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부대 강연에서 부대 내 가혹행위로 순직한 김지훈 일병을 두고 “죽을 거면 공군 나가서 죽지”라고 발언해 파문을 불러일으켰던 한 대학교수가 이번에는 “일베는 애국자”라는 취지로 강연해 논란이 일고 있다.
김덕수 공주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사진)는 16일 충남 공주에서 열린 농어촌희망재단 주관의 ‘2014 농어촌희망교육공동체 지원사업 교육공동체 리더 워크숍’에 강사로 나서 “세월호 유가족 김영오는 대통령에게 욕을 하는 미친 인간이고, 이런 사람을 따라다니는 문재인도 미쳤다”, “(지인이) 일베 회원인데 애국하고 있다”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연 주제는 ‘농어촌 지역 교육공동체에서 리더들은 어떤 자질을 갖춰야 하는가’에 대해서였다. 전국 각지의 교육 활동가를 불러모아 1박2일로 진행된 이번 행사에서 나눠준 자료집에는 김영오씨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사진도 실려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덕수 교수 이날 워크숍에 참석한 한 교육 활동가는 “김 교수가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을 이야기한다면서 공적으로 얘기하기 힘든 이순신 장군에 대한 가십거리에 더해 자기 자신의 처세술 이야기, 어머니가 특정 대선 후보에게 노인 70명의 표를 조직해 몰아준 이야기, 일베가 애국자라는 이야기 등을 해 황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강연자의 정치색이 드러날 수는 있다. 하지만 지역 교육 활동가의 자질을 얘기하는 자리에서 ‘일베’ 이야기까지 자랑스럽게 하니, 참석자들끼리 ‘그래서 일베로 교육하라는 말인가’하고 웅성거렸다”고 덧붙였다.
강연이 끝난 뒤 참석자들로부터 불만이 쏟아져 나왔으나, 김 교수는 강연을 마치고 나서 질문도 받지 않고 자리를 떴다. 참석자 일부는 농어촌희망재단 담당자에게 직접 항의했다. 농어촌희망재단의 행사 담당자는 “강의가 끝난 뒤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정치색을 많이 드러낸 건 아닌데, 호불호가 나뉠 수 있고 거부감을 가지신 분들도 계셨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논란이 됐던 강사를 섭외한 데 대해 “재단의 컨설팅을 맡고 있는 공주대 평생교육원에서 워크숍을 주최했으며, 강사분은 해당 대학의 교수다. 저희는 강사에 대해 잘 몰랐다”고 해명했다. 농어촌희망재단(이사장 김달웅)은 한국마사회(KRA)의 특별적립금을 재원으로 운영되며, 2005년 설립 뒤 농림축산식품부나 산하기관, 마사회 출신들이 임원진을 맡아 농어촌 지역을 대상으로 다양한 지원 사업을 펼쳐 왔다.
김덕수 교수는 이런 지적에 대해 부인하고 나섰다. 김 교수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지인이) 일베를 하고 있어서 걱정이라는 이야기를 한 것이다. 애국은 좋은데 극보수가 돼선 안된다고 한 말”이라며 정면 반박했다. 또 김영오씨 언급에 대해서는 “국민 반 이상에게 선택받은 대통령에게 (김영오씨가) 상왕처럼 군림하는 모습이 불편하다고 했을 뿐이며, 야당 정치인뿐 아니라 현 정부에 대한 비판도 고루 했다”고 해명했다.
김 교수의 ‘막말’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9월 28일에는 경남 진주에서 공군 742기 훈련병 1400여 명을 대상으로 ‘명량해전을 통해 본 충무공의 리더십’ 강연 도중 김 일병을 언급하며 “죽을 거면 공군을 나가서 죽지 왜 여기서 죽냐”, “요즘 애들은 나약하다. 연병장 15바퀴 돈 것을 갖고 자살을 하냐”고 말해 한 언론에 보도됐다. 김 교수는 “김 일병은 군 생활에 적응을 잘 못하던 고문관이었다”, “폭언, 폭행이 아닌 얼차려는 인권에 위배되는 것이 아니라 군기에 따라 허용된다는 의미의 발언”이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당시 김 교수는 공군역사자문위원 자격으로 강연에 나섰다. 김 교수는 2004년 <맨주먹의 CEO 이순신에게 배워라> 등을 저술하고 이순신 전문연구가로 활동하며 활발한 강연 활동을 펼쳐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