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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유머] 10살 연하 여자애랑 결혼하고 싶어요 ...전 사랑하는데[펌]
전 30살 초반 회사원인데요,제가 공부한다고 올해 8월 중순부터 어학원을 다녔거든요,거기서 21살짜리 여자애와 같은반이 됬죠그 여자애 이니셜이 S거든요 저는 S를 처음보자마자한눈에 반했었죠,진짜 숨이 탁 막히더라구요, 피부도 순두부처럼 하얗고 얼마나 이쁘던지, 순정만화 애니에 나올듯한 얼굴이더라구요그때 S를 처음보고 "아 진짜 내여자다" 라는 생각을 하게됬죠스터디 그룹을 같이 해서 다같이 친해졌고 스터디그룹끼리 회식하고 영화도보고친해졌죠, S는 확실히 심성이 곱더군요진짜 제가 남자치고 굉장히 작은키거든요? 165cm이거든요새치도 좀 있고 ㅠㅠ얼굴은 둥글둥글하고 안경써서사실 좀 제 모습이 오덕 ㅠㅠ같은데..저처럼 별로인 남자들은 이성친구들이 잘해주고 친절할지라도좀, 거리감은 있잖아요 그런데,s라는 애는 친절하고 상냥하고 거리감도 없고 좋더군요그앤 공부도 진짜 잘하고 열심히하고 착하고꿈도 커서 성공할거라고 미래에 대한 얘기를 하는데전 그 애의 열정적이고 열심히 하는 모습에 매료됬죠저는 스터디 모임끝나고 스터디 핑계로 걔한테 문자도 보내고네이트온 들어올수있냐고 해서 대화도 좀 하고 그랬거든요 ㅎㅎ쪽지를 제가 항상보내면 그 애는 답장을 늦게 해줘서 제가 애가 타긴하지만그 마저 행복했습니다.그런데 쪽지로 대화할수록 그애도 저에게 호감있다는 사실을 깨닫고저도 마찬가지로 밀고당기기를 하기위해 "내인생에 여자란 없다 어쩌구 저쩌구"글을 보내기도 하고 (손발이 오글거리지만;; )전 그 당시 그 애에게 쿨해보이고 싶었나봅니다 ㅎㅎ어쨋든, 그녀도 절 내심 좋아하는 것 같아서같은 스터디그룹에 A란 여자애에게 시켜서"(가명) 동현이 오빠 어떻게 생각해? ""30살 남자가 너한테 고백하면 사귈꺼야?"이렇게 물어봐달라고 부탁했죠사실 제가 스터디 그룹 사람들에게 그녀와 몇몇 사람 빼고나머지에게 말했죠 "나 S를 좋아한다고 S도 나를 내심 좋아하는것같고 네이트온에서 이렇게 쪽지 보냈다고 "사실 소문이 돌긴했어요 저때문에,왜냐면 다른 남자가 S에게 접근할수 없게 하려구요 ㅎㅎㅎ아무튼 다음날 제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A에게 물었더니A가 충격적인 말을 하더군요"S가 오빠한테 별로 다른 감정 안느끼고 그냥 스터디 그룹 사람이라고 생각해요그리고 S는 지금 남자한테 관심 느낄 시기가 아니라는데요?S는 영어때매 지금 스트레스 받고 영어만 신경써야지 왜 지금 이 시기에남자를 사귀겠냐고 나한테 막 뭐라하더라구요 그리고 30대는 아저씨처럼 느껴진데요관심 없나봐요"이 말듣고 어이없더라구요지도 좋아했으면서;; 솔직히 나한테 잘해준이유는날 좋아해서 그런거 아님?그러면서 내가 고백하니까 획돌아서는게 참 굴욕적이더라구요절 좋아하면서도 영어때문에 그런건가요?전 정말 그녀가 허락해준다면 연애하다가 결혼까지 하고싶은데...그리고 제가 A를 시켜서 S한테 물어본 뒤로S가 눈치챘는지 절 자꾸 피하고 저랑 말을 별로 안섞으려고 하더라구요제가 싫어서 그런건가요?그리고 전에도 제가 걔한테 전화걸었는데"저 지금 공부해야되서요 죄송합니다"라고 끊더라구요, 밀고당기기 하는건가요?정말 21살 짜리는 일찍 결혼할 생각이 없는걸까요?걘 꿈이 너무 높은것 같은데...과연 이룰수 있을지.너무 현실성이 없는것 같더라구요 결혼에 대한 행복과 가정에 대한 행복을 깨우친다면저와 결혼하는것도 가능성 있을까요?오덕같은 외모이지만 전 정말 진정으로 그녈 사랑하거든요그녀도 심성이 고운만큼 저를 좋아하는것 같구요왜 그런데 저를 피하고 갑자기 전화도 피하고 문자도 안하고 그런거죠?제가 혹시 변태 취급 당한건가요? ㅠㅠㅠ절 좋아하지만 자신의 꿈을 위해 끝내 자신의 감정을 숨기는건가요?제가 그녀와 대화를 많이 해서 알지만가끔 그녀의 대화를 들으면 야망이 높고 꿈이 높다는걸 느끼거든요,유학간다느니 좋은 대학다시 도전할거라고 하는데...유학가면 그애와 만나는건 불가능한데.. ㅠㅠ정말 30대 혼기가 꽉찬만큼 그녀를 놓고싶지 않아서요..그녀가 꿈을 좀 낮추고 저와 결혼할 방법은 없는지 ....가정에 대한 결혼에 대한 환상을 심어줘서 결혼할 방법은 없는지.. ..방법좀 가르쳐줘요 진짜 이 여자 아니면 전 안되요 ㅠㅠ
여린소녀작성일 2010-09-16추천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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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글터] [펌] 거머리
그 일은 지난여름에 일어났다.나는 대학교 3학년이었고 복학생인 정후 선배가 제의한 일이었다.농활이란거 한번 가 보자고, 농활이라는게 아마 농촌 봉사 활동의 준말이던가..?!난 대학에 들어와 한번도 간 적이 없었다.그런 건 봉사활동 서클 애들,혹은 학생회 애들이나 다니는걸로 생각했었다.그런데 스터디 그룹의 리더인 정후 선배가정색을 하고 말하는 바람에어쩔 수가 없었다.거절했다가는 레포트나 과제물 제출할 때 악영향이 미칠테니..눈물을 머금고 정후 선배를 따라 나섰다. 2박 3일정도로 짧게..그리고 인원수도 5명밖에 안 되는 농활이라이름 붙이기도 쑥스러웠다.하지만 우리는 정후 선배를 따라 D라는 곳으로 떠났다.
"거기 밥은 줘요?"
우리 스터디 그룹의 막내인 민경이가 물었다.이 녀석은 새내기로 몸집도 얼굴도 너무 어리게 생겼다.누가 봐도 대학교 1학년이라고는 믿기 어려웠다.내가 보기에는 중학교 2학년 정도?그래도 우리들을 쫄랑쫄랑 따라 다니는것이정말 막내 동생처럼 귀여웠다.특히 나는 같은 여자여서 그런지, 더 정이 가는 녀석이었다.민경이 말고는 나,정후 선배, 그리고 나와 동갑인 창민이와 2학년인 준석이었다. 모두 같은 과이고 자격증 공부를위해 만든 스터디 그룹 이였다.
"밥이라니, 새참도 주신다더라."
정후 선배가 민경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사실 그런데가서 폐 끼치면 안 된다고 쌀이며 부식 등을 열심히 챙긴 선배였다. 인원수도 적기에 우리는 선배 차에다 같이 타고 가는 중이었다.선배는 한손으로 핸들을 잡고 다른 손으로는담배를 피우며 운전을 하고 있었다.옆자리에 앉아 있던 나는 얼굴을 찌푸렸다.
"정후 선배, 제발 담배 좀 꺼 줘요.... 콜록콜록...."
"아, 미안...."
선배는 내 말에 황급히 담배 불을 껐다.갑자기 준석이 앞자리로 얼굴을 들이밀며 말했다.
"근데 왜 갑자기 농활 얘기는 꺼내신 거 에요?"
"아, 그건.... 그냥.... 내년이면 졸업인데 노느라봉사 활동 한 번 못해 본 게후회가 되어서.... 마지막 여름 방학인데 말야...."
"선배답지 않게....."
나는 웃으며 정후 선배의 허벅지를 꼬집었다.그런데 선배는 반바지 밑으로 들어 난 다리에웃기게도 스타킹을 신고 있었다.
"선배, 변태야? 웬 여자 스타킹을 신었어?"
내 말에 정후 선배는 얼굴이 벌개져 대답했다.
"얌마, 우리 농활 가는데 벼농사 짓는 데란 말이야.여름에 논으로 들어가면 거머리한테 피 빨리는 거 몰라?그 예방용이다!"
너무도 당당한 정후 선배의 말에 우리는 웃음을 터트렸고이윽고 목적지에 다다랐다.
D란 곳은 아주 작은 마을이었다. 집도 몇 채 안 되는..어쩐지 분위기도 삭막한 거 같고 왠지 모르게 서늘한 느낌이..차에서 내린 우리는 모두 그 분위기에 압도되어 잠시 서 있었다.그 때 입을 연 사람은 우리를데려 온 정후 선배였다.
"자, 이렇게 서 있지 말고.... 3일밖에 안 있을건데될 수 있는 한 많이 거들고 가야지. 이장 어른 댁에 인사하러 가자."
이장 어른 댁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었다.그 사람은 예순 정도의 남자로 우리를보는 눈이 별로 곱지 않은 거 같았다.그래도 우리는 최대한 공손히 인사를 드렸다.
"서울에서 온 학생들이라고?"
"예, 많이 가르쳐 주세요. 열심히 일하고 가겠습니다."
"우리 마을은 그 흔한 회관 하나 없으니 우리 집에서 묵게나....."
"아, 감사합니다. 먹을 것은 챙겨 왔으니신경 안 쓰이게 하겠습니다."
정후 선배가 허리를 굽혀가며 대답을 하는데부엌에서 한 여자가 나왔다.
얼굴은 중학생 정도로 앳된 얼굴인데이상하게도 거의 만삭에 가깝도록 배가 불러 있었다.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쳐다보다가 이장에게 물었다.
"며느리이신가 보네요."
"아니, 막내 딸이여....."
"아.... 네...."
그 애는 우리를 빤히 바라보더니 다시 부엌으로 들어갔다.우리는 헛간에 짐을 풀고 일을 하러 나갔다.
"아야얏....."
창민이가 비명을 질렀다.옆에 있던 나는 창민이에게 첨벙거리며 뛰어갔다.
"무슨 일이야?"
창민이는 자기 다리에서 무언가를 떼어 내 내 눈앞에 들이밀었다.그의 손 바닥 위에 있는 것은 거머리였다.길이는 새♡손가락 만하고 검은빛을 띤 지렁이 같이 생긴 것이었다.피를 듬뿍 빨았는지 배가 통통했다.창민은 그 것을 짓이겨 버리고는 다시 잡초를 뽑기 시작했다.우리가 맡은 일은 논에서 벼 외의 잡초를 골라 뽑아 내는 일이었다.여기 사람들은 논에 들어오면서 거의 완벽하리만큼 비닐 옷과 장화로 무장을 하고 있었다.우리는 여름이라 더운 데다가 답답해서 그냥 논으로 들어왔다.대신 이렇게 거머리한테 피를 빨리고 있었다.창민의 다리는 벌겋게 부었다.나는 정후 선배의 눈치를 봐가며 거머리를 피해조금씩 논 가장자리로 나오고 있었다.농활이라고 노래를 부르던 정후 선배는 정말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그런데 한 아주머니가 말했다.
"아가씨, 아니 학생."
"네?"
"달거리는 제 때 하나?"
"달거리요? 아.... 예...."
별 이야기를 다 묻는 다고 생각했다.그 아주머니는 50대 중반 정도로 햇빛에검게 그을린 체격 좋은 분이었다.아주머니는 다시 나에게 말했다.
"얼른 여기에서 달아나, 여기 있다가는 큰일날꺼야.우리야 갈 때가 없으니 돈 때문에 그냥 버티고 있는거지만그리고 우리들은 늙어서 '그것' 들이 노리지 않지만 학생들처럼젊은 사람들은 아마도 그냥 놔 두지 않을 꺼야."
"네?"
나는 그 얘기가 무슨 말인지 물으려 했다.그 때 어느 남자가 아주머니를 불렀다.
"임자, 새참 안 내오고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
"아유, 알았어요....."
아주머니는 일어나 가버리셨다.나는 어안이 벙벙해서 마냥 서 있었다.
"에고, 힘들어...."
다들 죽는소리를 하며 헛간으로 돌아왔다.저녁밥을 지어먹어야 하는데 모두들 힘이 빠져서 주저앉아 버렸다.그나마 일을 쉬엄쉬엄한 내가 밥이라도 지으려고쌀을 가지고 수돗가로 나왔다.아까 본 그 여자애도 쌀을 씻고 있었다.그 옆에 앉아 물을 받고 있는 데 힘겨워 보이는 표정으로쌀을 씻던 그 애가 쌀을 흘리기 시작했다.
"어.....!!"
나는 얼른 그 쌀들을 주워 담아 대신 헹구어 주기 시작했다.그 애는 파리한 얼굴에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요, 대학생 언니."
"그냥 언니라고 해. 근데 너 이름은?"
나는 웃으며 물었다.
"혜숙이에요."
"아, 그렇구나. 몇 살이야?"
"15살이요."
나는 그런데 왜 그리 배가 불러 있냐고 묻고 싶었다.하지만 어쩌면 병일지도 모르고 숨기고 싶어할지도 모른다는생각이 들어 그냥 열심히 쌀만 씻었다.
"이제 제가 할 게요."
그 애가 쌀이 든 바가지를 잡으려 하는 순간핀이 튕겨져 나가며 머리가 풀어졌다.
"어...."
나는 내 머리를 묶고 있던 리본을 풀러 그 애의 머리를 묶어 주었다.
"언니....."
"아, 괜찮아. 나는 또 있어. 아아, 근데 분홍색이 잘 어울리네."
나는 웃으며 말했다. 그 애도 웃었다.그리고 잠시 후 그 애가 입을 열었다.
"..... 저.... 언니... 도망가세요.... 여기 계시면 큰일나요....."
"응? 그게 무슨 소리야?
그 애의 얼굴빛은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어서요...."
그 한마디를 끝으로 그 애는 집안으로 들어가 있었다.나는 쫓아가려다 그냥 멈춰 서고 말았다.
"선배, 왜 하필 여기로 오자고 한 거야?"
저녁밥을 배부르게 먹고 나서 내가 물었다.선배는 담배를 찾다가 내 물음에 대답했다.
"엥? 너 갑자기 무슨 소리냐?"
나는 오늘 낮에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했다.그러자 선배가 심각한 얼굴로 대답했다.
".....동기 녀석 중에 여기로 농활 왔던 놈이 있었거든.인심도 후하고 좋은곳이었다고 말했던 기억이 있어서.....그게 아마 3년 전이던가? 그런데 지금은 여기 이상해 졌네....하긴 그때 애들 몇몇 이곳에서 실종되어서 말이 좀 많았었지"
"뭔가 안 좋은 기분이 들어.... 이상해...."
그러자 준석도 말했다.
"하지만 이 곳.... 농사 짓기는 아주 좋은 곳 같아요.땅도 비옥하고.... 잡초도 별로 없고 게다가 해충이라고는거머리 말고는 아예 없던 데요?"
"아아, 준석 선배.... 농사일에 대해 너무 잘 안다."
민경이 말했다. 그러자 준석이 얼굴을 붉히며 대답했다.
"우리 집 농사 짓잖니, 벼농사로 4남매 다 대학 보낸 집안이다.어차피 이번 농활 끝나면 집에 가서 또 거들어야 해."
"이런.... 준석이 죽어 났네?!"
우리는 왁자 지껄 신나게 이야기하고 있었다.그런데 아까부터 기운이 없어보이던 창민의 얼굴색이점점 파랗게 질려 가고 있었다.그러더니 갑자기 온 몸을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창민아!!"
"창민 선배!!"
"창민아, 왜 그래?"
우리는 창민을 둘러쌓다.창민은 식은땀을 흘렸고 입술은 까맣게 타 들어가고 있었다.정후 선배가 말했다.
"준석아, 안채로 들어가서 이장 어른 좀 모셔 와봐!"
"예!"
준석은 안 채로 뛰어 들어갔다.우리는 어찌 할 바를 모르고 발만 구르고 있었다.
이장 어른이 오더니 창민의 얼굴을 바라보았다.그리고 우리에게 안채로 그를 옮기라고 말하고는 돌아섰다.우리는 창민을 들쳐업고 안채로 들어갔다.
밝은 불빛 아래서 본 창민은 정말 무서웠다.특별한 외상은 없어 보였는데 아까 그 거머리에게 물린 자국만은거무죽죽하게 곪아 가는 거 같았다.
"이장 어른, 어떻게 된 거에요? 구급차를 불러 주세요."
"잠시만.... 다들 멀지 감치 떨어져 있게나"
그 때 우리는 보았다.창민의 피부 밑으로 무언가 스물스물 움직이는 것을.....혈관을 따라 그의 피부가 꿈틀꿈틀 움직이는 것을보고 우리는 비명을 질렀다.
"아-악!!"
"꺄아아_악!!"
민경이는 거의 실신 상태였고 나도 순간 정신이 어찔했다.이장 어른은 한숨을 쉬더니 자기 딸을 불렀다.
"혜숙아, 여기 칼 좀 가져와라."
혜숙이가 날카로워 보이는 작은칼을 가지고 들어왔다.이장 어른은 그것을 받아 불에 달구기 시작했다.칼끝이 검게 타 들어가자, 그는 그 것으로 창민의 팔 혈관을 땄다.
왈칵 피가 나는 대신 거머리들이 우글우글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수십 마리, 아니 수백 마리는 되어 보이는거머리들이 창민의 몸에서 꿈틀거렸다.우리는 숨을 죽였다.이장 어른은 혜숙이에게 대야를 하나 가지고 오라고 하고는 자신의 동맥을 끊었다.그리고 그 피를 대야에 받아 창민의 팔 아래 두었다.피 냄새를 맡았는 지 거머리들이 그 대야 안으로몰려들어가기 시작했다.몇 분 안 되어 큼직한 대야가 거머리들로 가득 찼고그는 옆에 있던 석유병을 들더니 기름을거머리들에게 뿌리고는 불을 당겼다.피 비린내와 고기 타는 냄새가 방안을 가득 메웠다.우리는 비위가 상해 입을 틀어막고 고개를 돌렸다.
"우욱....."
거머리들은 모두 불에 탔고 우리는 모두 겁에 질렸다.창민은 몸의 피를 모두 빨렸는지 온몸이백지 장처럼 푸른빛이 돌았다.
"....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정후 선배가 겨우 입을 열었다.이장 어른은 담배 쌈지를 찾아 하나 말아피우더니힘겹게 입을 열었다.
"어떻게든 살리려 했는데 죽어버렸군......전에는 이 곳도 그러지 않았었는데..... 실은 다 우리 잘못이라네..... 수확량을 늘리겠다고 너무 많은 제초제와 농약을 썼거든....."
그 때 민경이가 비명을 질렀다.거머리가 무서우면서도 궁금했는지 대야 옆으로 갔다가아직 숨이 끊어지지 않은 녀석에게 물린 것이었다.
"민경아!!"
"이런.....!!"
민경이는 손목을 물렸는데 그 것이 손목을 타고팔뚝으로 스물스물 올라가는 것이 눈에 보였다.민경이는 그 고통을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트렸다.나는 급한 마음에 아까 이장 어른이 한 것처럼하기 위해 내 동맥을 끊기 위해 칼을 들었다.그러나 이장 어른은 나를 만류했다.
"학생, 소용없네."
"왜요?"
"여자는 죽지 않아, 하지만....."
"네?"
나는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여자는 죽지 않아.... 라니..... 그는 자신의 딸을 가리켰다.
"저 애처럼 되는 거야...."
"네?"
나는 혼란스러웠다.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 할 수 없었다.민경이는 팔을 붙들고 그 자리에 쓰러졌고 그런 민경을혜숙이 옆에서 부축했다. 정후 선배, 준석은아무 말도 못하고 상황만을 지켜 볼 뿐이었다.
"저는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어요.아니, 그것보다 민경이는 어떻게 되는 거예요?"
그 때 민경이 통증을 참지 못하고 몸부림을 치다가혜숙의 배를 후려갈겼다. 혜숙은 배를 움켜잡고 비틀거렸다.그리고 혜숙의 치마 자락이 피로 물들기 시작했다.
"아........!!!"
"이런, 지금 낳으려고 하는 건가?"
이장 어른은 얼굴빛이 변하기 시작했다.나는 얼른 이불을 깔고 혜숙을 눕혔다.아마 출산이 시작될 모양이었다.준석은 어찌 할 바를 모르고 서 있더니 물을 끓여오겠다며 밖으로 나갔다.정후 선배도 그 뒤를 따르려 했으나혜숙이 정후 선배의 옷자락을 잡았다.선배는 꼼짝없이 그 옆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나는 혜숙의 속옷을 벗기며 물었다.
"대충이라도 설명해 주세요... 어떻게 된 일이지...."
어린 산모는 고통스러운 신음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이장어른은 차마 딸곁에 오지 못하고 민경을 돌보고 있었다.
"아까 말한 대로야.... 우리는 수확량을 늘리기 위해,너무 많은 농약을 썼지..... 다른 해충들은 박멸을 했는데그 거머리들만은 농약을 견뎌내더군...그리고 살아남은 거머리들은 너무나 강해졌지....피를 빨게되면 인간 몸에 들어가서 모든 피를 빨아드려사망에 이르게 할 정도로..... 근데 수컷보다 상대적으로 약한암컷 거머리들이 전멸하고 만 거야....그래서 그 수컷 거머리 들은자신들의 종족보존을 위해 다른 암컷을 노리기 시작했지...."
나는 바삐 움직이던 손을 멈췄다. 설마.... 설마....
"그 다른 암컷이.... 설마....?"
"그렇다네, 인간 여자를 노리게 된 거지....여기야 워낙 촌구석이고 다들 늙어빠진 사람들이라 별 문제가없었네.... 나도 이 애가 거머리들 때문에 임신하게 되었을 때는이 곳을 떠나려 했지만 여기 논은 다른 데 논에 비해 4, 5 배의수확량을 올린다네...."
"말도 안 돼요, 그렇다면 최소한 따님을병원에라도 데려 가셨어 야죠..."
"그럼 우리의 비밀은 발각 나고 아마 정부에서그 거머리들을 없애기 위해 이 논들을 빼앗을 지도 모른다고생각해서 동네 사람들은 쉬쉬했지....나도 입을 다물기로 했고....우리에게는 별 해가 없었거든...."
"그렇다면 아까 제 후배녀석은 왜 죽은 거예요?"
"그건 젊은 사람이기 때문이야....노쇠한 우리의 피는 이상하게도 잘 빨지 않더군.....3년 전에도 학생들이 농활을 왔다가 몇몇이 물리는 일이 있었네....우리는 농활을 바라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쫓았다가는 오해를 받을 수 있으니 할 수 없이 받은 거였지.하지만 거머리들이 그 학생들을 물어 죽였고 우리는 남은 학생들과 유가족들에게 꽤 많은 돈을 주어타협을 본 뒤 그 학생들을 논에 묻어 버렸네...."
혜숙에게 등을 잡아뜯기고 있던 정후 선배가 말했다.
"그렇다면 그때 실종되었다는 학생들은....."
그때 이장 어른이 말했다.
"헉, 설마....."
"왜 그러세요?"
"이 여학생 초경도 안 치른 거 아닌가?"
"네? 무슨 말씀이세요?"
하긴 민경은 늘 어린 애 같았으니까....하지만 너무나 처참했다.온 피부가 꿈틀꿈틀 거리고 있었다.특히 안면 부위에 무언가 안 쪽에서 스물스물기어 가고 있는 것이 보일 때나는 비명을 지를 뻔했다. 맙소사.....
"이 학생 아직 수태 능력이 없어서 다른 남자 학생들처럼그냥 먹히고 마나 보네...."
"세상에....!!!"
"까아아아---악!!!!"
혜숙은 마지막으로 힘을 주었다.초산인데도 한 30분 정도 밖에 안 걸렸다.정후 선배의 옷자락은 너덜너덜 해졌고나는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그것은.....
혜숙은 피에 뒤섞인 몇 천 개의 알을 낳은 것이다.....피가 범벅이 된 그 반투명한 작은 알들.....우윳빛 알들을 보면서 나는 숨이 멎는 줄 알았다.혜숙은 땀으로 얼룩진 채 기절하고 말았다.정후 선배는 그 것들을 노려보았다.
"선배?"
"비켜...."
그는 붉게 충혈된 눈으로 혜숙을 안아옮기고는 그 알들을 이불 채 들었다.그리고 마당으로 나가 헛간에서 짚 푸라기를 들고나오더니 그것들을 말아 불을 부쳤다.
"선배...."
정후 선배는 그 알 들 위로 불붙은 짚 뭉치를 내 던졌다.피 묶은 이불은 금방 불이 붙었다.
"톡, 토톡....."
알들은 톡톡 소리를 내며 터지기 시작했다.나는 눈을 감고 말았다.
민경의 상태를 보기 위해 정후 선배와 나는 방으로 들어섰다.하지만 민경은 창민처럼 검은 입술에 백지장 같은흰 얼굴을 한 채 숨이 끊어져 있었다.우리는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어떻게 해야 하나....그 때 물을 끓이기 위해 부엌에 있던 준석이 방으로 뛰어 들어왔다.
"선배들, 큰일났어요!!!"
"무슨 일이야?"
"그게....그게...."
준석은 말을 더듬으며 밖을 손으로 가리켰다.우리는 방문을 열었다.
오, 맙소사......
거머리 떼였다.새까맣게 몰려 들어오고 있었다.피 냄새를 맡고 온 것일까?아님 자신들의 알이 터져 버린 것 때문에?우리는 머리 속이 하얗게 되는 것을 느꼈다.그 때 침묵을 깬 것은 이장 어른이었다.
"어서들 달아나게!! 자네들을 노리고 오는 걸 꺼야.아마 여학생 때문에 더 할 테니 어서 달아나게!!"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다리가 휘청거렸다.하지만 달아나야 한다는 생각이 들자,다리가 저절로 움직이는 거 같았다.정후 선배가 말했다.
"헛간에서 차 열쇠를 가져 올 테니 먼저 담을 넘어!!"
그 것들은 대문으로 들어서고 있었다.나와 준석은 정후 선배 말대로 담을 넘어 달리기 시작했다.어두운 논두렁을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달렸다.밝은 달빛 덕에 우리 뒤를 따르는 정후 선배가 보였다.우리는 선배와 함께 가기 위해 뒤돌아 섰다.그 때였다.
"아아--악!!!"
선배가 거머리 떼에게 당한 것이었다.거머리들이 선배의 온 몸 위에 스물 스물기어다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나는 선배를 구하기 위해 가까이 가려 하자, 준석이 나를 저지했다.
"안 돼요!!"
"정후 선배가...."
"가까이 갔다가는 선배까지 당할 지 몰라요."
준석은 나의 손목을 잡아끌었다.그 때 정후 선배가 우리를 부르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얘...들아....이거....."
챙그랑 하는 금속성 소리가 들렸다.정후 선배가 무언가를 우리 쪽으로 던진 것이었다.그것은 자동차 키였다.
"아....."
나는 눈물로 앞이 흐려왔다.선배가.... 선배가.....하지만 준석은 날쌔게 그 키를 주워 오더니다시 나의 손목을 잡고는 달리기 시작했다.그런데 그 것들은 너무 빨랐다.우리가 그렇게 달렸는데도 거의 우리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이윽고 정후 선배의 차에 다다랐다.준석은 빠르게 트렁크를 열더니 호스를 꺼냈다.그리고 차의 수유 구를 열더니 호스를 밀어 넣고는 휘발유를 입으로 빨아드리기 시작했다.
"켁!"
그는 빨아올린 휘발유를 거의 우리를 따라 잡은거머리들에게 뿌려 대며 차 문을 열었다.나는 얼른 올라탔다.그는 차에 올라 차 창문을 열고는 라이터에 불을 당겼다.그리고 거머리 떼에 라이터를 던졌다.
"훅--!!"
하는 소리와 함께 불이 붙었다.그 것들은 타 들어가기 시작했다.아까 맡았던 거 같은 피 비린내와 고기 타는노린내를 뒤로 한 채 우리는 그곳, D 를 떠났다.준석이 겨우 입을 열었다.
"이제 다 끝났어요......"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준석은 모르는 것이 있었다.내가 차에 오르기 전에 그 거머리에게 물렸다는 것을......
그 후로 수개월 후....
오늘 나는 준석을 죽이고 왔다....나의 배가 불러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알면 그는 가만있지 않을 테니까....이제는 아무도 그 일을 모른다....나는 얼마 후 출산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나의 아기들은 이 도시에서도 잘 살아갈 수 있을까......?
ㄷㄷㄷ 거머리 지구 정복할 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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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글터] 고등학교 시절 실화 - 산길 하교중에 만난...
하사 진급 기념으로
제가 겪은 실화 하나 올립니다.
몇년 전에 소규모 친목 동호회에 한 번 올린 적이 있는 글인데,
이렇게 공개된 곳에는 처음 올리네요.
저는 개인적으로 귀신을 믿습니다.
왜냐하면 제 두 눈으로 직접 보았기 때문이죠.
물론 귀신이 아니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기엔 너무도 설명하기 어려운 경험이었기에 저는 귀신이라고 믿습니다.
살면서 무서운 경험을 여러번 했는데
그중 확실히 귀신과 연관이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건
두 번 경험했습니다.
첫번째는 지금 소개하는 고등학교 시절,
두번째는 군대 시절인데
군대 이야기는 본 게시판에 제 경험과 흡사한 내용이 많기 때문에....
글이 깁니다. 스크롤 때문에 2편으로 나눌까 했지만
절단신공은 사용하지 않겠사오니 양해해 주십시오.
시간 많을 때, 밤에 심심하실 때 차분히 읽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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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198x년, 내가 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중이던 해의 일이다.
내가 다니던 학교는 서울 변두리의 산자락에 위치한 고등학교였다.
등교시에는 약 15분-20분간 지루한 오르막길을 올라야했고
학교 건물 뒷편에는 그리 높지 않은 산이 하나 떡하니 버티고 있었다.
학교에서 운영하는 통학버스를 타고다니면 오르막길을 생략하고 편하게 다닐 수 있었지만
조금이라도 돈을 아껴 lp(레코드판)를 사야했던 나는 남들보다 조금 더 일찍 일어나서
운동삼아 그 길을 다녔고, 두 달 정도 지나자 등교길은 가벼운 운동거리도 안되었다.
(새벽 5시 반쯤 일어나서 학교에 도착하면 6시 반쯤 되었음)
그러다가 나와 같은 동네에 사는 b라는 친구와 점점 친해졌고
처음으로 함께 집에 가던 날 그 친구 덕분에 새로운 통학로를 알게 되었다.
학교 건물 뒷편으로 나있는 산길을 타고 내려가는 길이었는데
5분 정도만 가면 바로 버스정류장이 나와서 훨씬 빠른 길이었다.
더구나 그곳은 학생부 선생님들이나 선도부들이 지키고 있지 않아서
복장불량, 두발불량 등의 단속을 피해갈 수 있다는 결정적 이점도 있었다.
그러나 단속을 피할 수 있고 빠르다는 이점이 있던 만큼 그 길은 결코 쉬운 길이 아니었다.
학교 건물 뒷쪽의 운동장에서 산으로 이어지는 길은 절벽과 맞닿아 있었고
절벽 쪽으로 철조망이 쳐있긴 했지만 거의 있으나마나한 허름하고 녹슨 철조망이었다.
게다가 철조망을 쳐놓기 전에는 여럿 실족하여 떨어져 죽기도 했던 길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물론 나는 당시 그런 얘기를 학생들이 그곳으로 통학하지 않도록 선생님들이 꾸며낸 얘기로 믿었다.
내가 직접 여러 차례 다녀본 결과 제정신으로 똑바로 걷기만 한다면 안전해 보였기 때문이다.
절벽 외에도 그 산길이 쉽지 않았던 또 한 가지 이유를 대자면......
왠지 모를 음산한 기운이 있어서였다.
학교 뒷산에는 동네 아저씨들이 만들어 놓은 투견장이 있었는데 (거무튀튀한 원형 철망으로 세워놓은)
낮에 할일 없는 아저씨들이 돈을 걸고 개싸움을 붙이던 그 투견장과 절벽 산길은 불과 20-30미터 거리였다.
가끔 일찍 끝나는 날엔 사납게 울부짖는 개소리와 아저씨들의 고함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어둑어둑해지는 저녁시간에는 나뭇잎을 스쳐가는 바람소리만 들릴 뿐 적막한 길이었는데
어느날 투견장을 직접 보고 온 뒤로는 그 바람소리에 피비린내가 섞인 것 같기도 하고
개 울음소리가 환청처럼 들리기도 했다.
투견장이 뭔지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사진 첨부합니다.
위에 둥그런 투견장이 실제 학교 뒷산에 있던 투견장과 거의 똑같이 생겼습니다.
1980~90년대초만 해도 동네 야산에 저런 투견장이 있어서 공공연히 도박이 행해졌습니다.
아래 사진은 단속반에 적발된 모습.
다행인 것은 친구 b와 늘 함께 다녔기 때문에 별로 무섭지 않았다는 것이다.
내 친구 b는 입학할 때부터 그 길로 다녔고
나는 1학년 1학기 중간고사가 있던 5월부터 그 친구와 함께 다녔다.
산길로 다니는 것이 아주 익숙해졌을 무렵 여름방학을 맞았다.
2학기가 시작되고 한 달 후,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드디어 1학년들도 야간자율학습을 시작한 것이다.
원래 2학년이 되어야 실시하던 야간자율학습과 스터디그룹을
그해부터는 1학년 2학기부터 적용하는 것으로 방침을 바꾸었다.
다행인 것은 자율학습이 말 그대로 자율학습이었다는 점.
원치 않는 학생들은 정규수업이 끝나면 곧바로 집에 갈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당시 음악듣는 것을 제외하고는 공부에 열중하였던 모범생이었으므로 ^^;;
스터디그룹과 야간자율학습을 모두 신청했고, 친구 b는 어느 것도 신청하지 않았다.
따라서 1학기 내내 이어져오던 우리들의 절벽 산길 동반 하교가 끝나는 순간이었다.
5시에 정규수업이 끝나면 6시반부터 8시까지 스터디그룹, 그리고 밤 11시반까지 야간자율학습이었다.
그 시간까지 남아서 자율학습을 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학교 통학버스를 이용하거나
집이 바로 근처인 아이들이었는데 나는 믿는 구석(산길)이 있었으므로
막차시간인 11시 45분까지는 시간이 매우 넉넉했다. (정문으로 내려가면 버스를 놓치고 걸어가야 됨)
드디어 야간자율학습 첫날이 끝나고 나는 여유있게 운동장을 뒤로 돌아 산길로 향했다.
그러나 밤에 가는 산길을 너무 우습게 보았던가......
저녁에도 그 길을 이용하는 주민들이 있어서 철조망 군데군데 백열등을 켜놓은 게 있긴 했지만
불빛이 너무 위에 달려 있어 길 아래가 잘 보이지 않아서 내려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더구나 혼자 어두운 산길을 가자니 조금 무섭기도 했다.
그때까지의 나는 귀신 따위는 믿지 않는 철저한 유물론자였기에 귀신이 무서웠던 게 아니라
본드 불고 있는 깡패들이나 이상한 사람(?)을 만날까봐 무서웠다.
그렇게 고민하고 있는 사이 시간은 흘러갔고 나는 버스를 놓칠까봐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그래~ 눈 딱 감고... 아니 눈 크게 뜨고 가는 거야. 5분만 가면 되는데 뭘~'
이렇게 마음 먹은 나는 첫 발을 내렸고 산길로 접어들었다.
다행히 예상했던 것보다는 길이 잘 보였다.
두 번째 세 번째 백열등부터는 철조망 아래로 좀 더 낮게 달려 있어 길을 더욱 잘 비추고 있었다.
게다가 1학기와 2학기 초까지 몇 달 동안 다녔던 길이라서 비록 밤길이었지만
나무 뿌리나 뾰족한 돌이 튀어나와있는 부분도 잘 알고 있기에 익숙하게 내려가고 있었다.
가끔씩 우웅- 우웅- 하는 바람소리와 스삭- 스삭- 거리는 나뭇잎 소리만이 귓가를 스쳤다.
산길을 3분의 2쯤 내려왔을 무렵 나는 손목시계를 내려다 보았다.
옆에 버튼을 눌러 노란색 불이 켜지는 디지털 손목시계... 그때 시각은 11시 40분.
19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건만 아직도 그때의 시각을 정확히 기억한다.
'음~ 이 정도면 거의 딱 맞게 막차를 탈 수 있겠군...'
이러한 생각을 하며 고개를 들고 앞쪽을 보는 순간.......
'헉!'
나는 심장이 멎는 듯 그 자리에 얼음처럼 굳어버렸다. (진부한 표현이긴 하지만 실제 그랬다.)
내 앞쪽으로 약 10미터 되는 거리에 조그만 여자아이 한 명이 서 있었다.
8-9살쯤 되어보였고 백열등 불빛 뒤쪽에 있어서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입고 있는 상의와 하의는 똑똑이 보였다.
그때는 9월 중순이 지나고 있을 무렵이었고 비록 밤이었지만 날씨는 여전히 더웠다.
그런데 그 여자아이는 밝은 분홍색 오버코트를 목까지 다 채운 채 입고 있었다.
나는 호흡을 가다듬고 여자아이의 뒤쪽을 보았다. 뒤에 따라오는 부모님이 계신가 해서였다.
시간은 밤 11시 40분... 이 산길을 여자아이가 혼자 지나가고 있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설령 부모님이 함께 있더라도 왜 이 늦은 밤 어린 아이를 데리고 이 험한 길을 간단 말인가.
내가 그 자리에 그대로 굳어서 꼼짝도 못하고 있을 때 그 여자아이는 점점 더 내 앞으로 다가왔다.
5미터 정도 앞까지 다가왔을 때 나는 그 아이의 뒤에 아무도 없음을 알았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맛보는 극도의 공포로 인해 내 온몸의 털은 모두 곤두섰고
소리를 지르고 싶었으나 목 안에서는 끅끅거리는 소리만 날 뿐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나는 그저 그곳에 서서 점점 더 그 여자애가 가까이 오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그 아이가 바로 내 앞까지 왔을 때 또렷하게 보이는 그 여자애의 얼굴을 보고서 나는 눈을 감아버렸다.
전설의 고향에서나 보던 핏기없는 얼굴에 뻣뻣한 긴 머리...
눈이 있어야 할 자리에 퀭하니 뭔가 다른 덩어리 같은게 있었다.
반팔 교복을 입고 있던 내 오른쪽 팔꿈치를 스쳐가는 뻣뻣한 털코트의 감촉을 느끼고서
나는 반사적으로 으악! 소리를 지르며 크게 앞으로 펄쩍 뛰었다.
그때 내 얼굴 앞으로 다가온 것은 철조망의 날카로운 부분......
나는 코와 뺨이 철조망에 긁혀 찢어지는 느낌을 느끼고 정신이 번쩍 들어 눈을 뜨고는
내가 가파른 절벽에 아슬아슬 쳐져있는 철조망을 부둥켜 안고 있음을 알았다.
아직도 두 발에는 감각이 돌아오지 않아서 움직일 수가 없었고 나는 가까스로 고개를 돌려
그 여자애가 지나간 방향을 보았다. 그런데.......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것도.
그저 컴컴한 산길이 누런 백열등 불빛을 반사하고 있을 뿐...
몇초 되지 않는 찰나의 순간이었는데도 그 여자아이는 감쪽같이 그 길 위에서 사라져 버렸다.
나는 그순간 온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어도 빨리 이 길을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다.
감각이 없던 두 발이 그때부터 움직여졌고 나는 뒤도 안 돌아보고 그 험한 산길을 뛰어내려갔다.
저 앞 산 아래 동네의 불빛이 보였고 이제 살았다는 안도감에서였을까...
쪽팔리지만 내 눈에선 알 수 없는 눈물이 흘러나왔다.
어쩌면 내가 그때까지 확고히 믿어왔던 세계 중 일부가 무너져내린 것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거의 실성한 듯한 상태에서 버스를 탔고 집으로 가는 내내 쿵쿵거리는 가슴이 진정되지 않았다.
그날밤은 한숨도 잠을 못잤고 새벽까지 방에 불을 켜놓고 음악을 크게 틀어놓은 채로 밤을 지샜다.
다음날 아침 학교에서 b와 마주쳤다.
내 얼굴에는 반창고가 3개 붙어있었고 b는 그 이유를 물었다.
나는 어젯밤에 겪었던 일을 사실대로 얘기해 주었다.
내 친구 b는 (지금도 그렇지만) 매우 순수하고 진실한 친구이다.
그는 내 말을 다 믿어주었다.
그후 정신없이 일주일이 지나갔다.
나는 그 기간동안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서 다른 아이들과 섞여 정문으로 내려갔다.
그리고는 숨이 턱에 차오를만큼 전력질주로 내리막길을 5분 안에 뛰어내려가 버스 막차를 탔다.
(걸어가면 15분-20분 걸리니까 죽어라고 뛸수밖에)
하지만 그날 밤에 내가 본 것을 떠올릴 때마다 무서워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내가 일주일 동안 고생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본 친구 b는 내게 야간자율학습을 그만둘 것을 권했다.
그때의 나는 b만큼 순수하지 못해서 친구에게 결코 약해보이기 싫은 마음에 오기를 부리고
꿋꿋이 야간자율학습을 계속했다. 그러자 얼마 안 있어 결국 b가 야간자율학습을 신청했다.
다시 b와 나의 동반 하교가 재개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당연히 그 산길로는 가지 않았다. 아침에도......
b는 한동안 자율학습이 끝나고 정문에서 버스정류장까지의 그 지루한 내리막길을 나와 같이 뛰어주었다.
2학기 중간고사가 끝나고 10월말이 됐을 무렵, 나는 어느 정도 그때의 충격에서 벗어났고
어느날 야간자율학습이 끝난 뒤 b와 함께 오랜만에 그 산길을 찾았다.
산길 입구에 다다르자 다시 한 번 그날밤의 충격적인 형상이 기억났지만
옆에 든든한 친구 b가 있었기에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발걸음을 내디뎠다.
b는 내가 심리적으로 불안한 나머지 실족할까봐 나를 산쪽으로 세웠고 자기가 절벽 쪽으로 걸었다.
그 산길은 굉장히 좁아서 2명이 나란히 서서 걸으면 남는 공간이 별로 없다.
우리 둘이 팔짱을 끼고 워낙 찰싹 붙어서 걸어갔기에 옆에서 보면 게이처럼 보였을 것이다.
다행히 그날밤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그 뒤로는 며칠에 한 번씩은 산길로 내려갔다.
그리고 2학년이 되고부터는 학교 통학버스를 타고 다녔으므로 산길을 이용하지 않게 되었다.
내가 그 산길에 대한 공포를 다시금 떠올리게 된 것은 졸업한 지 2년이 지난 겨울이었다.
정식 동창회는 아니고 고등학교 때 친했던 애들끼리 전화 연락을 주고받아
(인터넷이나 아이러브스쿨은 한참 뒤에 생김) 고등학교 교정에서 만났다.
졸업하고서 처음으로 찾은 학교였기에 여기저기 둘러보며 감회에 젖었다.
여기저기 달라진 곳들도 많이 눈에 띄었고 바로 옆에는 같은 재단의 종합대학교 (말만 종합)가
공사를 한참 진행중이었다. 그 공사의 여파로 산의 절벽이 많이 깎여 있었고 산길로 내려가는 길은 막혀 있었다.
친구들과 학교 벤치에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 받던 중 b와 내가 그 여자아이 귀신 얘기를 했더니
아이들은 코웃음을 치며 뻥치지 말라고 욕을 했다. 뭐, 당연했겠지만...
그런데 그중 한 놈만은 심각하게 받아들이면서 그게 진짜냐고 물었다.
그래서 뻥이든 진짜든 지금 와서는 별 상관없다고 말했더니 그 놈은 충격적인 얘기를 내게 들려주었다.
걔는 어렸을 때부터 학교 바로 앞에 살던 애였는데 자기가 고등학교 입학 전에 들었던 사건이 있다고 했다.
우리가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2년 전쯤에 산 투견장 근처에 움막을 짓고 사는 한 이상한(?) 놈이 살았는데
그 미췬 놈이 기르던 개가 엄청 사나워서 투견장에서 꽤 악명이 높았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겨울날 산 밑에 살던 한 여자아이가 그 사나운 개에 놀라서 도망가다가
절벽 산길 낭떠러지로 떨어져 죽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실 이 얘기를 해준 친구녀석은 여기까지밖에 몰랐고
자세한 내용은 내가 이후 관할 파출소에 가서 직접 물어봐서 알아낸 것이다.)
그 개와 여자아이가 동시에 실종이 됐는데 몇시간 후 경찰 수색 결과
여자아이의 시신이 낭떠러지 아래쪽에서 발견되었고 시신은 무언가에 물어뜯겨
특히 얼굴 부위가 심하게 훼손되어 있었다고 한다. 아마도 그 여자아이가 떨어진 후에
미췬 개가 그 아래로 내려가 시신을 훼손한 것 같다는 경찰들의 말을 듣고서 나는 온몸이 떨려왔다.
그 개주인은 정신이 온전치 못하여 어떤 책임을 물을 수도 없었다고 한다.
당시 사건에 참여했던 경찰로부터 어렵게 전해 들은 그 여자아이의 인상착의는
내가 그날밤 보았던 바로 그 상태였다. 분홍색 코트에 갈색 골덴바지......
그 사건 이후로 그 절벽 길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철조망이 쳐지게 되었다.
나는 이 사건 이후로 귀신이라는 존재를 믿게 되었고
내가 알고 있는 알량한 지식의 잣대로 이 세상을 판단할 수만은 없다는 것을 배웠다.
그리고 이후 군대라는 곳에 가서 비슷한 경험을 한차례 더했고
그 이후로는 귀신을 직접 목격한 경험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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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 전에 정말 오랜만에 모교를 다시 찾았습니다.
뜻밖에 그리 많이 변하지는 않았더군요.
그리고 그 산길을 다시 가보았습니다.
일요일 한낮이었기 때문에 그리 무섭진 않았지만
음산한 기운은 여전했습니다. (그냥 제 느낌상 그랬을지도...)
그때 찍은 사진 몇 장 첨부합니다.
산길로 진입하는 입구에 공사 적재물. (졸업 후 마지막으로 찾아왔던 때에도 이랬는데)
예전 투견장이 있었던 길로 들어가는 곳은 이와 같이 막혀 있었음.
이런 개구멍을 통과해야 아래로 내려가는 산길이 나옴. (아직도 변함없음)
이렇듯 풀이 무성하여 사람이 이용하지 않은지 한참 되었다는 걸 알 수 있음.
실제로 이거 헤집고 내려오는데 뭐가 내 셔츠를 확 잡아당겨서 식겁했음.
다 내려와서 보니까 웬 가시들이 온 어깨와 팔에 촘촘이 박혀있어서 옷벗고 떼냈음.
다 내려오면 아래와 같은 입구가 보임. 당시 죽어라고 뛰었던 기억이 되살아남.
지금은 주민들을 위해 이렇게 멋진 계단이 만들어져 있음.
툴툴거리며 옷에 박힌 가시들을 떼내고 있는데,
한 어르신이 손주를 데리고 계단을 올라가시려 하기에 이 계단이 어디로 통하냐고 여쭤봤더니
계단으로 올라가서 산을 통해 학교로 넘어간다고. 옆에 절벽길은 이제 아무도 안 다닌다고 함.
소주정예작성일 2008-10-26추천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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