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다니는 사람들은 회식이 차지하는 비중도 만만치가 않을 겁니다.
회식은 말 그대로 여러 사람이 모여서 음식을 먹으면서 서로 이야기도 하고 앞으로 더 잘하자고 하는 좋은 취지의 모임을 의미합니다.
한국사회에서의 회식문화는 잘못되어서 1차, 2차, 3차까지 이어지는 음주 문화로 발달한 것이 문제입니다.
사실 쌓인 스트레스를 술로 푸는 것도 문제이고, 그 다음 날 업무를 보는데 있어서도 부담되는 게 현실입니다.
딸이 다니는 회사도 한 달에 서너 번 회식합니다.
직장은 강남이고 집은 남양주 쪽이라 회식이 끝나면 항상 새벽에 택시를 타고 들어 옵니다.
부모입장에서는 잠도 못 자고 불안해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남들 다하는 회식을 못하게 할 수도 없고 항상 걱정입니다.
어제도 회식하고 술이 취해서 들어 온 겁니다. 새벽 3시에…….
회식할 때 꼭 3차까지 가서 헤어지는 게 문제입니다.
무슨 술 못 먹다 죽은 조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에휴….
아침 8시에 겨우 출근하면서 어제 먹은 술로 조금 괴로워합니다.
그 모습을 보는 부모의 마음은 좋을 리 없습니다.
딸을 버스정류장까지 태워 주면서 한마디 했습니다.
" 회식하면 무슨 술들을 그렇게 마시냐? 속이 아파서 오늘 전부 일들 어떻게 한다냐?"
딸의 대답은
"그러게 말이야, 술들을 너무 많이 마셔, 그래도 나는 요령껏 마셔서 이렇게 괜찮은 거야!"
딸의 이야기를 듣고 어이가 없어서
"다 죽어 가면서 이게 괜찮다고? 다른 사람들은 얼마나 마신 거야?"
걱정하는 아빠에게 딸이 한 마디 합니다.
"아빠, 집에 가서 어제 내가 들고 간 가방을 열어봐, 내가 어떻게 회식을 하는지…."
딸을 버스에 태워 보내고 집에 들어와 딸의 가방을 열어 봤습니다.
가방을 열어 보고 빵 터졌습니다.
가방 안에는 소주 한 병, 사이다 한 병, 땅콩과 오징어, 물병에 들어 있는 소주 이렇게 있는 겁니다.
한편으로는 딸의 얼굴이 생각나는 겁니다.
얼마나 마시기 싫은 술이면, 가방에다가 넣어 왔나 하는 생각을 하니 안쓰러워지는 겁니다.
술이라는 것은 즐겁게 마셔도 몸에는 해로운데 먹기 싫을 때 마시는 술은 독약이 됩니다.
매일 아침마다 딸에게 대추차를 필자가 줍니다.
물병에 넣어서 주면, 딸은 직장에서 한 병을 마신답니다.
그 물병이 회식을 할때는 술을 버리는 통이 되는 겁니다.
먹는 척을 하고 저기 물병에 버리고, 물먹는 척을 하면서 다시 비우고 온다는 겁니다.
물병에 들어 있는 것이, 세 번 비우고 가방에 들어 있다는 겁니다.
세 번을 비웠으면 소주가 두 병 이상은 된다는 겁니다.
어느 정도 마시고 열두 시가 넘으면 3차를 간다고 합니다.
3차를 가서 각자 입가심을 할 때, 딸은 빨리 끝내기 위해서 술이 남으면 가방에 넣고 술을 마시면서 물병에 버리고 하는 것을 반복으로 하고, 겨우 회식을 마치고 집으로 귀가한 답니다.
직장생활 2년 차에 딸이 깨우친 방법이라고 합니다.
회식하면서 술을 권하는 것도 문제이고, 술로 끝장을 본다는 생각도 잘못된 겁니다.
이제는 회식도 건전하게 하는 방법을 찾으면 안 될까 생각을 해봅니다.
가령, 요즘 물가도 많이 오르고 밥값도 올라서 힘들어하는 직장인들에게 점심때 밥을 사주면서 하는 회식도 좋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꼭 술을 강제로 먹어 가면서 하는 회식을 하면 업무효율이 올라가고 점심때 밥 먹어가면서 하는 회식을 하면 업무가 떨어질까요?
이제 직장생활 2년 차로 접어든 딸이 회식 때 살아남기 위해서 하는 방법을 보고 부모 마음은 답답하고 짠 해집니다.
회식도 직장생활의 연장이고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슬기롭고 건전한 회식문화로 탈바꿈할 수는 없는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