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트곡, 대중들에게 익숙한 노래를 해라"

'나는 가수다'에서 당락을 결정하는 최대 변수는 역시 선곡이다. 1일 방송에서 꼴찌를 기록한 김범수는 '그런 이유라는 걸'을 불렀다. 김범수 노래 중에서도 비교적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곡이다.

실제로 선곡은 당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다. 듣는 이들의 감동이란 단순히 기교와 테크닉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가사가 있는 대중음악은 더하다. 감동의 메거커니즘은 가사에 담긴 내러티브에 대한 공감에 청자의 개인적인 경험과 추억이 더해져 완성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건모가 부른 '립스틱 짙게 바르고'는 원곡 자체가 여성 화자인데다가 김건모라는 가수가 가진 캐릭터와 다소 맞지 않아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김범수가 부른 '그런 이유라는 걸'은 애초 익숙하지 않은 노래인 까닭에 가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청자들에게 그 감동은 현격하게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최대한 열심히, 무조건 열창해라"

소위 '열창'은 '나가수'에서 탈락하지 않는 두 번째 방법이다.

잘 부르는 것과 열심히 부른다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실제로 첫 경연에서 6위로 아슬아슬하게 꼴찌를 면한 김연우는 잘 불렀지만 열심히 부르지 않았다. 정확히 말해 열심히 부르는 것처럼 보이지 않게 불렀다.

두 번째 경연에서 정엽이 탈락한 이유도 이와 같다. 정엽은 윤도현의 원곡 '잊을게'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가볍고 세련되게 불렀다. 록 발라드의 원곡과 전혀 다른 느낌으로 재해석 됐지만 원래 자신의 스타일로 노래를 부르다 보니 소위 '열창'의 포인트는 없었던 것.

관객들은 무대 위에 가수가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 노래를 부르는 모습 자체에도 쉬 감동한다. 무대 위에서 절규 하듯 감정을 뿜어내는 가수에게 지극히 유리하다. 자신만의 기교와 테크닉 보다는 감정을 끌어올려 폭발적으로 내지르는 창법에 익숙한 가수들에게 유리할 수 밖에 없다.

"편곡 포인트, 얼마나 빵 터트리느냐"

편곡은 '나가수'의 핵심요소다. 각각의 스타일을 떠나 음정 박자의 정확성을 따지는 가창력 만으로 놓고 볼 때 각각의 가수들의 우열을 평가한는 것은 애초 어불성설이다.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 편곡을 하느냐가 곡의 당락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편곡자들이 고민하는 지점도 여기에 있다. 원곡의 형식을 유지하면서 가장 드라마틱한 구성으로 재탄생시키는 것.

김범수를 '나가수' 1위로 만든 '제발'은 ‘멀어지지마 더 가까이 제발’ 이후 드럼이 곡의 흐름을 과감히 끊는다. 이후 편곡은 모든 악기들이 폭발적인 연주를 들려준다. 피아노와 첼로 뿐 아니라 일렉트릭 기타의 애드리브 까지 격렬한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하고 있다.

이 노래를 편곡한 작곡가 겸 프로듀서 돈스파이크는 “가사 중 ‘멀어지지마 제발’이라는 가사를 기점으로 상대방을 향한 애절한 느낌이 처절한 감정으로 전개된다. 그 지점을 선명하게 끊고 곡을 전개시킴으로써 듣는 이들로 하여금 그 감정의 변화를 느끼게 만드는 것이 의도였다”고 설명했다.

"나는 레전드‥강조해서 나쁠 것 없다"

김건모 탈락의 가장 결정적인 요소는 김건모의 캐릭터에서 기인한다. 음악적 스펙트럼과 타고난 가창력, 세련된 무대 매너를 가진 김건모의 치명적인 약점은 그가 가진 '웃기는 캐릭터'다. 무대 위에서 소위 무게를 잡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김건모는 '립스틱 짙게 바르고'에서 실제로 립스틱을 바르는 퍼포먼스로 관객들을 웃겼다. 하지만 이는 김건모에 대한 평가에 분명 마이너스 요소가 됐음이 분명하다.

1일 방송에 출연한 임재범의 무대는 정반대였다. 임재범의 무대는 카리스마와 흡입력에서 압도적이었음을 분명하지만 실제로 음정이나 박자 등에서는 불안했던 것이 사실이다. 전* 시절과 비교하기는 분명 어려웠다.

처음부터 끝까지 임재범은 자신의 이름이 가진 무게감을 지켰고 이는 관객들에게 높은 점수를 이끌어 냈다. mc 이소라를 비롯해 제작진 역시 임재범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으며 감동을 부추겼던 것도 일정부분 사실이다. 가수의 권위는 그 가수의 무대를 보는 관객들의 감동에 분명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어차피 감동은 관객과 가수의 기싸움이기 때문이다.