람손인 것을 알고 비명을 질렀다.날카로운 비명소리는 산을 메아리 쳤고, 나는 공포심에 사로잡혔다. 흔들리는 후레쉬 불빛에 비친 그 손은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다.나는 막 도망가려는 정화씨를 진정시키고, 그 손을 자세히 살펴보았다.후레쉬 불빛에 창백해 보이는 것을 보니, 산 사람의 손 같지 않았다.팔꿈치부터 떨어져 나간 사람 손이었다.천천히 손 주위를 비쳐보았다.아니나 다를까, 그 손의 주인은 5미터 떨어진 저편에 엎어진 채로 있었다.피투성이가 된 채로 엎어져 있는 모습이, 한눈에 봐도 시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정화씨는 팔이 잘려나간 시체를 보고 거의 기절할 것처럼 놀랐다. 나는 시체보다 정화씨의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더욱 섬뜩했다.정화씨를 꼭 붙잡고 그 시체쪽으로 다가갔다.언뜻 봐도 거구의 시체였다.비가 내려 풀잎에 떨어지는 '후드득'하는 소리는 마치 누군가가 풀잎을 해치며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 같아 소름이 끼쳤다.하지만 나도 모르게 시체쪽으로 다가가게 되었다. 그 팔이 잘린 시체를 가까이에서 보니, 머리가 짧고 군복같은 것을 입고 있는 것을 군인같았다. 다른 손 옆에는 피묻은 낫이 떨어져 있었다.순간적으로 머리를 스쳐지나 가는 것이 있었다.이번 연쇄 낫 살인사건의 용의자라는 그 탈영병....그 생각이 나자, 역시 이 사람은 범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사람을 죽인 사람이 진짜 살인귀라는 생각이 뒤따랐다.거기까지 생각하자, 갑자기 온몸에 소름이 쫙끼치며 무서움이 느껴졌다.시체가 여기서 발견된 것을 보니 그 살인귀가 이 근처를 배회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덜덜 떨면서, 뒷걸음질쳤다. 정화씨도 거의 무서워서 울면서 시체로 부터 멀어지려고 했다. 빗소리는 어둠속에서 무언가가 우리들에게 접근하는 소리 같았다. 그 순간 사방이 번쩍하면서 귀가 떨어질 것 같은 천둥소리와 함께 사방이 밝아졌다. 번개였다.그 짧은 순간, 나는 무서워서 미치는 줄 알았다.사방이 환해지는 순간 우리 앞에 여러명의 사람들이 서있는 것이 보였다.모두 쾡한 눈으로 우리를 빤히 보고 있었고, 한 손에는 피묻은 낫을 들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피투성이였고, 국민학생 또래의 꼬마애와 군복을 입고 있는 장교, 그리고 중년의 남자도 있었다. 그 중에는 흰 옷에 머리를 풀어해친 여자도 보였다. 그들은 바로 그 과수원에서 죽음을 당했던 사람들이었다!나는 극도의 공포심을 느껴 온몸의 피가 역류하는 것처럼 느껴졌다.그 짧은 순간동안 나는 모든 것을 봤고, 죽음과 같은 두려움을 느꼈다.어두워지는 순간 그들이 낫을 들고 우리를 덮치는 것 같았다.나는 그들을 보는 순간 균형을 잃고 뒤로 넘어졌다. 온 몸에 비에 젖고 진흙투성이가 된 것도 상관하지 않았다. 나는 정화씨의 손을 잡고, 우산을 팽개치고, 거기서 벗어나려고 필사적으로 뛰기 시작했어요. 정화씨는 나의 돌연한 행동에 움찔하면서, 열심히 따라왔다. 나는 정화씨의 손을 잡고 미친 듯이 과수원을 내려왔다. 비가 떨어지는 후드득 소리는 마치 뒤에서 그들이 낫을 들고 쫓아오는 것 같았다. 몇번을 넘어지고 과수원을 벗어났지만, 그 버려진 집이 우리 앞에 버티고 있었다.나는 그 집을 보고, 무서움을 느꼈다. 정화씨가 힘들어하는 것은 신경쓰지 않고 무조건 뛰기만 했다.내 머리속을 채우고 있는 생각은 오직 여기서 빨리 벗어나야 된다는 것이었다. 어느새 우리는 그 과수원 집을 벗어나 길을 달리고 있었다. 그제서야 나는 숨이 차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멈췄다. 정화씨는 너무 고통스러운 것 같았다. 숨이 넘어갈듯한 목소리로 나에게 따지듯이 물었다. "일한씨, 허헉... 도대체.. 헉 무슨.. 일인데.. 허헉 갑자기... 도망치듯이.. 달린거예요? 허헉... 놀라고.. 헉헉 힘들어 죽는 줄 알았어요!."나는 가쁜 숨을 몰아 쉬면서, 정화씨에게 그들의 무시무시한 모습을 보지 못했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정화씨는 영문을 모르는 표정을 하면서 오히려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는 것이었다.그 순간 나는 충격을 받았다. 그럼 그들은 내눈에만 비쳤단 말인가?나도 미쳐가는 것인가?비를 맞으면서, 만감이 교체했다. 정화씨가 다시 말을 걸때까지 정신을 못차리고 있었다. 걱정스러운 표정의 정화씨에게 괜찮다고 얼버무리며, 우선 경찰서로 가자고 했다. 우리가 발견한 시체에 대해 신고를 해야 할 것 같았다. 우산을 거기 내팽기치고 왔기 때문에, 비를 다 맞으면서 파출소까지 찾아갔다. 시골의 작은 파출소인데도 이번 살인 사건때문인지 경찰과 헌병들로 붐볐다. 온몸이 젖고 진흙투성이의 우리가 경찰서 문을 여는 순간, 모두들 하는 일을 멈추고 우리를 돌아보았다. 나는 용기를 내어 옆에서 우리를 보고 있는 경찰에게 시체를 발견했다는 것을 얘기했다.과수원에서 발견했다는 말에, 모두들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알지 말아야 할 것을 알게된 것 같은 표정들을 지었다. 그 어색한 적막을 이번 수사의 책임자같은 사람이 깼다. "모두들 뭐하고 있는 거야? 빨리 움직여! 저 안내 좀 해 주시죠."그곳으로 돌아가긴 싫었지만, 책임자의 강압적인 부탁으로 어쩔 수 없이 나도 경찰과 헌병들과 그곳으로 다시 출발했다. 추위와 두려움에 떨고 있는 정화씨는 여관으로 돌아가 몸좀 말리라고 했지만, 혼자 돌아가기 무섭다며 파출소에서 기다리겠다고 했다.같은 차에 탄 그 책임자는 자기를 김반장이라고 소개했다. 원래 이 마을 출신인데, 진급해서 지금은 연천시에서 강력계 반장을 하고 있다고 했다.작달막하고 고생에 찌든 듯한 40대였는데, 경찰이어서 그런지 눈빛만은 날카롭고 평범하지 않았다. 그 사람은 자기 소개를 마친 뒤 대뜸 우리에 대해서 물었다.어쩌면 당연한 질문일지도 몰랐지만, 나는 그 질문을 받고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여기 온 이유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막막했다. 낮에 동네 아주머니에게 했던 거짓말은 김반장에게는 통할 것 같지 않았다. "저... 얼마전 여기로 의료조사왔던 친구가 사라졌거든요. 그래서 그 친구를 찾아보려고요..."내가 생각해도 좀 엉뚱한 대답이었다. 그러나 김반장은 놀라지도 않고 좀더 자세히 얘기해 달라고 했다. 어쩔 수 없이 대략적인 얘기를 했다.재원이란 친구가 여기서 과수원에 있었던 살인사건에 관심을 가지고 뭔가 조사하다 정신이 나간 상태로 발견되었는데, 며칠전 병원에서 사라져서 혹시나 하고 여기로 찾으러 왔다고 했다. 물론 재원이의 편지에 묘사되었던 귀신이나 내가 목격했던 그 끔찍했던 모습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그런데 내가 과수원 살인사건에 대해 말을 꺼내자 그 김반장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런 일이 또 있었군..... 이상해...."뭔가 알고 있는 듯한 혼잣말을 지껄인 후, 이내 전형적인 경찰의 모습으로 돌아와 내게 그 시체의 발견경위에 대해 물어보았다.막 설명을 하려는데, 어느새 그 버려진 집에 도착했다. 걸어가면서 얘기하자며, 그 반장은 우산을 피고 앞장섰다. 속속들이 경찰과 군 관계자들이 도착했다. 헤트라이트 불빛은 받은 그 집은 정말 무시무시하게 보였다.나는 떨리는 것을 참으며, 김반장을 내가 시체를 본 것으로 안내했다.시체옆에 우산을 버리고 왔기 때문에 한눈에 그 자리를 찾았다.시체는 우리가 발견한 그대로 있었다. 잘려진 팔도 비를 맞으며 제자리에 있었다. 장교하나와 김반장이 비닐장갑을 낀채로 그 시체를 뒤집어봤다.생각했던대로 그 시체는 탈영병이 맞았다. 후레쉬 불빛에 비쳐진 뒤집힌 시체는 죽은지 얼마 안되는지 아직도 혈색이 도는 것 같았다.죽을 때 심한 고통이 있었는지, 얼굴을 일그러질대로 일그러졌고 눈은 뭔가 무서운 것을 본 것처럼 크게 떠져 있었다. 경찰들은 조심스럽게 옆에 버려진 낫을 수거했다.그런데 헌병 책임자로 보이는 장교와 김반장이 언쟁하는 듯한 모습이 보였다. 그 둘은 점점 언성을 높이더니, 급기야는 김반장이 "당신 마음대로 해! 나는 책임 지지 않겠어!"라고 소리쳤다.그러더니 김반장은 조사도 끝나지 않았는데도 차로 돌아갔다.그 장교는 김반장이 자리를 떠나자, 헌병들을 지휘해서 일사분란하게 자리를 정리했다. 시체와 팔, 그리고 낫을 조심스럽게 운반하여 따라온 엠블란스로 옮겼다. 김반장을 따라온 경찰들은 어색한 표정을 지으면서 그 뒤를 따랐다. 멍하니 서있는 나에게 한 경찰이 다가오더니 수고했다며 타고왔던 차에 타라고 했다. 서로 가서 목격자 진술만 하면 다 끝나니 조금만 더 수고를 부탁한다고 했다.김반장이 타고 있던 차로 다가가는데, 그 장교가 차안에 김반장을 향해 느믈거리는 표정을 하며 말했다. "김반장님, 화 푸세요... 아까 말한 것처럼 시체는 읍내병원에서 부검하지요. 의사는 우리 부대 군 의관으로 하고, 피묻은 낫을 서울로 보내서 검사하죠.. 그리고 내일중에 보고서를 보낼테니 동의해 주세요. 언론에는 군 통제하에 알리는 것으로 하시죠. 그럼.... " 대충 들어보니, 수사 주도권 다툼같았다.아니나 다를까, 차에 타니 김반장은 씩씩거리며 그 장교에 대해 욕하고 있었다. "나쁜 놈들, 아예 소설을 쓰고 있군! 소설을! 뭐, 미쳐서 사람을 둘이나 베어버리고, 자기 팔을 잘라 자살한 것이라고! 그리고 수사는 그렇게 종결하고, 언론에도 그렇게 알리자고! 나는 앉아서 박수만 치라고.... 나쁜 놈들....."김반장의 말을 가만히 들어보니, 군대측에서 탈영과 살인의 의미를 축소하기 위해, 그 탈영병은 정신병자였고 결국엔 자살한 것으로 마감하려 한 것같았다. 김반장의 불편한 심기때문인지 차안에 탄 사람들은 조용히 있었다.씩씩거리던 김반장은 돌연히 내게 질문을 던졌다. "일한씨라고 했죠? 그래서, 그 친구의 단서는 찾았나요? 이 마을에 살인사건이 일어나는 바람에 낯선 사람들은 모두 확인해봤는 데, 일한씨 친구같은 사람은 없었는데.... 그건 그렇고 그 친구 힘은 쎄요?"갑작스런 김반장의 이상한 질문이 마음에 걸렸지만, 솔직이 대답했다. "그 친구 의대생이라 힘이 그렇게 쌘 것 같지는 않은데요.. 운동도 별로 안 좋아하고... 그런데 그건 왜?" "아니, 아무것도 아니고... 그래 차도 끊겼는데, 묵을 곳은 찾았소?"김반장은 나의 질문에 대답하는 대신, 말을 딴 쪽으로 돌렸다.차는 파출소에 도착했다.정화씨는 오늘 하루가 너무 힘겨웠는지, 소파에 쪼그리고 자고 있었다.나는 김반장에게 부탁해서 담요를 정화씨에게 덮어주었다.책상에 앉아, 나는 시체를 목격한 것에 대해간단히 진술했다. 물론 그 버려진 집안으로 들어간 일은 빼고, 단지 재원이를 찾아 과수원 근처를 헤매다가 그 시체를 발견했다고 했다. 김반장은 내 얘기를 듣는등 마는등 하더니, 이제 가보라고 했다. 나는 정화씨를 어렵게 깨워 여관으로 나섰다. 김반장은 나가는 나를 보고 의미있는 한마디 했다. "일한씨, 조심해요... 이런 시골에서는 서울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요...... 그리고 그 재원이란 친구를 우리가 발견하면 꼭 연락해 주겠소..."그리고는 파출소안에 사람들을 모아 무슨 회의를 시작하려 했다.나는 가만히 서서 김반장의 말의 의미를 생각해보았다. 하지만 그 말에 담긴 뜻은 잘 이해할 수가 없었다. 찝찝함과 함께 파출소문을 나서는 내뒤로 김반장의 풀죽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러분들 모두다 수고했어요. 이제 다 끝난 것 같으니, 짐 챙겨서 떠날 준비하세요. 나는 여기서 며칠 있다 갈테니, 먼저들 시로 출발해요. 서장님에겐 이 사건 뒷처리한다고 내가 보고할테니......."비는 아직 내리고 있었다. 경찰에게 빌린 우산을 쓰고 우리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여관으로 향했다. 정화씨는 도대체 오늘 우리가 보고 겪은 것이 무엇이냐고 내게 물었다. 솔직이 나도 대답할 수 없었다.재원이를 찾아 여기에 왔지만, 재원이에 대한 단서라곤 그 집에 새겨놓은 글밖에 못찾았고, 이상한 사건에 휘말리고 있는 것 같았다. 정화씨가 너무 지친 것 같아, 내일 첫차를 타고 서울로 돌아가라고 했다.정화씨는 좀 갈등하는 것 같더니, 생각해보고 결정하겠다고 했다.우리는 여관에 들어가 맡긴 짐을 찾고, 부탁한 방으로 들어가려고 했다.그런데, 우리를 대하는 여관 주인의 태도가 좀 이상했다. 낮의 친절함과달리 우리를 경계하는 눈치였다. 마치 우리가 달갑지 않은 불청객처럼 대했다. 흘끔흘끔 우리를 보는 눈치가 기분나쁠 정도였다.우리는 애써 개의치 않고 각자 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정화씨에게 혹시 모르니 문단속 잘하고 자라고 했다. 푹자고 내일 보자고 하고, 내방으로 들어왔다. 방에 들어오자 마자, 지저분한 화장실에서 샤워를 했다. 샤워를 하면서, 오늘 있었던 많은 일들을 생각해 보았다. 마치 암흑속에서 조각조각들을 찾아 맞추는 것 같았다. 뭔가가 연관이 있을 것 같아 보이면서도, 도무지 알 수 없는 것 같았다.샤워를 마치고, 잠자리에 누웠다. 얇은 벽을 통해 들어오는 빗소리가 귀를 거슬렸다. 몸은 몹시 피곤했다. 하지만 잠이 잘 않았다. 잠을 애써 이루려는데, 아까 그 집에서 본 졸린 눈의 사람 머리와 과수원에서 본 낫을 들고 있던 사람들의 모습이 떠올랐다.갑자기 소름이 쫙 끼치면서, 그 사람들이 여관 방안에 나타날 것 같았다. 부끄럽지만 무서움이 느껴졌다. 그 두려움을 쫓다가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쾅쾅'하고 문 두들기는 소리에 잠이 깼다. 밤새도록 그 사람들에 대한 악몽에 시달렸는지 자고 일어나도 개운하지 않았다. 잠시 잠을 깨고 문을 열었다. 어쩔 줄 몰라하는 정화씨였다. 정화씨는 다급하게 누군가가 우리를 찾아왔다는 것이다. 아직도 잠결에 있었던 나는 그 얘기에 확 잠이 깼다.누가 우리를 찾아오다니....좀 이상했다. 이 마을에 아는 사람이란 어제 만난 김반장뿐인데...아침부터 우리를 찾아온 사람이 있는 것이 좀 이상하게 느껴졌다.정화씨 말로는 아침에 여관주인이 어떤 사람이 우리를 찾는다고 했다는 것이다. 나는 잠시 시간을 달라고 하고, 나갈 채비를 했다.준비를 하면서 생각해봤지만 머리속이 혼란스러워지기만 했다.방안을 나서니, 정화씨가 안절부절하면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뭔가 두려움에 떠는 것 같았다. 얼굴을 보니 피로가 가득해 보였다. 나는 혹시나 하고 어젯밤에 무슨 일이 잇었냐고 물었다. "...사실 어제 한숨 못잤어요. 믿으실 줄 모르지만, 어제밤에 재원이 오빠를 봤어요. 꿈인지는 모르겠지만, 재원이 오빠의 모습을 봤어요. 그런데, 평소의 모습이 아니라 피 투성이가 된 모습이었어요. 광기어린 눈빛하고 살기어린 표정, 오빠같지가 않고 너무 무서웠어요.. 그 모습을 보고 잠을 못 이루었어요... 너무 무서웠어요..."정화씨는 정말로 무서운 것을 본 사람처럼 얘기했다.나 역시 섬뜩함을 느끼고 있는데, 여관주인이 밑에서 우리를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아침부터 찜찜한 기분을 느끼며 우리를 찾아왔다는 사람을 만나러 내려갔다.주인은 우리가 늦게 내려온 것에 대해 짜증스러운 표정과 함께 여전히 불쾌해하는 것처럼 보였다. 주인 옆에는 작은 키의 여자아이가 서있었다.아이인데도 불구하고, 언뜻보기에 이상하게도 여관주인이 어려워하는 것처럼 보였다.그 아이는 우리를 보자마자, 귀에 거슬릴정도의 높은 목소리로 얘기했다. "친구를 찾아왔죠. 그 의대생. 우리 엄마가 당신들 보고 싶대요. 따라와요."냉랭한 목소리로 말하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장섰다.가까이서 보니 그 아이처럼 보인 여자는 아이가 아닌 것 같았다. 어른 같기도하고 애같기도 하고 잘 구분이 안가 보였다. 어투도 좀 이상하고, 보통사람같지는 않아 보였다.우리는 어리둥절한 상태로 그 여자뒤를 따라갔다.비는 지겹게도 계속해서 내리고 있었다. 가는 길에 우연히 마주치는 마울 사람들은 우리를 보고 경계하는 것 같았다. 뭔가 우리에 대한 나쁜 소문이 벌써 마을 사람들 사이에 퍼진 것 같았다.그 여자는 우리를 한적한 곳으로 데려갔다. 한참을 따라가다가 보니, 평범하게 보이지 않는 집으로 우리를 데려갔다.집장식이 울굿불굿한 것을 보니 무슨 무당집같았다. "들어가요."그 여자는 다시한번 냉랭한 목소리로 우리를 방안으로 안내했다.우리가 들어간 방은 생각보다 컸다. 처음 눈에 들어온 것은 붉고 푸른 귀신의 나무 조각들었다. 보살이나 부처의 상도 보였다.생각했던 것처럼 무당집이었다. "여기와서 앉아."저 방끝 그늘속에서 굵직한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우리는 무슨 마법에 홀린 것처럼 그 목소리가 나는 곳으로 가서 앉았다.가까이서 보니,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볼 수가 있었다.나이는 종잡을 수 없지만, 짙은 화장뒤의 숨겨진 주름살로 보아 5,60대로 보였다. 하지만 그 눈매는 범상치 않았고, 뭔가 이상한 분위기를 풍겨내고 있는 무당이었다. "어허.. 남자는 귀(鬼)에 쌓여있고, 여자는 살(殺)을 보고있어... 너희들, 친구를 찾아왔지. 변해버린 친구. 그 친구는 과수원에서 변해버렸지...."그 무당 할머니는 다짜고짜 이해할 수 없는 애기를 시작했다. 나는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저... 무슨 일로 저희를 부르셨죠?" 그 무당 할머니는 휴하고 한숨을 내쉬더니 좀 더 부드러운 목소리로 얘기를 시작했다. "벌써 마을엔 너희 얘기가 쫙 퍼져있어. 귀신을 데리고 이 마을에 왔다고.. 사실 모든 일이 내 책임이야.. 그런데 두려워서 아무 것도 못하고 이 지경으로 만들었지. 내 얘기를 잘 들어. 아마 친구를 찾는데 도움이 될꺼야. 그때 병식이 부탁을 들어주지 말았어여 하는데. 과수원 주인 병식이는 어렸을 때 부터, 이 집에 놀러오곤 했어. 남들은 다 무서워하고 꺼려하던 무당을 스스럼없이 대하고 내 말상대가 곧잘 되주었지. 결혼 후에도 부인과 함께 가끔씩 인사하러왔지. 지희, 지철이가 태어나고 자라고... 참 행복하고, 보기좋았지. 그런데,병식이 안사람이 시름시름 앓다고 죽었어. 그때 병식이 참 슬퍼했지. 거의 제정신이 아니었어. 그래도 자식들 때문에 정상으로 돌아왔어. 병식이는 제어미 쏙 빼닮은 지희에게 온갖 정성을 다했지. 항상 자랑하고 다녔지. 자기 딸이 마을 최고의 신부감이라고. 그러더니 그 사랑스런 딸이 안중위라는 군인과 결혼을 약속하게 되었지. 그때 병식이가 나를 찾아와서 고민을 털어놓았지. 지희가 시집가서 행복해지는 것은 좋은데, 너무 허탈하고 외롭다는 거야. 그러더니 덜컥 죽은 사람을 살려내는 주문을 해달라는 거야. 나는 무슨소리냐고 화를 냈지. 그런데 병식이는 용케 기억하고 있었어. 병식이가 중학생일 때, 내어미 무당이 죽었지. 죽어가면서 내게 남긴 주문이 있는데 죽은 사람을 살려 내는거야. 너희들은 믿지 않겠지. 과학을 신보다 중요시 하는 놈들이니까. 그 주문은 너무 위험하고 비밀스러우니 일생에 단 한 번만 쓰고, 죽기 직전에 내 딸에게 넘겨주라며 어미가 남겼어. 어미말로는 이 주문을 걸며, 죽은 사람이 밤마다 무덤에서 나와 주문을 건 사람앞에 나타난다는 거야. 대신 절대로 다른 사람이 보면 안되고, 당사자 이외에는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어야 성공하다고 했지. 그 주문을 받고, 어미가 죽었을 때 나도 처음으로 슬픔을 느꼈지. 그때 병식이가 옆에 있어주었지. 아마 그때 내가 무의식중에 그 주문 얘기를 했을꺼야. 병식이는 그 얘기를 기억하고 있던 것이고, 나를 졸라대기 시작했어. 나는 완강히 거절했어. 하늘의 뜻을 거스르는 주문은 분명히 마가 낀다며. 그래서 평생 한 번 밖에 쓸 수 없다는 거라며. 하지만 병식이는 막무가내였어. 그때부터 매일 나를 찾아와 울고 애워하 고 부탁했지. 그때 딱부러지게 거절했어야 하는데. 다 내 업보고, 내 실수지. 하도 애원하니까 내 마음도 흔들리기 시작했어. 그리고 나도 그 주문을 죽기 전에 한 번 써보고 싶었거든. 결국 병식이에게 넘어갔지. 그날부터 병식이에게 그 주문의 절차를 하나하나 가르쳐주었지. 나는 이제 다리를 못써 내가 직접 주문을 걸수가 없었지. 병식이는 안사람을 되살릴 수 있다는 것에 빠져들어, 딸애 결혼준비에도 신경 않쓰고 여기에만 매달렸지. 이런 큰 주문에 몰두하게 되면, 당사자의 기가 빨려 들어가 위험하게 되 는데, 병식이가 그런 것 같았어. 점점 성격도 비밀스러워지고 포악해지는 것 같았어. 나도 변해가는 병식이의 모습을 보니 슬슬 겁이나기 시작했어. 하지만 이미 막기는 너무 늦었었지. 주문을 건다는 그믐달 밤, 나는 불길한 예감을 느끼며 병식이의 결과를 기다렸지. 그런데, 그날밤 악귀의 기가 갑자기 느껴졌어. 아니나 다를까, 다음날 그 과수원의 몰살에 대한 얘기를 들었지. 나는 뭔가 크게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어. 그때 후회해봤자 소용없었어. 그런데, 그 살육이 평범하지 않다는 얘기를 들었어. 내 주문이 엉뚱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 그 후에도 그 집에 얽힌 여러 가지 혼귀얘기를 들었지만, 어쩔 수 없었지. 그거 알아? 무당은 아무리 신통력이 있어도, 누군가가 부탁해야 굿이나 주문을 걸어 잡귀를 쫓을 수 있어. 남의 부탁 없이 자기 뜻대로는 신통력을 발휘할 수 없는 것이 우리 무당의 숙명이야. 그런데 아무도 그 집의 악귀를 쫓아달라고 부탁한 사람이 없었어. 다리를 못쓰게 되어, 이 방밖으로 나가보지 못한지가 벌써 10년째니, 그 집에 가볼 수도 없었지. 아무도 무당을 도와주려 하지 않거든. 자기가 무당이 필요하기 전까지는... 여하튼 그래서 그 집에 어떤 악귀가 있고, 왜 온가족이 죽었는지 알 수가 없었지. 그 집에 관한 무서운 얘기가 돌고, 미쳐버린 지희가 자살하고, 서울에서 온 의대생이 그 집에 들어갔다 미쳤다는 얘기도 들었지. 그리고 주순경이 그 집을 태우려다가 자기가 불타죽었다는 얘기도. 그 집에 분명히 무시무시한 악귀가 서려있어. 그런데 알 수가 없지. 너희들이 믿을 지는 모르지만, 내 얘기는 끝났어. 내가 너희들은 부른 이유는 그 집에서 미쳐나간 너희 친구를 찾기 위해 서는 너희들도 너희 이야기를 내게 해줘. 너희들이 그 집에서 본 것, 친구가 그 집에서 겪은 일들. 나도 그 집에 대해서 책임이 있거든."나는 그 할머니 무당의 얘기를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죽은 사람을 살려낸다는 등, 악귀가 서려있다는 등, 자기에게 얘기하면 재원이를 찾아준다는 듯이 얘기나 하고, 그냥 통속적인 무당 사기꾼의 얘기 같았다.하지만, 옆에 정화씨는 그 무당의 말을 거의 믿는 것처럼 진지하게 무당의 얘기를 듣더니, 우리 얘기를 들려주었다.재원의 편지 얘기서부터, 우리가 그 집과 과수원에서 본 것들을 상세하게 얘기했다. 가만히 그 얘기를 듣고 있던 나는 속는셈치고 얘기해보자라는 생각으로 내가 그 집과 과수원에서 본 귀신의 모습도 얘기해 주었다.하긴 이런 얘기를 믿을 사람은 그 무당할머니 밖에 없어 보였다.우리의 얘기가 끝마쳐지자, 그 무당 할머니 얼굴은 흙빛이 되었다.처음의 당당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세상에.. 이런 일이. 병식이가 건 주문은 확실히 잘못되었어. 그 무서운 것을 살려내다니. 너희들, 친구 찾는 것 포기하고 빨리 이 마을 떠나! 내 죄고 업보이다. 저승에 가서 어미 얼굴을 어떻게 볼꼬. 아아......"무당 할머니의 말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떠나라고 하기에 나는 지루함을 못이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정화씨는 정반대였다.재원이를 걱정하는 것 때문인지 너무 진지했고, 무당 할머니에게 애원을 하는 것이었다. "할머니, 아까 그러셨죠. 부탁하는 사람이 없어 그 집의 악귀를 못ㅉ는다고. 그럼 이러면 어때요? 내가 할머니께 그 집의 악귀를 쫓아달라고 부탁하는거예요. 그리고 재원이 오빠도 찾아달라고... 할머니도 뭔가 하고 싶다고 했잖아요?"정화씨는 필사적으로 부탁을 계속했다. 재원이를 걱정하는 정화씨의 마음은 이해할 수 있겠지만, 쓸데없는데 신경쓰고 부탁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었다. 그 무당은 처음에는 거절했다. 이제는 자기힘으로도 어쩔 수 없다며.하지만 정화씨의 집요한 부탁과 애원으로 결국에는 한 번 해보겠다고 승낙했다. 대신 자기가 몸이 불편하니까 오늘 하루종일 우리에게 준비를 도와달라고 했다. 나는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고 일어나려 했지만, 정화씨가 선뜻 승낙해버렸다. 정화씨는 자기는 여기서 일할테니, 나보고는 하기 싫으면딴데가서 재원이를 찾아보라고 했다. 난처했다. 이럴 수도 없고 저러기는 싫고. 울며 겨자먹기로 나도 남아서 의식의 준비를 도와주기로 했다.한 번 결심을 하자 그 무당 할머니는 전혀 딴 사람을 변했다.찹쌀과 보통쌀을 물에 깨끗이 씻어 장작불을 피어 밥을 짓으라는 등, 수탉의 피를 구해오라는 등, 준비를 위해 별의별 일을 다했다. 무당 할머니는 방에 틀여박혀 주문인지 지방인지 뭔가를 계속해서 쓰고 있었다. 내가 장작을 패고 있을 때, 정화씨와 여기사는 여자는 밥과 음식을 준비했다.정신없이 일하다 보니, 하루가 금방 지나갔다.어두워지자 그 무당 할머니가 일을 중단시켰다. "자들 수고했어. 거의 준비 다 되었으니, 내일 아침에 와서 마무리를 짓도록. 의식은 내일 밤이야. 잘되면 그 악귀도 저승으로 끌려가고, 너희 친구도 찾게 될꺼야. 잘 못되면, 이승을 떠날 수도 있지."불길한 말을 들으며, 우리는 그 집을 떠났다. 하루가 정말 정신없이 지나갔다. 분명히 사기같은데, 왠지 모르게 나도 이런 일에 빠져들고 있는 느낌이었다. 처음에는 분명히 이런 의식에 콧웃음을 쳤는데, 오히려 내가 준비를 돕다는 이상했다. 정화씨는 이 의식에 뭔가 기대하는 눈치였다.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데..여관으로 돌아오다가 우연히 김반장을 만났다. "아직들 안갔군... 비가 많이와서 저수지가 넘치면 다리가 끊겨 이 마을에서 떠날 수 없게된 다고.... 빨리 떠나는 것이 좋을걸.. 이 정도로 비가 오면 내일이면 저수지가 넘칠 것 같은데.. 나는 여기서 그 핑계로 한참 쉴 생각이요. 자, 나는 동네 친구들과 술한잔 약속있어서... 내 말 명심해요.."그 말을 듣고 하늘을 쳐다보니, 정말 구멍이 뚫어진 것처럼 쏟아붓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이렇게 떠날 수가 없었다. 정화씨의 기세로 봐선 홍수아닌, 불이 나도 재원를 찾기전에는 절대로 떠날 것 같지가 않았다.하루가 피곤했는지, 방으로 들어오자 마자 쓰러져서 잠이 들었다.다음날역시 정화씨가 나를 깨었다.비는 아직도 내리고 있었다. 우리는 어제 기억을 더듬으며, 그 무당집으로 향했다. 날씨 탓인지 괜히 아침부터 불길한 예감이 느껴졌다.무당집은 아직도 아무도 안 일어났는지 조용했다.우리는 마당에서 '할머니! 할머니!'라고 불러보았어요. 몇번을 불러봐도, 아무런 대답이 없자 갑자기 겁이 나기 시작했어요. 나는 용기를 내어 방문을 열었죠.문을 열자마자 무슨 비린내가 나는 것 같았어요. 그나마 있던 춧불도 꺼지고, 바깥도 어두운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어요.우리는 어둠속에서 '무당님, 저희예요' 부르며 어둠에 눈이 익숙해지면서 방안쭉으로 들어갔다. 어둠속에 언뜻 보니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 묵상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우리들은 전혀 개의치 않고 묵상에만 잠겨 있는 것 같았다. 너무 어두워 잘 안보여, 나는 벽을 더듬다가 찾아낸 스위치를 켰다. 환해지는 것과 동시에 정화씨의 날카로운 비명이 내 귓전을 때렸다.그쪽으로 돌아보는 순간 나는 머리통을 한 대 맞은 것 같은 충격을 느꼈다. 무당 할머니와 그 여자가 피투성이가 되어 처참하게 죽어있었다.무당 할머니는 앉아 있는채로 정수리에 낫이 손잡이까지 푹 박혀있었다. 눈은 죽기 전의 공포로 가득차있었고, 무당 시중들던 그 여자는 무당 옆에 난도질당한 끔찍한 모습으로 죽어있었다.둘의 끔찍한 모습을 보고, 우리는 순간적으로 정신을 잃었다.정화씨의 비명은 계속되었고, 그 비명소리에 나는 정신을 차렸다. 나는 정화씨의 손을 낚아채고 바깥으로 나왔다.살인마는 탈영병이 아니었고, 아직도 이 마을에 남아서 살인 자행하고 있다는 것이 생각났다. 등골이 오싹해졌다.바들바들 떨며,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정화씨를 달랬다.구역질을 참으며 경찰서로 향하려는데, 마을 방송에서 또 한 번 충격적인 소리가 들려왔다. "...아 예, 주민 여러분. 저 이장입니다. 다름이 아니오라, 우려한던 저수지 범람으로 인해 읍내로 나가는 다리가 끊겼고, 전화선도 유실되었습니다. 외부로 나가는 통로가 완전히 차단되고, 연락 수단도 없어졌습니다. 아무도 이 마을을 벗어나거나, 들어올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주민 여러분 걱정하지 마시고 기다리십시오. 곧 정부에서 도움을 줄 것입니다. 살인범인 탈영병도 죽었는데, 설마 무슨 일이야 나겠어요?...... 스피커에서 울려나오는 방송은 내 몸을 얼어붇게 만들었다.이 마을에서 살인귀와 함께 갇히다니...사형선고를 들은 기분이었다.정화씨도 시체들을 본데다 이런 방송마저 들으니,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그러나 우리가 여기서 할 일은 우선 파출서를 찾아가는 수 밖에 없었다. 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고, 아침있었는데도 불구하고 파출소로 가는 길에는 인적이 드물었다. 시체를 목격한 것과 그 방송때문인지 ㄱ가 숲에서 무언가가 퍽하고 튀어나와 우리를 갈기갈기 ㅉ어버릴 것 같기도 했다. 우리는 거의 뛰다 시피해서 어제 그 파출서로 뛰어들어갔다.그러나 이게 원일인가...그저깨만해도 헌병과 경찰들로 가득찼던 파출소에 아무도 없는 것이었다. 나는 당황하고 겁이 나서, 누구 없냐고 다급하게 소리쳤다.몇번을 불러도 대답이 없어 너무 황당하고 절망적이었다.이런 절박한 상황에 경찰 한명없다니...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당황하고 있는데, 부시럭 소리가 나면서 책상 뒷편에서 누군가가 일어나는 것이었다.자고 있었는지 눈도 제대로 뜨지도 못하고 부시시한 모습으로 일어난 사람은 바로 그 김반장이라는 사람이었다. 그 사람은 어제 과음을 했는지 술 냄새를 확 풍기며 아직도 술이 덜 깬 모습으로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나는 웬지 모를 한심함도 느꼈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다급하게 말했다. "사람이 죽었어요! 사람이! 무당집에 두명이 죽어있어요! 무당은 머리에 낫이 꼿혀있었어요!!!"김반장은 처음에 내 말이 무슨 얘기인지 잘 못 알아듯는 듯 했다. 단지 과음 때문에 머리가 아프고 어지러운지 의자에 아무렇게나 앉더니 주전자에 있는 물을 들이키더니 다시 어떤 일이냐고 물었다.다시 차근 차근우리가 무당집에서 발견한 끔찍했던 시체에 대해 얘기해주자, 그제서야 김반장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는지 세면대에 가서 물을 머리에 끼언고 옷을 고쳐 입고 아까와는 좀 다른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러더니 어디엔가 전화를 걸려고 노력하다가 전화가 먹통인 것을 알고 욕지거리와 함께 전화를 내던져버렸다. 술에 취해 골아떨어져 전화선이 유실되고 다리가 끊겨 고립된 상황을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식식거리는 김반장에게 홍수얘기를 해주었다. 역시 모르고 있었더니 김반장은 매우 놀랐다. 나는 다른 경찰은 다들 어디에들 있냐고 물었다. 내 질문에 김반장은 히스테릭컬한 웃음과 함께 미쳐 생각하지 못한 얘기를 들려주었다. "..하하.. 다른 경찰이라.. 이봐요 젊은이, 이렇게 작은 마을에는 원래 경찰이 거의 없소. 사실 이 마을에 경찰은 단 두명뿐이요. 아니, 나까지 합해 셋이 되야 정상이지만, 서순경은 읍내에 나갔으니 두명뿐이지. 여기는 파출소가 아니예요. 그저 작은 마을에 지서일뿐이죠. 그놈의 낫 살인사건 때문에 잠시 북적거렸지만, 지금은 다들 떠났고, 아무도 나가거나 들어갈 수없는 이 마을에는 150여명의 주민과 두명 의 별볼일 없는 경찰, 당신 두명, 그리고 피에 굶주린 미치광이 살인 마가 있는거요. 아, 그놈 때문에 마을 사람 수가 점점 줄어들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김반장님이 뭔가 어떻게 해야 되지 않나요?"정화씨는 그 얘기를 듣고도 별로 놀리지 않는 듯 꾸물럭거리는 김반장을 다그쳤다. 김반장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나면서도 부정적인 얘기를 계속했다. "그래야죠. 아가씨.. 하지만 난들 특별히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은 뻔하지 않소. 전화도 안되니 아무런 수사 협조나 도움도 받을 수 없고, 하나 남은 이 순경은 집에서 자고 있을텐데 여기서 걸어서 한 20분 거리라 불러오기 도 수월하지도 않고.. 차도 들어갈 수 없는 곳에 살고 있고.. 그리고 이 마을은 사실 내 구역도 아닌데...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안내하슈. 가 봐야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겠지 뭐.."말은 그렇게 해도 김반장은 처음의 탁하고 쾡한 눈빛이 아닌, 날카롭게 빛나는 형사의 눈으로 돌아왔다. 말도 시니컬하게 하고, 모습도 작고 꾀죄죄하게 보여도 어딘지 모르게 믿음이 가는사람이었다. 김반장을 데리고 그 무당의 집으로 나서려 하는데, 갑자기 문이 부서져라 열리더니, 겁에 질리고 당황한 얼굴의 경찰이 뛰어들어오는 것이었다. "반...장..님!!! 큰 일..이 났어..요!! 사과골 최씨 부부가...낫에 찔려.. 헉헉.. 죽어있는 것이 발견되었대요 ....헉헉 살인이예요...."우리는 처음에 우리 귀를 의심했다. 또 살인이라니....무당집 살인얘기를 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것이 아닌 다른 살인에 대한 얘기였다. 온 몸에 소름이 쫙 끼치는 것이 느꼈졌다.하지만 김반장은 침착하게 사태를 파악하려고, 겁에 질리고 숨이 차서 어쩔 줄 몰라하는 그 젊은 순경을 다그쳤다. "이봐! 이순경!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는거야? 흥분하지 말고 차근차근 사건에 대해 말해봐! 천천히!!" "죄송합니다. 김반장님. 제가 너무 당황했습니다. 사실 저도 집에서 자고 있는데, 갑자기 정미소 김영감이 문을 두들기 는 거예요. 김영감 말로는 아침에 일이 있어 최씨네 갔는데 인기척은 없고 방문밖으로 피 같은 것이 흘러나와 있는 것이 보였다는 거예요. 피를 보니 너무 무서워 가까이 있는 우리집에 와 나를 깨웠습니다. 나는 귀찮아서 그냥 무시하고 잠을 계속자려고 하는데, 김영감의 겁에 질린 모습이 마음에 걸렸고, 김영감역시 너무 보채서 못 이기는 척 하 고 최씨네로 향했죠. 그때 마을 방송을 통해 우리 동네가 고립되었다 는 것을 알았고.. 최씨네는 김영감 말대로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어요. 방문앞에는 말그 대로 시뻘건 핏물같은 것이 흘러있었습니다. 저는 불길한 느낌이 들었 지만, 그냥 문을 열었어요. 문을 여는 순간, 나는 지옥에 들어온 기분이었습니다. 작은 방 사방에 피가튀어 있었고, 최씨와 부인이 처참하게 피투성이 가 되어 죽어있었어요. 구역질이 나오는 것을 참으며 대충 보니 부인 은 누워있는 상태로 목이 따져 있는 것을 보니 자다가 변을 당한 것 같았고, 최씨는 벽에 기대앉은 채로 목과 어깨가 심하게 난도질 당한 것을 보니 자다가 부인이 죽은 순간 깨어 범인을 보고 죽은 것 같았 어요. 최씨의 눈은 마치 무슨 악마를 본 것처럼 공포로 가득차있었어 요.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치다가 방바닥에 피투성이가 된 낫이 하나 떨어져 있는 것도 발견했습니다. 방안은 마치 악마가 낫을 들고 휩 쓸 고 간 것 같아 보였어요. 저는 내가 경찰이라는 것도 잊고 김영감과 함께 그 끔찍한 곳에서 뒤 도 안돌아보고 도망쳤습니다. 김영감은 자기 집으로 갔고, 저는 여기 로 왔습니다. 어떻게 해야하죠? 다리는 끊겼다는데..."이순경의 말은 우리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또다른 살인이라니...이제 그 살인마는 닥치는대로 사람을 죽이고 다니는 것이다.나와 정화씨는 그 얘기를 듣고 우리가 아침에 목격했던 무당 모녀의 시체를 떠올렸다. 온몸에 전율이 흐르는 것 같았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멍하고 있는데, 김반장이 그 분위기를 깼다.아까와는 전혀 다른 침착한 목소리로 이순경에게 앞으로 할 일을 지시했다. "이순경, 어차피 이번 사건은 우리 몫이야. 다리가 복구되고, 읍내에서 지원이 들어오려면 넉넉잡아 한 이틀에서 사흘은 걸릴꺼야. 그때까지 손 놓고 그 놈이 사람을 죽이는 것을 볼수 만은 없잖아! 그러니 뭔가는 해야지... 이순경은 당장 이장댁에 가서 오늘 발견된 살인사건에 대해 얘기하고, 가능한 빨리 마울사람들을 한 곳에 모이게 하라고 해. 전화가 불통되었 으니, 모여놓고 이번 사건에 대해 경고를 해줘야겠어. 그리고 장정 두세명정도 비닐 하우스에 쓰는 큰 비닐 가지고 무당집으 로 보내줘. 그리고 고기간 하는 박씨에게 시체들이 들어갈 수 있는 냉 동고가 있나 물어봐. 이 날씨에 시체를 그냥 놨두면 얼마 안가 흉칙하 게 썩어버릴테니... 그 일이 다 끝나면, 최씨 집에 가서 다른 사람들이 현장을 훼손하지 않게 지키고 있어. 내가 무당집을 조사해 본 뒤 서둘 러 최씨집 살인 현장으로 달려갈테니... 그리고 주의할 건 마을 사람들에게 경고를 하되 무작정 겁을 집어먹지 않게 주의하도록. 괜한 소동 일어나면 통제가 힘들어지니까.. 아, 그리고 마을 사람들 모일 때, 집에 쓰는 낫을 들고 모이라고 해. 그 살인마는 이상하게 낫에 집착하는 것 같으니... 없어진 낫을 보면 뭔가 단서가 잡힐지도 모르니까... 또, 지서에 있는 무기고를 열어 옛날 총이라도 좋으니 있는데로 꺼내 가져와. 나는 권총 한자루 가지고 있으니, 자네나 무장하고 남은 것이 있으면, 최씨 집으로 가져와. 쓸모가 있을테니... 이순경 명심해! 이번 사건을 해결하고, 마을 사람들을 보호해야 할 사람은 우리 둘밖에 없다는 것을... 그럼 수고하게..."김반장은 마치 미리 생각하고 있던 것처럼 일사천리로 이순경에게 명령하고 멍해 있는 우리를 독촉해 무당집으로 향했다.빗줄기는 아침보다는 약해졌지만, 그래도 끊임없이 내리고 있었다.김반장의 고물차에 타 무당집으로 향하면서, 나는 그 무당이 우리를 불러 해 주었던 괴기한 얘기와 우리가 준비했던 의식에 대해 간략하게 얘기해 주었다. 솔직이 김반장이 우리의 황당한 얘기를 않믿을까 걱정했는데, 김반장은 진지한 표정을 하고 몇가지 질문까지 하면서 우리의 얘기를 들었다. 과수원 얘기를 꺼내자 김반장의 표정은 웬지 모르게 심각해 졌다. 뭔가 생각이 가는 쪽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걸어서는 한참인 거리지만, 비포장 시골길인데도 불구하고 차로는 금방이었다. 김반장은 무당집 어귀에 도착하자 서둘러 차에서 내렸다.우리는 뛰다시피 김반장의 뒤를 따랐다. 잰 걸음으로 무당집으로 향하는 김반장의 뒷모습은 노련한 사냥개를 연상시켰다. 피냄새를 맡은...무당집은 우리가 떠날때와 변한 것이 없었다.하지만 나는 잔인하게 살해된 시체들이 널부러져 있는 그 방에는 죽어도 들어가기 싫었다. 다른 것보다도 겁에 질려 있는 그 눈이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았다.김반장은 거침없이 그 방으로 들어갔다. 들어가는 순간 김반장의 신음소리가 들렸다. 산전수전 다 겪은 반장 역시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곧 반장은 재빠르게 참혹한 현장을 조사했다. 나는 정화씨와 함께 그 방으로 들어가지 마당에서 기다렸다.정화씨는 떨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겨 보았다.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사라진 재원이를 찾으로 왔다가 끔찍한 살인사건에 휘말린 것이다. 더구나 언제 우리가 그 희생양이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아직까지 재원이에 대한 단서가 하나도 없는 것을 봐서, 이 마을에서 재원이의 그 무언가를 찾으려 한 것은 헛수고 같았다. 대신 엉뚱한 일에 빠져들게 된 것이다.김반장의 목소리가 생각에 잠겨있는 나를 방해했다....글이 너무 길어서 다음편으로 옴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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