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도비탄에 피격 추정… 12㎞ 떨어진 北서 쏘는 건 불가능"
유족 "진상조사 끝나면 장례"이 오솔길은 부대 밖이지만 군부대를 통해야만 접근할 수 있는 민간인 통제 구역이었다. 이날은 사격 훈련에 따라 주변 출입을 통제하는 경계병 4명이 오솔길 양쪽 끝에 각각 2명씩 배치돼 있었다. 하지만 경계병들은 이 일병 일행을 통제하지 않았다. 군 수사 당국 관계자는 "경계병들이 자신의 임무가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고 있었다"고 했다. 이 일병을 인솔한 소대장은 "총소리가 안 들리고 별다른 통제가 없어 사격이 잠시 중지된 것이라 여기고 지나갔다"고 군에 진술했다.
사고가 난 사격장은 표적 방향으로 오르막 경사가 진 형태다. 표적이 멀게는 200m 떨어져 있어 조준을 조금만 잘못해도 발사 각도가 공중으로 향할 수 있다. 사격장 주변엔 나무가 우거져 있다. 군 관계자는 "오솔길이 사로에선 나무에 가려 보이지 않고, 나무가 빽빽해 직접 조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격장에서 쏜 총탄이 직접 이 일병을 맞힐 수는 없다는 것이다.
◇도비탄에 사람이 죽을 수 있나
군 당국은 북한에서 넘어온 총탄일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 지점이 북한으로부터 12㎞ 이상 떨어진 민간인 통제선 남쪽이기 때문이다. 이 일병 몸에 박힌 탄환 역시 이날 사격 훈련에 쓰인 K-2 소총용 5.56㎜ 보통탄이었다. 군 당국은 훈련 당시 발사된 총 12정을 수거했고 정밀 감식할 예정이다. 다만 이 일병 몸에 남아 있는 탄환은 유가족의 부검 반대로 아직 수거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목격자인 부대원 2명은 "피격 직전 '탁탁'거리는 소리를 들었다"고 군 수사 당국에 증언했다. 탄환이 어떤 물체에 튕겨서 난 소리로 본 것이다.
전문가들은 탄환이 돌에 부딪혀 튀었다면 400m 밖 사람을 살상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본다. 대덕대 총포광학과 이용일 교수는 "탄환이 처음 부딪친 물체의 탄성(彈性)에 따라 다르겠지만, 돌에 튀었다면 탄환의 위력이 거의 줄지 않았을 것"이라며 "특히 머리를 맞았다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군의 부실한 안전 조치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모든 사격장 운용 시 안전통제관이 사격 전 경고 방송을 하고, 사로 뒤편을 통제해야 한다"며 "통제도 안 되고 사망자를 인솔한 간부 역시 이를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숨진 이 일병은 전남 목포 출신으로 충남 당진에서 대학교에 다니다 지난 4월 군에 입대했다. 이 일병 유족은 "사격장 관리를 어떻게 했는지, 당시에 누가 어떤 방식으로 총을 쐈는지 밝혀져야 한다"며 "진상 조사가 끝날 때까지는 장례를 치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도비탄(跳飛彈)
도비탄은 총에서 발사된 탄환이 돌이나 나무 등 탄성이 있는 딱딱한 물체에 부딪혀 튕겨난 것을 가리킨다. 조준한 곳에 맞지 않고 빗나간 탄환을 의미하는 유탄(流彈)과는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